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용의 Issue 群山] 선유대교를 막아야 ‘선유낙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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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용의 Issue 群山] 선유대교를 막아야 ‘선유낙조’가 보인다
  • 조동용 전북도의원
  • 승인 2020.12.21 07:39
  • 기사수정 2022-01-17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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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용 도의원(군산 3선거구)
조동용 도의원(군산 3선거구)

붉게 타들어가는 선유도의 ‘낙조’는 자연이 주는 예술이다.

고군산군도를 다 돌지 않고 ‘선유낙조’ 한 곳만 보고와도 그 황홀경이 잊혀 지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선유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선유대교가 놓아지면서이다.

고군산군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디즈니월드의 호화스러움이나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의 수려함을 상상하면서 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유대교로 진입하는 많은 차량행렬은 고군산군도의 섬세함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주말에는 서너 시간을 선유도 대교위에서 밀리는 차와 씨름하면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고군산군도를 빠져 나오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기술과 문명의 무한한 성장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1810년대 영국 섬유노동자들은 기계가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기계를 파괴하였던 러다이트운동을 일으켰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섬들을 편하게 보기 위해서 오랜 시간 끝에 선유대교를 만들었다. 준비가 덜 된 선유대교의 개통은 편하게 고군산군도를 들어갔지만 낭만과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말았다.

필자는 선유대교를 만들 당시에 상업용 차량과 마을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여행객의 차량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차들은 거침없이 선유대교를 건너갔고, 부족한 주차시설, 편도 1차로의 좁은 다리, 주민들의 낮은 서비스의식, 턱없이 비싼 음식 값 등은 두 번 다시 선유대교를 건너가고 싶지 않은 다리가 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지금이라도 선유대교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선유낙조’가 살고, 선유8경까지 보고 싶어지고, 고군산군도 전체를 여행하고 싶어질 것이다.

세계는 오버투어리즘시대로 변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은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주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페루는 마추픽추 방문객을 하루 2500명으로 제한하는 등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억제하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대교를 넘어서 총사업비 398억원이 들어가는 ‘광역해양레저체험복합단지’계획을 오는 2023년 준공 목표로 최근 기본 계획 및 인허가 용역이 착수했다.

그 외에도 국내 최장 케이블카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는 관광객이 놀고,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이 불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군산군도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굳이 오버투어리즘을 얘기하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짜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전주의 한옥마을과 군산의 근대역사지구의 여행객이 벌써 급감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고군산군도를 지속가능한 대표 여행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장기적으로는, 선유대교에 일반 승용차 진입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시도 부근에 대형주차장을 두어야 한다. 고군산군도를 진입하는 모든 여행객은 셔틀이나 모노레일을 이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선유대교를 이용하는 차량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 하루 들어갈 수 있는 차량을 카운팅해서 통제해야 한다.

그 외에도 선유도주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탕주의 식의 음식 값을 낮추고 서비스마인드 개선을 위해 행정과 주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선유대교를 막아야 비로소 ‘선유낙조’가 보이게 됨을 기대해 본다.

 

사진=군산시
사진=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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