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43] 구시장로에서 맺은 인연과 추억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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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43] 구시장로에서 맺은 인연과 추억물들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1.10.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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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삼계탕‧ 대성쇼핑‧ 항도약국‧ 종묘가게단지 등 구시장로 지킴이 역할 톡톡
옛 군산역에 이르는 핵심 100년간 상권거점… 인근 폐철도 부지 숲으로 대변신
군산 첫 어린이전문병원 문화재된 옛 ‘십자의원’… 당시 환자들의 추억 소환

구시장로는 아무래도 옛 군산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삶의 도로였다.

이 도로변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각종 가게들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었단다. 이곳은 전통시장의 집합소였고 상설가게들이 365일 동안 문을 열며 손님을 맞이하는 활력 넘친 공간이기도 했다.

군산사람은 아니어도 이곳에서 20여 년을 생활해온 필자에게도 고향 동네와 같은 정겨운 도로여서 이곳을 걷노라면 누군가가 말을 걸어 올 것만 같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고교시절을 보낸 70년대 말 80년대 초에는 이곳에 오지 않았었지만 주변에 사는 고교 동기들의 별명도 사는 동네 이름으로 작명(作名)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었다. 그 당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재미난 이름도 상당했다.

옛 군산역 방향으로 길목에는 대성쇼핑‧ 88삼계탕‧ 항도약국‧ 종묘가게들 등 수많은 가게들이 양쪽으로 집단 도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설시장과 신영시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곳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의 내용들은 필자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예외일 순 없으리라.

 

안창환 군산시자연보호협의회 회장과 인연… 지역 봉사활동 앞장

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분 중 하나가 그릇백화점(대성쇼핑)을 운영하는 안창환(80) 전 군산시자연보호협의회회장. 군산시자연보호협의회를 오랫동안 이끈 안 회장은 부인과 함께 45년 동안 오롯이 이곳을 지켜온 구시장로의 오랜 지킴이다. 서울생활을 접고 군산의 한 회사의 전무로 근무하던 중 그만두고 뛰어든 분야가 지금의 그릇백화점.

그릇백화점 대성쇼핑 안창환(전 군산시자연보호협의회장) 신순례 대표부부. / 사진=투데이군산
그릇백화점 대성쇼핑 안창환(전 군산시자연보호협의회장) 신순례 대표부부. / 사진=투데이군산

처음에 자금이 없어 다니던 회사에서 영업을 하면서 안면이 있는 전주의 한 그릇백화점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이 가게를 차렸다고. 이것을 차려놓고 얼마 안돼 지인의 소개로 결혼까지 했던 자신의 평생 삶터이기도 하다. 부인 신순례여사는 본래 고향이 부안이었는데 오빠와 함께 군산에서 고교졸업과 함께 결혼 때까지 공직에 근무하고 있었다.

우연한 일로 도움을 받았던 분의 소개로 신 여사와 결혼에 골인했고 지금까지 부부싸움 한번 하지 않은 잉꼬부부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하다.

과거 군산정치를 주름잡았던 고건 전총리와 강현욱 전도지사, 강봉균 전 국회의원(작고) 등의 정치적인 성공에 힘써왔을 뿐 아니라 수십 년 간의 지역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왔다. 충청도 양반인 그는 안정적인 사업을 하면서 정치인들의 신뢰를 쌓아 한때 두 번의 공천까지 받았지만 간곡한 부탁을 통해 백지화했을 정도란다. 출마 자체보다는 지역발전의 적임자들을 묵묵히 후원하는 분이었다.

처음에 그분을 만난 기억은 1999년 어느 날 군산경찰서에서였다. 지역안보단체 회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필자가)자신의 후배를 취재, 보도하려 하자 인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했고 그런 인간미에 감명받아 한 번의 기사화를 하는 조건으로 마무리했던 기억도 있다.

그분이 활동하는 단체 소개와 인간관계를 쌓아 연령 차이에도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늘 그랬듯, 자신과 관련이 있는 후배들을 위해 정치적인 후원과 응원,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 멋진 인생 대선배다.

얼마 전에는 길을 걷다 그분과 우연히 조우했고, 그 이전엔 인근에 있는 옛 십자의원을 취재하는 때도 뵙기도 했다.

그분의 가게에 들어가 부인으로부터 차를 얻어 마시고 과거의 추억을 얘기하면서 나오는 순간에도 손을 오랫동안 흔들어주신 영락없는 충청도 양반이셨다. 부부의 건강과 오랜 행복한 삶이 이어지길…

 

임경식 88삼계탕 대표(섬마을수석분갱원 대표)

최근 이곳을 거닐다가 지인들을 연이어 만났다.

그분이 임경식 88삼계탕 대표.

임 사장은 관리도가 고향인 분으로 존경하는 P 선배님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옥산면소재 남내마을에서 섬마을수석분갱원을 운영해왔는데 고군산군도의 잠재적인 가치와 고향의 발전을 위해 고향마을로 이전하는 작업에 2년째 매달리고 있다. 섬마을수석분갱원은 한때 관광명소로 잘알려져 있었는데 미래를 생각해서 옮길 것을 결심했다는 후문.

이젠 거의 완성을 앞두고 있고 모양새를 갖춘 상태란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 주변과 담을 쌓을 정도로 집중력을 쏟아붓는 그분은 엄청난 작품들을 이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텐데…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분은 부인과 함께 구시장로의 유명맛집인 88삼계탕을 30여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2세 체제에 돌입해서 따님이 어머니(임 사장 부인)를 도와 활기 영업을 하고 있다.

