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76]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선 은파호수공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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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76]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선 은파호수공원(4)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2.06.2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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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유원지 지정→ 85년 국민관광지 지정→ 2005년 기반시설 본격화
90년대 중반 이후 20여의 아파트 단지 성곽 무색… 난개발 흑역사
2011년 행정소송 패소 후 환경문제 ‘흔들’… 보전의 과제 재대두

인간은 자연에 대한 도전을 통해 수많은 문명의 탄생과 발전시켜왔으나 그 부작용으로 환경문제를 낳았다.

군산시민들의 최대 휴식공원 ‘은파호수공원’ 역시 개발과 보존 과정에서 이런 흐름 속에서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곳은 천혜의 자연을 유지한 시절엔 그 아름다움으로 인간의 사랑을 받았고 도시화로 개발이 촉발된 땐 다양 편익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발의 시대엔 접어든 지, 30년도 되지 않아 거대한 개발의 늪 속에 빨려 들어가 천혜의 처녀림과 환경은 차츰 과거형으로 변하고 있다.

처음은 단순한 휴식공간이란 이름으로 시작됐으나 어느새 인간이 가까이 다가섬에 따라 지역개발의 핵심공간으로 변한 상황이다.

최근 무분별한 난개발로 우리 곁에서 그 아름다움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감만 가득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각종 개발용역이 난무하고 개발론자들의 발호로 도시계획규제의 칼날이 차츰 무뎌지면서 그 위기감만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보전의 견고한 틀은 만들어졌고 잘 작동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릴 것인지, 아니면 만시지탄의 자각이라도 해서 새로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지 기로 위에 선 것이다.

시민이면 이런 은파호수를 수없이 거닐었을 것이고 그곳을 오가면서 이곳의 미래상을 막연하게나마 그려보았을 것이리라.

# ‘최애의 시민휴식공간’ 은파호수공원의 보전의 역사

은파호수공원은 오랫동안 시민은 물론 우리 후손 등과 함께 할 공간이다.

이곳이 우리에게 의미있는 곳으로 다가온 시기는 아마 70년대 들어서면서인 것 같다.

수상상가 등이 들어서면서 초기 관광을 개념을 가미한 유원지란 모호한 단어로 포장됐다.

은파호수공원은 1976년 유원지로 지정되면서 그 개념이 새롭게 치장됐고, 1985년 다시 국민관광지란 이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90년대 들어서면서 시민의 진정한 휴식공원이란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원도심권에서 은파호수와 그 주변 지역으로의 팽창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도심팽창의 기본 흐름은 은파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 건립 붐과 맞물려 있다.

은파 주변에는 영창아파트와 나운동 서호아파트, 신일아파트 등 총 1,800여 세대가 들어왔고 롯데아파트, 해나지오아파트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도 이곳은 은파의 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자연경관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원과의 적당한(?) 이격거리가 유지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 아파트 건축 행렬은 더 가까이, 더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최근 대단지 아파트촌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형태로 변해 그야말로 어울리지 않은 상전벽해처럼 됐다.

그 중심공간이 미룡동과 지곡동이었다.

이에 시는 난개발에 대한 종합적인 해법 찾기에 나름 골몰했다.

그동안과 같은 개별적 또는 필지별 개발을 고수할 땐 필연적으로 지곡동 일원의 자연환경과 호수공원의 공간 훼손 등과 같은 극심한 난개발로 이어지는 만큼 계획적인 개발의 필요성을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늦은 감이 적지 않았다.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 조심스러운 행보를 해왔다.

그렇다고 시가 마냥 손을 놓은 것만은 아니다.

은파호수 주변에 대한 군산시의 로드맵은 2000년 들어 주변 음식점들을 집단화하면서 환경오염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었던 이들 지역 곳곳에 아파트와 음식점 등이 물밀 듯이 들어섰다.

이에 시는 2013년 7월부터 은파호수공원 내 지곡동과 미룡동 등 은파호수공원 내 제2종 일반주거지역 주변 5곳, 9만5,860㎡를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하는 극단적인 처방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은파호수공원 주변이 건축행위 등으로 녹지공간이 크게 훼손되면서 자연경관을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이곳을 자연경관지구로 묶어 3층 이하, 12m 이하 건축물만 지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반면 민간은 쉴새 없이 이에 대한 대응논리를 마련했다.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법리를 내세워 건축문제를 돌파했다.

