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맛의 원류 째보선창 …원조 논쟁 아귀 요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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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맛의 원류 째보선창 …원조 논쟁 아귀 요리(16)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4.21 09:50
  • 기사수정 2022-01-14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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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 없는 칠색 진미…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귀한 몸
마산은 아구, 경남은 물꿩, 인천은 물텀벙, 군산 등 호남에선 아구 등 다르게 불려
군산 아구탕이 다소 밀리는 양상 아쉬워… 맛은 전국 최고 수준이란 평가
안강망의 연원은 아귀를 잡는 그물로 통용… 물텀벙은 한자로 ‘안강(鮟鱇)’
명품 아구 아구찜./출처=군산시
명품 아구 아구찜./출처=군산시
일품아구의 아구탕./출처=군산시
일품아구의 아구탕./출처=군산시

 

군산의 아귀탕(찜)이야 아구탕(찜)일까.

아귀탕(찜)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보통 아구탕으로 불린다.

이에 아귀탕(찜)의 탄생 과정을 살펴본 뒤 원조 논란에 따른 에피소드를 다뤄보고 그 맛에 빠져 보련다.

# 아귀탕(찜) 탄생… 과거 군산식 대 마산식 원조논란

아귀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계율을 깨는 악업(惡業)을 저질러 굶주림의 형벌을 받은 귀신을 일컫는 아귀(餓鬼)에서 나온 것으로 입이 몹시 크고 흉하게 생긴 모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큰 턱(顎, 악)과 위(胃, 위)를 가진 생김새를 지칭한 '악위(顎胃)'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아귀는 물꿩, 물텀벙, 망청어, 꺽정이 등의 방언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물텀벙은 모양이 흉측하고 못생겨서 그물에 잡히면 옛 어부들이 재수 없다고 바다에 텀벙 버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때 아귀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 내서 '물텀벙'이라 불렀다고 하니 아귀가 얼마나 천대를 받았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러나 생긴 모습과는 달리 아귀는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몸에 좋으며 무와 파 등의 야채와 함께 끓인 아귀탕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물컹물컹한 껍질은 씹을 때 묘한 감촉을 느낄 수 있고 흰색의 살은 매우 담백하다.

특히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식품의 하나인 프랑스의 푸아그라(집 거위 간 요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A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있다.

아귀는 늑골, 즉 갈비뼈가 없어 몸이 물컹물컹한데다 비늘도 없기 때문에 매우 미끄러워 도마에 올려놓고 조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아귀는 껍질과 간장, 아가미, 난소, 위, 꼬리지느러미, 볼때기 살 등 7가지 부분을 모두 요리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맛있는 계절은 겨울철인 12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이며, 몸 표면의 점액이 투명하고 냄새가 없는 것이 싱싱하다.

못생겨 천대받던 아귀는 1980~90년대 이후 들어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귀한 몸이 됐지만 자신의 이름은 여전히 본래 이름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부르짖어도 사람들의 입말은 요지부동이다. 아귀가 아닌 ‘아구’라는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마산은 아구, 경남은 물꿩, 인천은 물텀벙, 군산 등 호남에서는 아구 등으로 불린다.

물텀벙은 한자로 안강(鮟鱇)이다. 안강망은 아귀를 잡는 그물, 안강망어선은 아귀를 잡는 배라는 의미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로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남 마산은 아귀찜 원조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마산 바닷가 한 갯장어 식당에서 최초로 찜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그 시초라고 전해진다.

당시 마산항을 드나들던 어부들은 주변 식당에 아귀를 공짜로 갖다 줄 테니 요리해보라고 권했지만 식당마다 가치 없는 생산이라고 거들떠보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갯장어 식당 주인이 바닷가 담장위에 마른 상태로 버려져 있던 아귀에 된장과 고추장, 콩나물, 미나리, 파 등을 넣고 찜으로 만들어 어부들 술상에 안주로 올렸더니 반응이 좋아지자 아귀를 다루는 음식점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마산의 사례에서 보듯 군산에서의 아귀도 마찬가지 처지였을 것이다.

군산의 어부들도 이런 식으로 취급했을 것이지만 1970년대 들어, 아닌 그 시절에 군산의 음식점들도 이런 흐름으로 바뀌었을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째보선창의 어느 대폿집에서 이를 시도했을 것은 분명하다.

바닷가와 가깝고 항구였으니 비싼 생선보다는 가격이 싼 요리를 직접 하는 곳이었으니 말해 뭐하랴.

1990년대 마산과 원조전쟁에서는 패했지만 군산의 아귀탕 역사는 이에 못지않다. 그 역사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음식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패했다면 근대기에 훨씬 규모가 컸던 군산이 산업화과정에서 마산의 도시규모에 비해 추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인 규모가 큰 마산지역이 좀 더 상품화 노력한 결과물일 가능성은 높다. 이 때문에 마산은 지역 음식에 머물지 않고 1982년 전국체전 이후 전국으로 확산시켰던 것 같다.

이 결과와 관계없이 군산이 원조전쟁을 당당하게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요리법에 근거한다.

군산식 아귀찜은 생아귀를 쓰고 미나리를 듬뿍 넣는 반면 마산 아귀찜은 건아귀에 콩나물을 넣어 만드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역의 한 식당에서 1960년대 후반 육수에 된장을 풀어 생물로 걸쭉하게 끓어 끌어낸 아귀탕이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군산 아귀요리에 출중한 경산옥도 유명 맛집 중 하나다.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의 아귀찜은 된장국물에 생물 아귀를 자작자작 졸인 위에 야채를 얹어낸다.

콩나물 대신 미나리와 부추, 얇게 썬 양파가 올라가고 간도 자극적이지 않고 양념도 그리 진하지 않지만 아귀의 선도가 워낙 좋아 맛있는 맛을 낸다.

이런 방식의 차이로 아귀찜을 놓고 군산과 마산은 신경전을 넘어 원조전쟁을 벌인 바 있다.

전반적인 지역세나 구체적인 준비를 해온 마산의 상표등록으로 끝났지만 군산의 맛도 전국적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다 원조 군산아구(2018년 1월), 수송아구(2016년 12월), 일품아구(2010년 3월), 우일식당(2001년 2월) 등도 유명하지만 군산의 일반 생선탕집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아귀탕과 아귀찜을 요리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쌓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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