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욱의 望市作記] 거세진 ‘女風堂堂'과 얇아진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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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의 望市作記] 거세진 ‘女風堂堂'과 얇아진 '유리천장’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2.10.25 15:33
  • 기사수정 2022-10-2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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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부시장· 소방서장· 교육장· 각급 학교장 등 지역 잇단 부임
우리 사회 곳곳의 도전은 진행형… 아직 현실의 벽과 차별 여전
여성의 리더십 기대감…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깐깐한 업무스타일
조직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궁금
사진=투데이 군산DB
사진=투데이 군산DB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한때 금녀(禁女)의 벽에 대한 도전과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는 표현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를 ‘여성의 유리천장 깨기’를 넘어 ‘여풍당당(女風堂堂)’이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는 표현 다름 아니다.

언젠가부터 여성의 직업적 또는 사회적인 한계를 나타나는 의미하는 말이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란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얼마 전 작고한 매릴린 로든이 1978년 한 여성단체가 주최한 직장여성 박람회 토론장에서 처음 이 말을 썼다. 만 31세 직장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만들어낸 그 은유는 직관적이고도 적확한 상징의 힘으로 8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도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이 표현에 대한 도전장들이 군산시와 주요 관공서 등에서 이어지고 있어 지역사회가 그 기대감으로 고무되고 있다.

그 상징적인 신호탄이 최근 군산시 사상 최초 여성 부시장의 등장이다.

그 주인공이 50대 초반의 김미정 부시장(직전 전북도 자치행정국장)인데, 해방 이래 군산시와 옥구군을 통틀어 77년 만에 첫 여성 부단체장이 탄생했다.

전주가 고향인 김 부시장은 전북대 사대부고와 서울대(소비자아동학) 등을 졸업한 뒤 2000년 전주시 지방행정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전북도 미래산업과장과 다문화교류과장· 문화예술과장· 자치행정과장 등을 거쳤고, 일자리정책관· 정책기획관· 인재개발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앞서 남성의 전유물처럼 느꼈던 군산소방서장에 군산 출신인 전미희 서장이 지난해 6월 말이후 근무하고 있다. 최근엔 전 서장의 고교동창 박경희 군산교육장까지 취임한 상태다.

주요 기관장급 여성인사가 군산에 3명이나 등장한 것이다.

군산시청도 작년 초 첫 여성국장(서기관)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여성 과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여성 공직자들의 비율이 과반을 훌쩍 넘은 만큼 이들의 의미있는 노크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의 여성주도적인 역할은 해당 조직을 청렴하게 만들고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평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깐깐한 업무 스타일은 기존 남성중심의 권위주의시대와 전혀 다른 조직 분위기를 연출, 공직사회가 대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서막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유리천장 속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리천장지수에서 10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146개국의 정치·경제·교육·건강 분야의 성별 격차를 종합한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 2022’를 7월 12일 공개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2022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1)’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89(1에 가까울수록 평등)로 146개국 중 하위권인 99위를 기록했다.

특히 고위직‧관리직 여성 비율은 16.27%로 세계 125위에 그쳤고, 정치 부문에서 여성의 의회진출은 104위를, 여성 장관의 비율은 58위를 기록했다.

만년의 매릴린 로든은 ‘유리 천장’이 자신보다 오래 버티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는데 우리사회의 현주소가 더욱 아쉬울 뿐이다.

최근 각종 선거 등과 같은 정치적인 의미의 젠더갈등이 강화 또는 재확산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작금의 사회가 어디로 갈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군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풍당당의 사례들이 찻잔 속의 태풍을 넘어 조만간 전국을 강타하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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