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군 斷想] 十年無名 다름없는 '구시청 광장'…정체성 잃은 광장의 역사

2025-04-25     신수철 편집국장
'구시청 광장'/사진 출처=군산시

중앙로 한복판에 광장이 하나 있다.

2018년 말, 옛 시청 건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오가며 쉬고 만나는 열린 공간이 생겨났다.

어쩌면 이 공간은 군산에서는 유일하게 ‘광장’다운 '광장'일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공간, 공공성과 사회성, 역사성이 살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중한 공간은 십년 가까이 ‘구 시청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말 그대로, 예전에 시청이 있던 자리라는 뜻이다.

옛 도심 심장부에 자리 잡은 공간에 붙이기엔 너무 지난한 이름, 기억에 남기엔 너무 무미건조한 이름이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빛바랜 행정의 메모지 한 귀퉁이에 적힌 낙서를 읊조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름은 단지 명칭이 아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필사해 둔 것을 들춰봤더니 한 도시 건축가는 이렇게 말했다. “도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정체성을 말한다. 그리고 시민은 그 이름을 통해 공간과 감정을 연결한다.”

다른 도시들은 광장의 이름에 혼과 뜻을 담는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촛불과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고, 광주의 '5·18 민주광장'은 살아 있는 민중의 역사로서 자부심을 품고 있다.

전주에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문화의 중심지며, 지역 정체성과 역사의 상징을 담은 '풍남문 광장'이 있다.

이름 하나에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또 기쁨과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스며들었다. 그 이름 속엔 그곳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 숨결, 그리고 자존심도 함축적으로 담겼다.

사진=투데이 군산 DB

군산이라는 작은 도시의 그 광장에도 이름다운 이름이 필요하다.

‘구 시청 광장’은 단지 옛 시청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민들의 일상과 기억이 쌓인 곳이고, 군산의 변화와 삶이 맞닿은 장소다.

그렇기에 여전히 '구 시청 광장'이라 부르는 건, 군산 시민들의 기억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는 무례에 가깝다.

더 안타깝고, 화가나는 건 그 이름이 시민의 동의 없이, 그저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너무 쉽게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광장의 이름은 그 도시의 얼굴이며, 정체성이다.

그런데도 군산시는 무관심하다.

시장은, 또 시의원은 도로나 주차장을 만드는 일에는 앞장서면서도, 이름을 짓는 일엔 귀 귀울이지 않는다.

표(票)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는 기억으로 완성된다. 이름은 그 기억을 부르는 첫 마디다.

이제는 군산의 얼굴을 담은 이름, 군산을 기억할 수 있는 진짜 광장 이름을 가져야할 때다. 시민이 참여해 자신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오롯이 이름에 담아내야 한다.

기억을 부르는 이름, 도시를 닮은 이름을 가졌을 때 우리는 군산의 정체성을 새로이 써 내려갈 수 있다.

사진=투군 독자 제공
사진=투군 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