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효자손'으로 일곱살 아들을 폭행한 몹쓸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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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효자손'으로 일곱살 아들을 폭행한 몹쓸 엄마였습니다"
  • 신수철 기자
  • 승인 2021.11.18 10:28
  • 기사수정 2022-02-1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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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A씨의 담당보호관찰관이었던 양지혜 주무관
당시 A씨의 담당보호관찰관이었던 양지혜 주무관

아동학대로 2년간 보호관찰을 받아오던 30대 엄마의 편지 한 통이 법무부 직원들을 감동시켰다.

군산보호관찰소에 따르면 미혼모인 A씨(39)가 보호관찰을 마치며 보낸 편지에 감동을 받은 법무부 직원들의 칭찬 댓글이 이어졌다.

A씨의 구구절절한 인생사는 이렇다.

당시 담당보호관찰관이었던 양지혜 주무관은 A씨의 인생 스토리를 이렇게 정리했다.  

미혼모인 A씨는 세 살 무렵 부모의 이혼과 방임 탓에 조모 슬하에서 양육됐다.

유일한 혈육이던 조모가 세상을 떠나자 돌봐주는 이 없이 고아로 자랐다.

15세에 가출했다. 10여년 간 당구장과 PC방 등 종업원으로 전국을 떠돌았다.  

이후의 삶은 고단함 그 자체였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살아왔다.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만을 위해서 억척스러웠던 까닭에 상해, 폭력, 사기 전과 4범의 범죄자가 됐다.

생존을 위해서는 범죄이든 아니든 상관없었기 때문에 폭력 성향은 더욱 짙어만 갔다.

그는 생존만을 위해서 무분별한 생활을 하던 29살때 신용불량의 미혼모 상태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남아를 출산하기도 했다.

친척도 지인도 전혀 없었던 까닭에 적절한 양육 방법을 익힐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단칸방과 미혼모 시설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견뎠다.

그는 신용불량 상태에서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쳐 7세에 불과한 남아의 온몸을 효자손으로 체벌하거나 욕설을 일삼았다.

다혈질적이고 감정 기복도 심한 성향 탓에 아이가 자신의 의도대로 하지 않거나 산만한 행동을 보이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며 심한 욕설을 한 것이다.

단지 아이가 자신의 ‘화장품을 만졌다’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차례 체벌을 일삼았다.

아이의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 조절을 못하여 신체를 폭행하거나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등 권위적이고, 감정적인 양육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결국 지난 2019년 10월 아동복지법위반죄(아동학대)로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학대아동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보호관찰이 개시되었으나, 하루 만에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겼다.

보호시설에 분리되었던 아이에게 다가가 겨울 파카와 부츠 1개를 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을 주먹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보호관찰이 시작될 때는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거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까닭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양육태도, 불안정한 주거지, 사회관계 단절,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거부적인 태도 탓에 처우 방향 수립조차 쉽지 않았다.

심층면담을 비롯해 현지출장 등의 면담 과정에서 상당한 폭력 성향과 여러 정서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유독 아이에게는 강한 애착심을 나타내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처우 계획을 수립해, 보호관찰을 진행했다.

보호관찰관은 대상자와 개별 면담을 지속하면서 ‘분리된 아동과의 재결합을 위해서는 기존의 생활방식과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피해아동을 위한 ‘안정된 주거지’, 폭력적인 ‘양육태도 개선’, 경제적 안정을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이 필수조건임을 강조하면서 그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보호관찰관은 ‘보호관찰관과 대상자’라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서로 공감하면서 하나씩 접근해 나가기로 했다.

보호관찰관이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자 방어적인 대상자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의 복합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의 도움으로 허그일자리 프로그램이라는 직업훈련을 했다.

몇 달간의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하면서 근로의식과 자립의지는 높아졌지만, 대인관계에서 소극적, 기피적인 모습은 여전했다.

보호해 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전혀 없는 등 사회적 지지 체계가 전무했다.

군산보호관찰소 보호관찰위원협의회는 자녀양육 경험이 풍부한 주부와 상담전문가 중심의 1:5 써클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양육태도 개선 및 인간관계 훈련으로 사회적 지지체계를 새롭게 재형성하도록 시도한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사례 회의도 도움이 되었다.

학대 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 공동체 의식 함양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나 불안정한 주거 및 열악한 경제 사정 탓에 보호관찰관의 노력에 비해 진전은 더디기만 하였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에서 주택 지원이 결정되었다. 여러 독지가가 이사비 지원, 취업 알선 등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피해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결정한다"

아동복지소위원회는 올해 6월 보호관찰관의 노력에 더해 그의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되면서 이례적으로 ‘학대 아동의 조기 가정 복귀 결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어야 피해아동이 원가정에 복귀시키던 전례를 깬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아동복지소위원회의 조사관들이 가정환경조사 및 심리검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획기적인 개선이 있었다는 평가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8월 학대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해제에 따라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는 보호관찰관에 대해 그동안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 아이를 위해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지지해 준 보호관찰관, 아동 분리라는 절망 끝 상황에서도 진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의 간절함이 모여서 한 가정을 온전히 지키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소통망에는 법무부 직원들의 댓글이 잇따랐다. 보호관찰제도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는 등 칭찬 글이 줄을 이었다.

이길복 소장은 “아동학대 사건은 경미한 사건이라도 중대범죄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인권보호 의식이 가슴에 녹아 있음을 느낀다.”라며 직원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A씨가 보낸 감사편지
A씨가 보낸 감사편지
A씨가 보낸 감사편지
A씨가 보낸 감사편지
A씨가 보낸 감사편지
A씨가 보낸 감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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