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 165] ‘태고의 비경’ 옥산면의 유래

구슬 ‘옥(玉)’ 자와 메 ‘산(山)’ 자가 어우러진 이름 조선유학의 고장‧ 시인의 영감이 흐르는 동네 옥산초등학교‘ 염의서원 등 배움의 터로 우뚝

2026-10-07     정영욱 기자
청암산 가을 풍경/사진 출처=군산시

도심에서 차로 10분, 아니 15분만 달리면 복잡한 콘크리트 숲과 일상의 소음이 멀어지고, 거짓말처럼 싱그러운 초록빛 물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구슬이 흩뿌려진 듯 아름다운 산줄기와 호수가 어우러진 곳, 바로 군산시 ‘옥산면(玉山面)’이다.

구슬 ‘옥(玉)’ 자와 메 ‘산(山)’ 자가 어우러진 이름처럼, 이곳은 맑은 산줄기와 호수가 빚어내는 풍광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곳이다.

하지만 옥산면의 진가는 단순히 빼어난 자연경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만경강 일대를 지키던 성곽 터(조선시대 박지산성)부터 조선 유학의 정신이 서린 서원, 한 세기 가까이 아이들의 웃음이 피어오르는 배움터, 그리고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의 생가까지…

물론 주변에는 아름다운 야산들로 이뤄져 휴식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어 지친 도시인들이 이곳저곳에 둥지를 틀 듯 안식처로 활용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옥산면은 발길 닿는 곳마다 깊은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는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다.

# ‘흰 돌이 품은 지명’ 옥산면의 유래… 순수 우리말 ‘돐뫼’

옥산면 외류마을/사진=군산시

옥산면은 현재 옥산리, 남내리, 쌍봉리, 당북리, 금성리 등 5개 리를 품고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옥산(玉山)’이라는 명칭의 뿌리는 대려동 북쪽에 위치한 작은 산 꼭대기에 ‘흰 돌’이 있다는 데서 유래한다.

우리말로는 ‘돐뫼’로 표기되었으며, 세월이 흐르며 ‘돌머리’, ‘돌메’ 등으로 구전되었다. 특히 ‘돌머리’는 쌍봉리 봉서 마을의 옛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현지 주민들의 입에서 따뜻하게 불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옥산(玉山)’은 조선시대 옥구현의 고을 중 하나였단다. 관련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여지도서 등의 고문헌에서 그 자취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옥산리’라는 행정구역 단위 지명은 조선 후기 문헌에서는 확인되지 않으며,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개편을 기록한 ‘신구 대조’에서 옥산면 신설과 함께 비로소 역사에 등장한다.

원래 전라북도 옥구군에 속해 있던 이 지역은 과거 군산천의 산 이름인 박지산에서 유래한 ‘박지산면’ 혹은 줄여서 ‘박면’으로 불렸다.

당시에는 박박리, 외류리, 내류리, 대려리, 여로리, 석교리, 구성리, 남내리, 지경리, 봉황리, 북내리, 산정리, 평사리, 접산리, 내사리, 삼수리, 회안리, 개정리 등 무려 18개 동리를 아우르는 넓은 터전이었다.

이후 1910년 군산부에 편입됐다.

1914년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 때 동면 일부, 임피군 서삼면 일부, 서사면 금동리 일부가 통합되면서 현재의 옥구군 옥산면으로 틀을 갖추게 되었다.

나아가 도시 팽창과 행정구역 조정에 따라 1972년 7월 지곡리와 사정리가 군산시에 편입되었고, 1995년 군산시와 옥구군의 도농통합을 거쳐 오늘날의 ‘군산시 옥산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 켜켜이 쌓인 역사의 ‘박지산성’과 ‘염의서원’

옥산면의 지형과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곳이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이자 학문과 충절의 고장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금성리에 지긋이 자리한 박지산성 터(朴只山城址)는 그 오랜 역사의 증거다. 만경강 일대를 통해 침입하는 왜구와 외적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에 축조된 이 산성은 오늘날 아스라이 흔적만 남았으나 옛 선조들이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발걸음을 당북리로 옮기면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깊은 숨결인 염의서원(廉義書院)이 고즈넉한 자태를 드러낸다.

조선 숙종 11년(1685년)에 창건되어 고결한 학문과 충절을 기려온 이곳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라는 거센 역사의 풍파 속에서도 지역 유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꼲꼲하게 지켜왔다.

통일신라시대의 위대한 대학자 고운 최치원을 비롯해 군산지역의 학문 발전에 공헌한 선현들을 배향하고 있는 염의서원은, 옥산면이 지닌 정신적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 약 1백 역사의 ‘옥산초등학교’

옥산초등학교 전경. / 사진= 투데이군산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이 고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따뜻한 공간은 바로 옥산초등학교다.

1928년에 개교하여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옥산초등학교는 수많은 졸업생을 품어 안으며 지역 공동체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도시의 거대 학교들과는 달리 아담하고 정겨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옥산면의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소중한 가교다. 선배가 후배에게 고향의 정을 대물림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 아스라한 추억이 학교 담벼락마다 고스란히 스며 있는 옥산초등학교.

이곳은 옥산면이 단지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한 생태 마을’임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한편 옥산면에는 옥산초등학교 이외에도 당북초등학교가 있다.

당북초등학교는 1949년 9월 1일 당북국민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25일 개교했다.

신풍초등학교, 미룡초등학교, 옥산초등학교, 상평초등학교에서 2, 3, 4학년 학생을 편입시켜 5학급으로 편제했다. 80년대 이후 이농 현상과 농어촌 학교 취학 기피로 인해 학생 규모가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