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동 연립 3부: 민정이의 세계 #23] 돌아온 아이들
쉬는 시간이었다. 세나가 민정이 책상 앞에 섰다. "민정아." 민정이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삐뚤어진 집」을 보고 있었다. 소설에 빠진 듯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화났어?" 책을 훑던 눈길이 잠깐 멈췄다. "아니." 세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책상 모서리를 손톱으로 긁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민정이는 비아냥거렸다. "나는 원래 너희랑 안 맞잖아."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니야.” 민정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세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데려가려고 했어." "거짓말." "진짜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교실 뒤에서는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며 웃고 있었고, 창문 밖 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세나가 한숨처럼 말했다. "오빠들이 싫대." "왜." "애들도 그랬어. 너는 절대 안 할 거라고." 민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나는 괜히 치마 주름을 손으로 폈다가 다시 구겼다. "민정아." "왜." 세나는 잠시 망설였다. "나…. 몸이 좀 이상해." 민정이는 세나를 바라봤다. "아프냐?"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병원 가 봐." 민정이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근데." "머?" "우리 일렀던 애들 있잖아." "...응." "걔네들 좀 혼내주고 싶어." 민정이는 세나를 바라봤다. 세나는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 번만.” 잠시 뜸을 들였다. “나 걔네 때문에 진짜 힘들었어" 그때 종이 울렸다. 아이들이 우르르 자리로 돌아갔다. 세나는 자기 책상으로 뛰어가며 뒤돌아 말했다. "오늘 끝나고 기다려 줘."
민정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나가 데리러 올 때까지 교실에 남아 있었다. 교문 밖을 나서자 하나둘 따라붙는 아이들. 전처럼 떠들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 민정이는 더는 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때 무리 중 한 아이가 말했다. “내가 쪽지 보냈어. 회관 뒤 만화방에서 만나자고.” 민정이는 한마디 했다. “야, 니네 오빠들한테 혼내달라고 해.” “아냐. 인제 다시는 안 만나기로 했어. 엄마가 감옥 보낸다고 했단 말이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이들이 먼저 만화방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 안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민정이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말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