시의원 갑질 근절 조례안, 징계기준 '제명' 놓고 과잉입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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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 갑질 근절 조례안, 징계기준 '제명' 놓고 과잉입법 논란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4.02.02 09:43
  • 기사수정 2024-02-0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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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이고 명확성 담보되지 않을 경우 재량권의 한계 벗어나
‘갑질 행위’ 조례 최고 ‘제명’ 조항… 과잉금지 원칙과 충돌 소지도
전문가,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한 명확· 구체적인 범법행위로 한정해야
본회의장./사진=군산시의회
본회의장./사진=군산시의회

군산시의회가 입법예고한 '시의원과 의회 공무원 간 갑질행위 근절 및 예방 등을 위한 조례'가 자칫 헌법 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산시의회 김경식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시의회 의원과 의회 공무원 등의 갑질 행위 근절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 입법예고했다.

이는 전국 75곳 시 단위 기초의원 중 부패경험률 두 번째를 차지해 전국 망신을 자초한 시의회의 후속대책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이 조례는 갑질 피해 신고· 지원센터의 설치 등에 관한 사항이나 갑질행위자 징계 및 인사상 불이익 처분 등 모두 14개 조항과 부칙 2개조로 이뤄졌다.

시의회 청렴도 제고와 부패 방지 노력이란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조례의 경우 2018년 7월 발표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 바탕을 뒀다. 

현행법상 갑질 관련 주요 규정은 △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성실 의무) △ 공공기관 운영법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 공무원 행동강령 △ 근로기준법 등에 근거한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은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의 징계기준(제2조 제1항 관련)인데 비위의 유형의 대항목은 총 10개다.

비위와 그 정도에 따라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시의회의 조례 제2조 3항에 ‘갑질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적시 되어 있다.

이 규정의 ‘갑질 행위’란 시의원 및 의회 공무원 등이 자신의 직무권한을 남용하거나 지위· 직책에서 비롯된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6개 유형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당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큰 것은 해당 조례 제2조(다른 조례의 개정)의 징계기준이다.

이 조례의 징계기준에 추가된 비위의 유형인 갑질행위가 논란을 낳고 있다.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하여 의원, 공무원 등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부당행위일 경우 징계할 때 △ 경고 △ 공개사과 △ 출석정지 △ 제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시의원의 ‘제명’은 해당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란 점에서 과잉금지 원칙 또는 비례원칙과 충돌의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시의원의 ‘제명’은 선출직 인사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이란 점에서 구체적이고 명확성이 담보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김귀동 변호사는 “시의원의 제명조치(징계)는 해당 직(職)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해서 구체적이고 명백하게 범죄행위에 해당될 정도의 갑질행위일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면서 “관련 조례를 숙고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가 문제를 삼은 근거 기준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이다.

특히 과잉금지원칙의 4가지 중 하나인 법익균형의 원칙과 충돌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법익균형의 원칙이 가장 잘 적용되는 것은 형사법에서의 형량을 양형할 때이다. 예를 들어, 사람을 살해한 살인죄와 단순 폭행죄에서는 형량을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 일반 폭행죄에도 무기징역 이상의 중한 형을 내리면 법익균형의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근거로 시의원의 ‘제명’ 징계는 애매하거나 모호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부당행위를 포함할 땐 심각한 헌법과 법률 위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립 근거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기초의회나 정당의 무원칙한 제명 징계는 법률적인 다툼 뿐 아니라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명확한 위법행위가 아닐 경우 실제로 기초· 광역의회의 제명의결처분에 불복해 승소한 사례도 적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본래 선출직 의원이 직위를 상실할 땐 보통 선거법상 100만원이상 선고(최종심)받거나 형법상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비례의원 탈당, 해당 의회에서 제명이란 징계를 받았을 때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과잉금지원칙(또는 비례원칙)이란

과잉금지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 목적의 정당성 ▲ 수단의 적합성 ▲ 침해의 최소성 ▲ 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이 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를 비례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 원칙은 기본권 제한 법률의 위헌성 심사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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