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스크린 여행-③히로쓰가옥‧ 이영춘가옥] 영화 속 최애 무대

대표적 레트로‧ 시간여행지로 각광… 연령불문 필수코스 히로쓰 가옥… 장군의 아들 시리즈 등 시대작 단골 이영춘 가옥… 모래시계‧ 빙점 등 TV 대히트작 탄생

2026-09-21     정영욱 기자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워킹 투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 독보적인 풍광을 품은 군산의 일제강점기 가옥들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명품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무대가 되어주었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스크린을 수놓았던 그곳의 작품 속 이야기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그곳이 신흥동 일본식 가옥(일명 히로쓰 가옥)과 이영춘 가옥이다.

# 신흥동 일본식 가옥… 2005년 6월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83호 지정

‘장군의 아들’부터 ‘타짜’ ‘바람의 파이터’ ‘범죄와의 전쟁’ 등까지

신흥동 일본식 가옥/사진=군산시 제공

화려함 뒤에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한국 느와르와 시대극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의 무대’다.

임권택 감독의 대작 ‘장군의 아들’(1990)에서 협객 김두환을 비롯한 시대를 주름잡던 주먹들이 금방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올 듯한 생생한 기운이 이 가옥 구석구석에 밴 채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무가(武家)의 고급 주택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웅장한 목조 가옥은, 해방 이후와 근현대를 오가는 수많은 액션·시대극 감독들에게 최고의 로케이션 장소였다.

특히 양동근의 열연이 빛났던 영화 ‘바람의 파이터’(2004)나, 최민식·하정우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같은 작품들에서도 이 가옥이 지닌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결정적 장치로 활용되었다.

앞서 언급한 최동훈 감독의 명작 ‘타짜’(2006)에서 빈털터리가 된 고니(조승우)가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을 만나 인생의 스승을 마주하고 가르침을 얻는 등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서사 역시, 군산의 원도심과 이 가옥이 품은 레트로한 질감 덕분에 더욱 깊이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영화 ‘가비’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이 이곳을 거쳐 갔다.

# 눈물과 감동의 명드라마를 품은 곳, 이영춘 가옥

‘모래시계’ ‘빙점’ ‘야인시대’ 등의 명품 세트장 역할 톡톡

이영춘 가옥. / 사진=투데이군산

개정동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이영춘 가옥은 브라운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추억의 명작들이 거쳐 간 요람이다.

1995년 방영 당시 온 국민을 귀가시키며 ‘귀가 시계’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

극 중에서 강직하고 올곧은 검사로 분했던 강우석(박상원)이 처가이자 하숙집으로 삼아 고민을 나누던 바로 그 장소가 이영춘 가옥이다. 유럽식 이국적인 외관과 따뜻한 한식 온돌, 일본식 구조가 오묘하게 섞인 독특한 건축미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방영 당시 파격적인 스토리와 인간 본성의 딜레마를 다루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명작 드라마 ‘빙점’ 역시 이 가옥의 고풍스럽고도 쓸쓸한 분위기를 배경 삼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한 대서사시 드라마 ‘야인시대(방영 2002년7월~2003년 9월)’에서 극 중 인물의 저택 공간 등으로 등장하며, 한국 텔레비전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명작들이 모두 이 아늑한 공간을 거쳐 갔다.

건축 당시 서울 총독 관저와 건축 미학을 다퉜다는 일화처럼, 백두산 전나무와 최초의 미터법 도입 등 과학적·예술적 가치가 높을뿐더러 ‘한국의 슈바이처’ 이영춘 박사의 인술(仁術)의 흔적까지 깃들어 있는 이곳은,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우리 현대사의 깊은 숨결을 고스란히 품은 살아있는 무대다.

이영춘 가옥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로 지정됐고 이 건물을 짓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터법’을 사용해 건축사적 의미도 크다.

한편, 옛 군산개정병원을 설립한 쌍천 이영춘 박사(1903∼1980)는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고 교토제국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농촌 보건과 위생 분야의 선구자로 활동했다. 병원과 학교, 영아원 등 의료· 복지 시설을 세웠고 국내 최초로 양호실을 설치했으며 농민 의료보험제도 도입에도 힘썼다. 가난한 농촌에 만연했던 기생충 질환 퇴치에 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