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창업' 9] '食器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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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창업' 9] '食器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 김철호 계곡가든 대표
  • 승인 2021.06.29 17:05
  • 기사수정 2022-01-18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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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계곡가든 대표
김철호 계곡가든 대표

자고로 외식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릇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음식에 따라 그릇의 종류가 변화해야 한다. 음식과 그릇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외식 창업자들은 그릇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음식 재료와 맛에만 신경을 쓰지,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은 도통 신경 쓰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음식 재료와 맛에 신경쓰는 외식창업자는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벌이가 괜찮을지는 모르겠다.

노력하는 만큼 돈을 벌고싶다면, 그릇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그릇에도 역사가 존재한다.

조선시대에는 구리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놋그릇이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몇 안되는 광산에서 구리를 모두 채굴해 사찰의 범종을 만드는데 써버렸기 때문이다. 구리로 만드는 엽전도 공급량이 부족해 곤란을 겪을 정도였다.

1960년대 중반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이 나오자 한국인들은 일거에 놋그릇을 고물상에 내다 버렸다고 한다. 녹이 슬지 않고 관리가 편한 스텐그릇은 산업화의 시대정신과 맞물려 대환영을 받았다.

스텐 공기가 식그릇의 표준이 된 데는 수급이 불안정했던 정부의 쌀 소비 정책과 관련이 있다. 1973년 서울시장은 표준식단을 제시하고 대중식당에서 반드시 스텐밥공기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공기의 사이즈까지 지침을 내렸다.

시대가 달라지고 권력층이 바뀌면서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가는 그릇들의 재질과 모양도 점차 바뀌어왔다. 취향을 반영하여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식사의 T.P.O(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그릇의 쓰임을 달리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국의 가정집에서는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 정갈하고 예쁜 그릇들은 아껴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음식을 정갈하게 그 그릇들에 담아내곤 한다. 필자의 어머니도 좋은 그릇들을 찬장에 고이 모셔뒀다가 귀한 손님이 올때면 꺼내곤 하셨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국의 식당엔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그릇이 없다시피 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맛만 좋으면 그것을 담아내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냐는 식당 주인의 무신경함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점차 그릇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외식업체가 조금이나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식사의 T.P.O에 맞는 제대로 된 그릇들이 고객을 점차 자주 맞이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을 살펴보면 그 집만이 고집하고 있는 특별한 점이 존재한다. 가령 인테리어나 음식의 맛, 고품질의 서비스 등 고객이 식당을 찾아가게 되는 포인트를 식당 주인들은 더욱 발전시켜 강화한다. 그릇 역시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입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맛, 눈을 만족시키는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더욱 고객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릇은 사람의 정서를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요즘 유튜버들 사이에서 에르메스 그릇이 인기란다. 고객들에게 에르메스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면 좋아할까? 행여 기스라도 날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을 것 같다. 무조건 비싼 그릇을 써야 손님을 위하는게 아니다.

찌그러진 막걸리 잔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고, 하얀 무늬가 찍힌 파란 플라스틱 그릇은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한정식집의 정갈한 도기그릇은 식사상황의 중대함을 환기시킨다. 오감보다 강렬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그릇의 힘. 대한민국 외식 창업자들이 한 번쯤 심사숙고 해야 할 부분이다.

※본 칼럼은 '투데이 군산'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투데이 군산' 뉴스 디렉터>

 

김철호 대표는?

식품의약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이며 대한민국명인·수산신지식인·전 호원대학교 우석대학교 초당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호텔조리학과에서 쉐프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소비자경제신문. 지방신문에 “맛있는 창업”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수산물 제조업체 내고향 시푸드와 전라북도 향토전통식품업소이며 군산시 맛집 계곡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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