토지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와 이미 개발이 진행된 곳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권익위가 민원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시가 적극 검토하라는 권고에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시가 이미 경관지구 지정을 위한 시기를 놓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했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아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이후 몇 차례의 행정(심판)소송에서 사유재산권 보장을 이유로 군산시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줬다.

# 은파호수의 수중생태계는

은파호수의 외형적인 난개발도 문제지만 수중 생태계의 경고음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 외래어종인 배스 등이 휩쓸면서 고유어종의 서식환경도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수중의 최상위 포식자인 강준치 급증 문제도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시가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외래어종 퇴치를 하지 않는다”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은파호수공원을 오가는 시민들이 강준치(왕어)와 베스의 비슷한 크기에 혼동해서 이를 포획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있다.

강준치는 토착어종이지만 식욕이 왕성해 토착어종의 씨를 말릴 만큼 엄청난 번식력 때문에 생테계 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다. 실제로 시는 퇴치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개체수 문제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더 큰 과제는 송파의 석촌호수와 같은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도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호수와 인접한 지역에 지속적인 대형아파트와 건물 등이 들어설 경우 석촌호수 주변의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 등에 따른 수위 급감 문제가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는 점이다.

# 환경보전 해법은… 수위와 수질 문제 등 고려한 환경적인 접근을

한번 파괴된 자연환경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그동안의 지상 중심의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을 넘어선 미래지향적인 안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다시 말해 은파호수의 이용과 개발에 있어 뚜렷한 로드맵 없이 각종 사업이 추진· 시행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고 나서 해법을 찾는다면 이미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군산시의 총체적인 고민이 절실하다.

군산시와 같은 호수를 끼고 있는 서울 송파구청은 좀 더 진일보한 듯하다.

송파구는 얼마전부터 ‘송파나루근린공원(석촌호수) 수질·수위 개선 및 명소(名所)화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 문제가 이슈화된 뒤 지방자치단체가 공식 발주한 유일한 안전점검 용역이다.

시도 은파호수의 수위 등 주변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해법 등을 면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은파호수가 어느 날 갑자기 수위가 낮아지면 군산시와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 취재 후기… ‘슬세권’의 은파호수 소중함 되새길 때

은파호수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환경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면 왜 은파호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을까.

아마도 시민들의 건강한 삶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내용을 다룬 것이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자료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숲에서 15분간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농도가 15.8% 감소하고 혈압이 2.1% 낮아진다는 보고다. 여기에 걷는 운동까지 더해지면 시민들은 숲에서 심리적 안정과 함께 체력 증진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단다.

이처럼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여가 공간을 마련해주는 도시 숲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육지부의 경우 역세권보다 숲세권 시세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잠실에서는 석촌호수공원 주변 오피스텔이 일대 오피스텔 가운데 가장 거래가가 높다는 후문이다.

부산에서는 군부대가 빠져나간 뒤 부산시민공원이 들어선 지역 주변부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 부산진구청은 시민공원이 주변 아파트 사유물이 되지 않도록 개방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다.

전통적으로 좋은 집의 요건이 되어 온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 ‘역세권(지하철역과 가까운 주거 권역)’, ‘학세권(주변에 좋은 학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주거 권역)’, ‘공세권’ 등의 힘은 실로 엄청난 것 같다. 이어 주거 공간의 친환경성(숲세권, 공세권)이 부동산의 가격 경쟁력을 올려주고 있는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철칙처럼 변하고 있다.

이에 산림청도 2020년 6월 이 같은 생활권 내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해 도시숲법을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도시숲법은 시민들이 도시숲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조성·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시민· 단체· 기업이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선도적으로 제주도가 법 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도시숲 조례를 제정했단다.

군산시도 경포천 등에 도시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은파호수공원 주변 숲에 대한 노력은 수변로 주변에 국한한 것 같아 왠지 아쉬움이 적지 않다.

관련 조례 제정은 물론 은파호수 주변의 숲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숲의 기능을 회복하고 다양한 수종의 숲들을 조성하는 것은 어떨까.

미래 어느 날, 헐벗고 훼손된 은파호수를 마주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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