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167] 자연이 숨쉬는 ‘청암산’과 ‘군산호수’

자연 그대로의 속살 보존한 어우러진 힐링의 메카 45년의 침묵을 깨고 시민 품에 안긴 생태의 낙원 인근 초등학생들의 소풍 오랜 단골 코스 중 단연

2026-10-23     정영욱 기자
청암산 생태관광 명소화 사업

옥산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혼의 짝과 같은 공간은 단연 청암산(214m).

조선시대 이전에는 푸른 산이라는 뜻의 ‘취암산(翠岩산)’으로 불렸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청암산’으로 불리게 된 이 산은 거대한 인공호수인 군산호수를 품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 청암산 일대가 과거 45년 동안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의 발길과 인적이 철저히 통제된 채 자연 그대로의 속살을 보존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8년 비로소 베일이 벗겨지며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이곳은, 오늘날 전북을 대표하는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손꼽힌다.

청암산 둘레길과 수변로를 걷다 보면 발걸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호수를 에워싼 완만한 흙길은 바쁜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듯 포근하고, 길목마다 마주하는 대나무 숲길(죽향길)은 사각사각 청량한 바람 소리로 손님을 맞이한다.

특히 호숫가 주변으로 수백 그루의 왕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습지와 여름철 수면 위로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연꽃 및 가시연꽃 군락은 마치 화폭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생명력이 숨 쉬는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이런 공간이어선지 몰라도 인근 옥산초교와 당북초교, 회현면 지역의 단골 소풍코스 중 하나로 이들 학교의 졸업생들에겐 무엇보다 추억들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한때 정작 청암산 숲속 깊이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 주변의 옥산면 들판이나 저수지 하류 제방 근처로 봄·가을 소풍을 갔던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재잘거리된 어린 초등학생들의 목소리와 재미난 보물찾기, 장기자랑 등이 추억의 파노라마 속에 빛바랜 스크린 장면처럼 스쳐간다.

# 자연이 빚어낸 순수한 터전

군산에 천연기념물인 독수리와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삵과 수달의 흔적이 확인됐다. 사진은 청암산 전경/사진=군산시

옥산면의 자연은 비단 청암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지막한 구릉과 들판이 평화롭게 어우러진 옥산면 일대는 옛 선조들의 삶의 자취와 충절의 기개가 깃들어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면내 곳곳에는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유적들과 이야기들이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비록 화려한 대도시의 번잡함은 없지만 땅에 뿌리내린 고요한 역사와 충절의 정신은 옥산면의 깊이 있는 매력을 완성하는 뿌리 역할을 한다.

자연의 순응 속에서 의를 지키고 삶을 일궈온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은 옥산을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큰 감동을 안겨준다.

# 에코 힐링의 메카와 추억의 기억물

한국과 베트남 합작 웹드라마 '수상한 한류스타'가 청암산 갈대를 배경으로 마지막 촬영을 벌이고 있다./사진 제공=전북도

도시의 열기와 스트레스를 피해 옥산면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거대한 ‘힐링 캠프’다.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태학습장과 숲속 놀이터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활기를 띤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과 물흙내음이 반기는 계절, 옥산면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과 순수한 자연을 되찾는 여정과도 같다.

자연의 원시성을 간직한 푸른 산과 호수, 그리고 그윽한 역사의 향기가 공존하는 이번 주말엔 태고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옥산면의 품에서 맑은 바람과 함께 깊은 휴식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매년 이맘때면 온 나라가 들썩이는 소풍의 계절.

60~7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면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재미난 소풍 현장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 속으로 들어가 그 시절 추억에 빠져보자.

▷장면 1 ‘행군 대행렬’

새벽부터 온 동네 음식 냄새를 진동시키며 시작된 소풍 당일의 행사(?)는 시작부터 비장했다. (요즘 아이들처럼 으리으리한 대형버스는 여행 언감생심!)

전국의 코흘리개 어린이들은 묵직한 배낭을 짊어지고 인근 야산 등을 향해 먼 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현장 최선두에서 포착된 한 담임 교사는 “오와 열! 똑바로 맞춥니다!”를 외치며 호루라기를 불어댔고, 대열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행군(?)을 보이는 듯 했다.

어깨는 부서질 것 같고 콧물은 찔찔 흘렀지만, 짝꿍과 머리를 맞대고 재잘거리는 순간 고통은 녹아내리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장면 2 ‘보물찾기’… ‘이번에도 꽝! 아~ 아!’ 인생 좌절(?)

목적지 도착과 동시에 현장은 전면전으로 돌변했다. 선생님들이 전날 밤 남몰래 숨겨놓은 하얀 종이 쪽지, 이른바 ‘보물’을 찾기 위한 아이들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큰 돌멩이 밑을 뒤지다 지렁이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나무껍질을 맨손으로 뜯어내며 “여기에 있을까?!”를 부르짖는 처절한 수색 작전이 펼쳐졌다.

흙투성이가 되어 울상 짓는 아이들이 속출한 반면, 나뭇가지 사이에 낀 하얀 종이를 극적으로 발견해 펼쳐본 순간, [공책] 또는 [연필]이라는 글자를 마주한 천운의 사나이(?)들은 선생님 앞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상품을 손에 쥐고 어깨가 으쓱해진 오랜 친구들의 기세등등한 표정들….

▷장면 3 ‘플래시 세례에 얼어붙은 꼬마들’

1960년 10월의 소풍. / 사진= 옥산초 졸업생 제공

소풍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영원한 마스코트, ‘사진사 아저씨’였다. 커다란 삼각대와 목에 건 투박한 카메라의 등장만으로도 오늘은 평범한 날이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평소 귀하게 사진을 찍던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일동 차렷, 깁스를 한 듯 뻣뻣하게 굳어졌다.

사진사 아저씨의 “자, 김~치!” 구호에 맞춰 어깨동무를 하고 찰칵!

이날 찍힌 흑백 혹은 빛바랜 컬러 사진 한 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의 가슴속을 지키는 오랜 기억 속 최고의 타임캡슐로 기록돼 그 시절을 추억하고 기억에 잠기는 추억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