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群山斷想] "이젠 '순망치한'의 지혜로 새로운 군산발전 도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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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群山斷想] "이젠 '순망치한'의 지혜로 새로운 군산발전 도모할 때다"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10.24 10:23
  • 기사수정 2023-10-2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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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군산중·고 40여년, 그리고 100주년 경축한다
한때 서해안권 명문고교… 정·관계 및 체육 등 인물들의 산실
군산제일고 전경
군산제일고 전경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도내 최고(最古)의 인문학교 ‘군산중·고등학교’가 지난 21일 100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100년을 맞았다. 시민과 함께 해온 개교 100주년을 맞은 지역 전통학교의 개교란 점에서 축하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서해안권의 경우 인물이나 애국, 애향, 지역의 역할 등이란 측면에서 ‘군산중·고’와 비견할 학교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 항상 군중·고는 지역에서 향도(向導) 역할을 자임해온 전통의 명문학교였다.

이웃 군산제일고를 82년에 졸업한 필자는 군(중)고야말로 40여년간 경쟁심과 부러움이 넘치는 이웃 사촌과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엔 내겐 매우 생소한 학교였다.

익산에서 유학(遊學)왔기 때문에 ‘군(중)고의 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일어난 ‘우물 속 개구리’와 같은 철부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고교 때 그 이름을 몰랐다는 말은 아주 어폐(語弊)를 넘어 무지의 산물이었겠지만 제대로 그 존재를 알게 것은 대학 입학 후였다.

군고, 아~하! 이웃 학교였지...

이 과정을 거쳐 거대한 존재(?)처럼 다가온 때는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에 들어가면서 부터다. 도내 전통을 자랑한 한 언론사에 입사하자, 그곳에는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계셨는데 다수가 군(중)고 출신이었고, 이곳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선배들, 역시 그랬다.

입사 과정에서 벅찬 상황(?)을 맞고 있을 때, 온몸으로 일으켜 준 분도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님이셨다.

그렇게 40년 전, 군산과 새로 연을 맺었 때의 에피소드다.

어느 취재원이나 취재에 나선 현장에 가노라면 “ㅇㅇ회지?”라는 질문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들어야 했다. 맨 처음엔 반항적으로 “ㅇㅇ횝니다!”라고 답변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정색하며 맞이한 생경한 광경들이 스쳐간다.

자신의 직접적인 후배가 아니라는 얘기여서, 애써 그 상황을 모면하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어 내가 억지 웃음을 짓거나 그 애매한 시간을 넘겨야 할 때도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군산시청이나 시의회는 물론이고 시의장, 시장, 국회의원 등을 배출한 학교가 군산(중)고의 동문들이었다.

대부분 그분들은 지역에서 열심히 취재한다는 이유로 직접 후배는 아니었지만 따스하게 맞이해줘 긴 인연을 쌓아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학교 선배들에게 매우 미안한 얘기지만 그런 시간들이 바로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선배님의 덕을 보지 못한 필자는 시샘과 부러움만 가득했던 상황, 그런 아련한 기억들이 다시 만남 100주년 역사의 한페이지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는 듯 하다.

도내 일간지 퇴직 후 지역신문에서 만난 분도 군산언론의 산증인 K선배님(얼마 전 유명을 달리하셨지만)이셨다. 그분의 기억과 경험들을 통해 정확한 향토사를 기록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분의 품위있는 언어들이 여전히 귓가를 때리는 것은 왜 일까.

노자는 “운명은 우리를 가족으로 만들고, 선택은 우리를 친구로 만든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우리의 가족 관계는 운명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우정은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원용해자면 이런 말도 가능할 듯 싶다. 운명은 (우리가)동문이 되지 못했지만 우린 군산에서 졸업한 만큼 귀중한 친구(이웃 사촌)로 만들어졌다고 말이다.

군산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 경제적인 측면이나 수도권 위주 발전 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런 것같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100년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자세로 서로 경쟁하되 가까운 이웃으로 아껴주고 존중하는 지혜를 모으면 군산의 새시대를 열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의 새로운 1세기에도 군산중·고 파이팅!, 파이팅(!)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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