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용의 세상 엿보기] 우영우 신드롬, 뿌듯함과 외로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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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용의 세상 엿보기] 우영우 신드롬, 뿌듯함과 외로움 사이
  • 조동용(前 전라북도 도의원)
  • 승인 2022.08.22 07:43
  • 기사수정 2022-08-22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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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용 전 도의원
조동용 전 도의원

고기능 스펙트럼 자폐 장애인이었던(미국의 템플 그랜딘교수) 실존 인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드라마로 탄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1%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우영우는 20%에 가까운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며,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은 연기능력에 호평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이런 반복적인 표현은 스펙트럼 자폐가 귀엽게 느껴지는 착시현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영우가 친구인 수연에게 대학 때부터 자신을 돌봐 주었던 이야기를 해 주는 대목은 친구에게 들을 수 있는 축복을 넘어서는 최대의 찬사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의 엔딩 장면에서 ‘뿌듯함’이라는 압축적인 표현으로 멋지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스펙트럼 자폐 장애인인 우영우 변호사는 ‘외로움’과 힘겹게 싸우며 장애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다.

모 장애인단체의 대표와 우연히 우영우 드라마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장애인의 현실과 너무나 달라서 절망적이라는 표현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모두 맞는 말이다. 어쩌면 장애를 가진 모든 장애인과 가족들은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 우영우라는 드라마는 따뜻함과 연민,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행복했었지만, 장애인 당사자는 어쩌면 미화된 장애인의 모습을 보면서 절망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는지 대다수 비장애인은 알기가 어렵다.우영우 드라마를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장애인에게 교육받을 권리, 일할 수 있는 권리, 결혼해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더 촘촘하게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장애 인권 감수성이 부족해 혹시라도 차별적인 시각으로 보지는 않았는지 나를 먼저 성찰하는 계기도 되었다.

최근 더불어 민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 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국민의 힘도 곧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확인한 것은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거나 힘들게 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대다수 모바일 투표 방식이어서 청각 장애인의 경우 음성 인식을 못하니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OECD GDP 순위 10위 국가라는 우리나라의 거대 양당의 수준이 이러하니 장애인에 대한 정책 또한 많이 부족하다. 얼마 전 대한항공이 발달장애인 아이를 탑승 거부한 사건이나, 장애인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위한 교통수단의 부족 등 너무 많은 개선과제가 놓여 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수는 266만 8,411명으로 전체 인구의 5.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선천적인 장애인의 경우는 10% 정도로 추정된다. 장애인 10명 중 9명은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분석이다. 자신은 장애와 무관할 것이라 믿는 비장애인도 산업재해, 교통사고, 질병 등 언제 어떤 이유로 장애를 입을지 모르는 ‘잠재적 장애인’인 셈이다.

장애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다. 장애인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며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출근길 지하철 지연 시위를 굳이 할 필요도 없이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정부예산과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구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오로지 내 안위만 챙겨야 겨우 손해 보지 않을 것만 같은 각박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드라마 우영우를 통해서 우리와 조금 다른 이들을 볼 때 다름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좋겠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다름을 자연스럽게 인정할 때 비로소 성숙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우리 사회는 아직 뿌듯함과 외로움 사이에서의 괴리가 너무 크다. 우영우변호사처럼 멋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꿈, 그런 사회를 터무니없는 공상의 세상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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