30여년째 영업 중인 군산유명맛집인 팔팔삼계탕의 전경사진. / 사진=투데이군산
30여년째 영업 중인 군산유명맛집인 팔팔삼계탕의 전경사진. / 사진=투데이군산

 

그곳은 언제나 단골로 꽉 찰 정도다. 특히 여름이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맛집으로 잘알려져 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도 자당(慈堂)의 유지를 받들어 지역주민들에게 매년 점심봉사활동을 지켜온 효자이자, 애향인이다. 생존 때 그의 모친은 아무리 어려워도 지역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하라고 당부한 그 약속을 10년 훌쩍 넘게 지켜오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식당내부에도 점심봉사를 다짐하는 글귀들이 걸려 있다.

한편 이곳과 인접한 곳에 군산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오랜 약국이 있다. 바로 항도약국이다.

한때 군산의 약국을 대표했던 항도약국의 전경. / 사진=투데이군산
한때 군산의 약국을 대표했던 항도약국의 전경. / 사진=투데이군산

 

작년에 작고한 서순철 (약학)박사는 서수가 고향으로 익산남성고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분이다. 항도약국을 만든 약사로 한때 군산소재 동인제약을 운영한 경영인이기도 했다. 제법 사업적인 성공도 했단다.

김길준 전 군산시장(작고)의 국회의원과 시장 등의 당선에도 힘을 쏟았고 장학사업에 지평을 연 군산개항100주년장학회의 숨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군산성광교회 장로로 시무한 그는 교회와 지역사회 봉사 등에도 앞장서 온 인사로 지역의 유명 항도약국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지역 명망가다. 최근에 그 바통을 따님이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동소재 옛십자의원 …2019년 6월 국가등록문화재 제760호 지정

평화동소재 옛 십자의원은 지역 최초의 소아전문의원(지금의 어린이청소년과)으로 한때 군산지역대표 의료기관 중 하나였다.

옛 십자의원으로 활용된 건물은 건축양식의 독특함 때문에 가치가 높은 편이지만 지역 최초 소아전문의료기관이라는 특징을 지닌 곳이다.

옛 십자의원의 정면. / 사진=군산시청 제공
옛 십자의원의 정면. / 사진=군산시청 제공

 

옛 십자의원 건물은 일본식 가옥에 서양의 주거 공간(응접실 등)이 절충될 형식의 건축물로 1936년 최초 건립된 이후 한국전쟁 중인 1952년에 소아과전문병원으로 개원했다.

앞서 이곳은 건립된 후 불이흥업주식회사 사무실, 조선식산은행 사택, 옥구군 농회 사무실, 경성고무사장 가옥 등으로 쓰였다.

2019년 6월 국가등록문화재 제760호로 지정됐다.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해서 병원 건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오늘날까지 중장년층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 치료를 받았던 추억들이 온전히 남아 있는 등 지역의 근대문화유산.

이 건물의 오랜 역사 못지않게 소유주들도 여러 차례에 걸쳐 바뀌었다.

이곳에 십자의원을 개업했던 노재홍 원장(1903~ 1971)은 황해도 연백출신으로 북한에서 이주한 실향민 출신 의료인이었다. 노 원장이 1952년경에 개원했다가 6년 뒤 도립병원 원장으로 부임하자 그 자리에서 사위인 고영석 원장이 뒤를 이어 개업했었다는 것. 고 원장이 1984년경 우풍화학 인근으로 병원을 새롭게 이전할 때까지 지역어린이들의 전문의료기관으로 명성은 대단했다.

그 당시를 기억하는 노 원장의 둘째 아들 강호(74)씨는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오롯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어서 그 당시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의 형님이 그곳에서 약 6~ 7년 전까지 살았던 집이지만 타지로 이사하면서 매각하는 바람에 지금은 다른 사람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에 발을 크게 다쳐 치료를 받았던 이모(58)씨는 “이곳이 없었다면 그 시절 의료수준으로 엄청난 아픔과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금암동 도심 폐철도· 공장부지에 숲 조성… 시민들의 휴식공간

금암동 신영시장 인근에 방치됐던 폐철도부지 일원이 시민들의 도심 숲으로 변화됐다.

금암동소재 신영시장 인근에 방치된 한화공장 및 폐철도부지에 조성된 도시재생숲. / 사진=투데이군산
금암동소재 신영시장 인근에 방치된 한화공장 및 폐철도부지에 조성된 도시재생숲. / 사진=투데이군산

 

시는 2019년 말 도시재생뉴딜사업 일환으로 금암동 신영시장 인근에 방치된 한화공장 및 폐철도 부지 8,754㎡에 22억원을 들여 도시재생숲을 조성 완료했다.

산림청 미세먼지 차단 숲 예산지원으로 시행한 본 사업은 가든존, 피크닉존, 포레스트존, 다이나믹존 등 테마별로 어울리는 대왕참나무 16종 9만여본의 수목을 심어 숲을 조성했다. 여기에는 파고라, 야외테이블 등 편익시설과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또한, 시민이 기증한 8400만원 상당의 적피배롱나무, 황금곰솔 등 특이수목을 산책로변에 심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폐철도변 길에는 코스모스 등 16여종의 계절별로 꽃이 피는 자생화를 심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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