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14] 군산 근대 문화의 보고(寶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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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14] 군산 근대 문화의 보고(寶庫)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1.04.06 10:59
  • 기사수정 2022-01-1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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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역사박물관 속 건물…미즈카페‧ 옛 18은행‧ 옛 조선은행 등 벨트화지역
‘관광객들의 대표 사진촬영지’ 옛 군산세관… 주변 미니 행정타운 위상 톡톡
지역 대표 캐릭터 ‘먹방이의 신화’ 인문학 창고 정담… 민관의 상생 롤모델

내항을 끼고 몇 걸음만 옮기면 항만과 관련된 관공서 등 근대역사의 보고들이 수두룩하다.

과거 국제항으로서 군산항의 위상과 맞물려 있었던 곳이다.

군산세관을 비롯한 옛 군산해양수산청, 국립군산검역소(질병관리청 산하 호남권질병대응센터), 신축된 한전 군산지사 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옛 군산해양수산청은 1899년 군산개항과 함께 여러 이름으로 변화를 거듭하다가 시설 노후와 비좁은 환경 때문에 소룡동으로 신청사를 이전했다. 2003년 6월 착공, 2004년 12월 13일 청사를 이전했다. 4,892㎡ 부지에 지상 3층 규모의 현 청사에는 서해수산연구소 군산갯벌연구센터가 함께 입주해 있다.

이들 관공서 이외에도 전국의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 곳이 있다.

근대역사박물관/사진=군산시
근대역사박물관/사진=군산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및 박물관벨트화지역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그 주인공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건립되기 전에 적지를 놓고 몇 차례에 걸쳐 옥신각신하듯 논란을 벌이다가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2007년 공사를 시작해서 2011년 9월 30일에 개관했다.

이 건물은 부지면적 8,348㎡(2,525평), 연면적 4,248㎡(1,285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사업비 182억원이 소요됐다.

이곳과 그 주변을 연결, 구축하는 사업을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및 벨트화 지역이라 부르고 있다.

한때 이곳을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만도 1~ 200만명은 족히 될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객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2년째 계속된 코로나 19 때문. 안타깝게도 최근엔 문을 닫았다가 제한적으로 열기를 반복하는 상황 속에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모토로 과거 무역항이자 해상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함께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함으로써 서해 물류 유통의 천년, 세계로 뻗어 가는 국제무역항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건립된 박물관.

이곳은 군산의 근대문화와 해양문화를 주제로 하는 특화 박물관이자 지역박물관으로서 방문객들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민은 물론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층 해양물류역사관은 ‘국제무역항 군산’ ‘삶과 문화’ ‘해상유통의 중심’ ‘해상유통의 전성기’ ‘근현대의 무역’ ‘바다와 문화’로 구성했다. 각 연출 공간에 관련 유물과 영상을 배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맞은편에는 어린이체험관과 수장고로 구성했다.

2층은 개인이나 단체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대해 기증자의 뜻을 기리는 기증자전시실, 그리고 의병장 임병찬 장군의 고향, 한강이남 최초 3·5만세운동과 전국 최대 농민항쟁이 있었던 민족저항의 도시, 전북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고장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독립영웅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은 ‘근대생활관: 1930년 9월, 군산의 거리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일제의 강압적 통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치열한 삶을 살았던 군산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각 연출 공간에는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재현한 잡화점, 고무신상점, 인력거조합 등이 조성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이외의 공간으로는 군산세관 및 옛 군산세관 본관(호남관세박물관), 장미갤러리, 옛 미즈상사(미즈카페), 옛 일본 18은행 군산지점(근대미술관),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근대건축관) 등 군산의 근대건축물군(群)이 있다.

