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욱의 望市作記] ‘역(驛)’의 경제학…"묘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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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의 望市作記] ‘역(驛)’의 경제학…"묘안이 필요하다"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1.11.12 14:44
  • 기사수정 2022-01-17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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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 속 빛난 철길마을… 군산의 관광객 유치 희망가 언제까지 가능할까
대야철도건널목의 간수(看守) 근무공간 ‘관리소’ 공간보존 등 아이디어 꽃 피우자
영화 박하사탕의 충북선 공전역‧ 일본영화 ‘철도원’ 의 배경 호로마이 역사 등 눈길
일제강점기 평양역과 흡사했다는 옛 군산역사. / 사진= 군산시제공
불에 타 사라졌지만 일제강점기 평양역과 흡사했다는 옛 군산역사. / 사진= 군산시제공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내년은 군산에 철도가 들어선 지 110주년을 맞는다.

호남선의 익산역에서 분기, 군산까지 잇는 철도가 오늘날의 군산선. 이 철도는 미곡을 일본으로 반출해 갈 목적으로 1912년 3월 6일에 개통했다. 총연장은 23.1㎞에 달하는 작은 지선격이다.

군산은 항구의 특성을 지닌 곳이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다수의 철길과 ‘역(驛)’들이 존재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다양한 철도문화유산을 간직한 독보적인 도시 중 하나였다.

본래 ‘역(驛)’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런 ‘역(驛)’의 의미를 살린 많은 소설과 영화들은 베스터셀러나 명작으로 거듭나 세계적인 또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꽃을 피우기도 했다.

한국영화에서도 ‘역(驛)’의 배경이 많이 등장했다. 이를테면 영화 ‘편지(1997년)’에는 강경역이, ‘건축학개론(2012년)’에는 구둔역이 나온다. 둘 다 간이역인데, 지금은 폐역됐다. 특히 영화 속에 나오는 기차역을 논할 때 ‘박하사탕(2000)’에 나오는 ‘거꾸로 가는 기차’가 자주 나오는데 시간의 역행(逆行)을 의미하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배경 중 하나가 충북선의 공전역(2008년 폐역).

일본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1999년)’이란 영화도 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그곳의 유명세를 더하게 했다. 촬영 당시 지었던 가상의 역(驛)인 홋가이도 호로마이 역사가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단다.

하지만 군산의 철도와 역에 대한 접근은 지극히 소극적인데다 폐쇄적인 ‘육지의 끝 동네’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걸까.

군산은 이런 소재들을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목이자 출발점으로 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만 가득하다.

그러면 어떤 내용이 그랬다는 말인가.

보통은 어떤 건물과 인물 등이나 역사적인 의미를 살리는 기점이 ‘100주년, 200주년 …’ 등이란 숫자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재해석되기도 했지만 그 핵심 주체격인 군산역과 군산시는 아예 손을 놓았다. 아니 능동적인 해석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못한채 또다시 110주년을 맞아야 할 상황이다.

그나마 군산의 철도문화유산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곳은 옛 임피역과 경암동 철길마을이었다.

지금은 폐역됐지만 임피역은 1936년경 군산선의 철도 역사로 건립된 건물로, 당시 농촌지역 소규모 간이역사의 전형적 건축형식과 기법을 잘 보여주며 원형 또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가 남다르다.

특히 경암동 철길마을은 1944년에 놓인 산업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해 형성됐는데 2008년까지 60년 이상 하루에 두 번의 기차 경적소리가 울렸지만 최근엔 기차 운행없이 관광지로 탈바꿈한 상태다. 코로나 여파 속에도 제법 핫한 공간이 됐다.

이들 공간 이외에 지역 철도문화유산은 사라졌을까. 결코 아니다.

옛 대야철도건널목의 존재다. 이곳은 군산의 관문이자 전군도로(번영로)가 일제강점기 시절 전군가도로 불렸던 어느 시점부터 철도건널목으로 숱한 세월을 지켜왔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보기 드문 간수(看守) 또는 건널목 관리원들의 관리소가 방치된 채 존재하고 있다. 물론 일제강점기에 만든 건물은 아니다.

대야역 입구로 향하는 옛 대야철도건널목의 관리원(또는 간수)의 관리소가 방치되어 있다. / 사진=투데이군산
대야역 입구로 향하는 옛 대야철도건널목의 관리원(또는 간수)의 관리소가 방치되어 있다. / 사진=투데이군산

 

이런 의미를 살려 이곳에 ‘제2의 철길마을을 만들어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일부 관광전문가 등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를테면 역무원 및 간수복장, 당시 철도의 각종 시설, 오래된 기관차 배치 등 철도 관련 자원을 확충한다면 조만간 준공을 앞둔 대야의 옛 주조장 리모델링 건물‧ 신축 건물(직거래장터 등) 등과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를 체계화할 경우 수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사진촬영지 등으로도 그 기대감을 더해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는 기존 철도폐선과 그곳에 대한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뿐 진전된 킬러 아이디어를 수년동안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만 시커멓게 타들가고 있다.

군산선 개통이후 대표 철길동네가 대야면이란 점에서 위드 코로나시대를 맞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재탄생을 고대한다. 드라마와 영화 속 작품으로 거듭나 스토리텔링하는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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