△ 미즈카페는 일제강점기 무역회사로 사용되던 건물로 당시 일본인이 운영한 미즈상사의 현재형이다.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해 판매한 회사였던 미즈상사는 한때 은행 건물로 이용됐고, 해방 후 검역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전 및 보수 복원해 여행객들이 잠시 쉬고 즐길 수 있는 북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 장미갤러리는 일제강점기의 용도나 기능을 확인할 수 없는 건물이지만 해방 후 위락시설로 사용됐다. 2013년 보수복원과정을 거쳐 현재 체험학습 및 예술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근대미술관은 옛 18은행 군산지점의 다른 이름이다. 이곳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둔 일본 지방은행 군산지점으로 1907년 당시 일곱 번째 건립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으로 일제강점기 초반에 지어진 은행 건축물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 장미공연장은 쌀 곳간을 의미하는 장미동에 위치한 건축물이다. 1930년대 조선 미곡창고 주식회사에서 쌀을 보관했던 창고였다. 2012년 다목적 공연장으로 개‧ 보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군산근대건축관은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의 새로운 이름이다. 한때 유흥업소로 활용되다가 방치된 건물을 벨트화사업을 하면서 리모델링했다. / 사진= 군산시청 제공
군산근대건축관은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의 새로운 이름이다. 한때 유흥업소로 활용되다가 방치된 건물을 벨트화사업을 하면서 리모델링했다. / 사진= 군산시청 제공

 

△ 근대건축관은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다.

일본인 건축가 나까무라 요시헤이에 의해 설계됐고 중국인에 의해 시공됐단다.

지붕 모양은 일본 장군의 투구모양을 본을 딴 우진각 형식, 중간에 고창을 설치하여 자연채광은 물론 주변을 감시하는 역할도 했다. 2층의 외관 달리 본래 높이는 4층 건물이다.

나이트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로 이용되다가 방치된 건물이었지만 근대벨트화사업으로 리모델링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 서양 고전주의 국내 3대 건축물

‘옛 군산세관’ …사적 제545호

옛 군산세관/사진=투데이 군산 DB
옛 군산세관/사진=투데이 군산 DB

 

옛 서울역,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우리나라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가 옛 군산세관 건물이다.

전경을 보면 데칼코마니(전사(轉寫)를 의미하며 근대회화에서 사용한 한 가지 방법)처럼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고 뒤편도 마찬가지다.

이런 역사적인 건물이어서 군산을 찾은 관광객들의 단골 사진 촬영코스로도 유명하다. 일부 근대기를 담은 영화에서 촬영되는 바람에 압권을 자랑하고 있다.

사적 제545호. 군산항이 개항된 것은 1899년(광무 3) 5월 1일인데, 개항과 더불어 조계(租界)조약이 체결되고 개항장이 설치되면서, 군산에는 옥구감리서 외에 일본 목포영사관 군산분관이 설치되었다. 또한 경무서(警務署)와 해관(海關) 등이 설치됐다.

해관에서는 세관업무와 밀수출입행위를 방지하고 선박의 출입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했었다. 당시 군산해관은 인천해관의 관할이었다. 1906년(광무 10) 인천해관 군산지사를 설립하고 청사 건립을 계획하였는데, 이 건물은 탁지부 건축소 산하 임시세관 공사부의 계획에 따라 1908년(융희 2) 6월 20일에 준공됐다.

양식을 가미한 서양풍 건축으로서, 외관은 적벽돌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입구나 박공부에 부분적으로 화강석을 사용하여 입면에 변화를 주었다. 전체적으로 입면과 평면은 대칭적 형태이다.

평면은 중앙의 현관을 들어서면 포와이에(foyer: 로비) 뒤로 내부 중심부에 커다란 홀이 있고, 홀 주위에는 실들이 거의 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중앙 홀에는 벽난로가 시설되어 있을 뿐 아니라 천장고도 매우 높아 연회 등 공공 행사를 치르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 건물의 특징은 지붕의 다양한 처리에 있다. 천연슬레이트와 동판으로 마감된 지붕은 우진각 형태와 박공지붕이 혼합된 모습이다. 전면 현관 상부는 완만한 곡선의 아치를 만들고 뒤쪽에 다시 박공벽을 구성하여 높은 지붕면과 박공면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후면은 전면과 같이 좌우측 끝에 낮은 박공지붕을 만들었으나 그 옆에 돌출된 포치(porch: 건물 입구의 지붕이 있는 구조물)를 구성하였으며, 지붕 중앙부에는 벽난로 굴뚝이 올라와 있다. 전체적으로 대칭적 모습이고 내부는 많은 부분이 개조되었으나, 다채로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전라북도 기념물 제87호였던 옛 군산세관은 2018년 8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5호로 승격된 바 있다.

 

옛 군산세관 창고의 인문학 창고 ‘정담’

군산문화협동조합 혼신의 노력 돋보여

카페 '정담'/사진=투데이 군산 DB
카페 '정담'/사진=투데이 군산 DB

 

이 건물의 뒤편에는 있는 옛 군산세관 창고는 밀수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다 지금은 도시재생을 통해 카페로 재탄생했다.

이 카페의 이름은 인문학 창고 ‘정담’.

이 창고 건물은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트러스 구조의 건축물(1908년)이라고 한다.

이곳을 기반으로 군산 대표는 물론 전국적인 캐릭터로 발돋움을 하고있는 ‘먹방이와 친구들’의 인기가 날로 비상하고 있다.

군산문화협동조합 ‘G로컬아이’는 2016년 10월 소상공인이나 문화계 인사 등 지역의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지역발전과 문화산업 창달을 위해 만든 순수민간단체다. ‘G로컬아이’는 출범 몇 년 만에 지역홍보대사는 물론 여느 지역협동조합 등에서 보기 드문 활동과 활약을 하고 있다.

‘먹방이와 친구들’이란 이름의 유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대한제국시대인 1900년 초 군산세관 세관사로 부임한 프랑스인 라포트는 자신의 애완견 프렌치 불독을 데려왔는데, 당시 군산의 조선인들은 돼지코를 닮은 이 개를 가리켜 ‘먹성 좋게 생긴 개’라고 불렀단다. 철저하게 숨겨진 그를 찾아낸 것도 ‘G로컬아이’의 노력 덕분.

프랑스 대사관과 각종 자료집을 찾아 전설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서 근거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관련 행사를 위해 프랑스 대사까지 초청,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역할도 톡톡히 했다.

‘먹성 좋게 생긴 개’라 불리었던 라포트의 애완견 ‘프렌치 불독’은 2016년 말 군산문화협동조합 ‘G로컬아이’에 의해 근대의 의미를 담은 지역 대표 캐릭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G로컬아이’는 수년 전 먹방이와 친구들을 만든 이후 각종 공연과 군산시 홍보에 앞장서왔을 뿐 아니라 군산공항 내 캐릭터 조형물 설치를 합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G로컬아이’는 지역소상공인들이 무료로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군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뽀로로’ 등과 같은 캐릭터 상품이 아닌 지역 캐릭터인 ‘먹방이와 친구들’을 이용해 소상공인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G로컬아이’가 지역 캐릭터산업에 열정을 보인 것은 일본 쿠(구)마모토의 ‘쿠마몬’이나 국내 공주시의 ‘고마곰’ 수원시 ‘수원이’(청개구리 스토리텔링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먹방이와 친구들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먹방이와 친구들은 군산대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옛 군산세관 창고 정담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음악, 문학, 미술,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강연을 통해 시민과 함께 하는 소통‧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카롱 먹방이, 먹빵, 먹빵 호두과자 등을 잇따라 출시하는 한편 지역생산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생산품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반응은 대단하다. 군산 내부보다는 외부, 관광객들과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등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올핸 2년째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힘겨운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카페 정담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또 ‘군산으로 가요’ 뮤직비디오를 제작 보급한데이어 2017년 지역특화콘텐츠 공모사업에 선정, ‘먹방이와 친구들과 함께 떠난 시간여행’ 3D 애니메이션 출시 등을 통해 2019년 2월 대한민국 토이 어워드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먹방이와 친구들을 소재로 한 프로젝트가 전북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2019 군산예술‧ 콘텐츠 스테이션 사업- 성장 레벨업’분야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는 ‘포켓몬 GO’ 열풍으로 속초지역에 관광객이 급증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먹방이와 친구들을 소재로 한 ‘AR 근대 투어 게임’을 제시했다.

인문학 창고 정담의 성공스토리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은 군산문화협동조합원들과 군산대 관계자, 박형철 이사장, 군산세관의 관계자들일 것이다.

박 이사장은 수년 동안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이곳을 홍보하고 전국명소로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각종 아이디어를 내느라 백방으로 군산은 물론 전국으로 뛰고 또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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