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옥의 情談 Click] 청년몰과 청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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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옥의 情談 Click] 청년몰과 청년정책
  • 강성옥 LX 파트너스 대표이사
  • 승인 2021.03.03 11:55
  • 기사수정 2022-01-17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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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옥 LX 파트너스 대표이사
강성옥 LX 파트너스 대표이사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았다. 밥을 먹기 위해 찾은 청년몰 ‘무랑루즈’에는 손님 세 명 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다수 가게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전통시장에 청년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청년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에 조성된 청년몰 매장은 590여 곳이다. 이 중 220여 곳이 사업을 포기했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되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던 인천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의 경우도 점포의 70%가량이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다.

예산 2억8,000만 원이 들어간 군산시 청년몰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20개의 점포 중에서 19개의 점포가 입주했으나 지금은 9개의 점포만 영업 중이다(구획 정리로 20개 점포에서 14개로 조정). 입주를 시작했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점포를 운영하는 청년은 단 한 명뿐이다.

올해도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 5일장 청년몰, 거창전통시장 청년몰 조성사업, 김제전통시장 청년몰 아리락 조성사업 등 전국에서 전통시장과 연계한 청년몰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은 청년들의 창업을 통한 청년지원사업과 청년인구의 유입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기획한 정책이다.

그러나 수없이 생기고 폐업하기를 반복하는 청년몰을 보면 ‘청년이 없는 청년몰 사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은 첫째, 청년들의 창의적 참여가 결여되었다. 대다수의 청년몰은 국비지원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를 완료하고 입주 청년을 모집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준비단계부터 청년들의 참여는 배제되어 있다. 청년들의 열정이나 재정이 투입되지 않아 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이 끝나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째, 청년정책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기계적 결합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처지와 삶에 근거해서 마련되어야 한다. 청년들은 전통시장이나 마트보다는 모바일 쇼핑을 즐긴다. 택배를 받아서 뜯는 ‘언박싱’ 과정을 유튜브나 모바일에 올리며 쇼핑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전통시장은 낯선 환경이 분명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청년정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서 시행된 청년정책은 총 2,930개로 중앙정부 정책 239개(8.2%)와 지역자치단체 2,691개(91.8%)로 구성되어있다.

이 수 많은 정책들이 청년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시라도 청년들이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거나, 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취급되지는 않았는지 청년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청년정책은 첫째, 정책의 기획에서 실행단계까지 청년들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2020년 2월에 공포된 청년기본법 제15조(정책결정과정에 청년의 참여 확대)에 따르면 ‘청년정책 결정과정의 자문·심의 등의 절차에 청년을 참여시키거나 그 의견 수렴’을 하여야 하며, 청년정책을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도 일정 비율 이상 청년을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둘째, 청년정책은 오로지 청년의 입장에서 제안되어야 한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고용촉진 및 일자리 질 향상, 창업지원, 능력개발 지원, 주거지원, 복지증진, 금융생활 지원, 문화활동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을 개발하여야 한다.

다만, 청년정책이 청년몰과 같이 다른 정책의 부속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청년들의 현실과 실정에 맞는 정책개발이 되어야 한다. Y세대라 일컬어지는 청년세대는 기존 40~50대, 또는 60대 이상의 세대와 성장 배경과 교육받아 온 환경이 다르다. 청년세대는 밥을 먹자고 한 사람이 당연히 밥값을 내는 기성세대와 달리 연인 사이에서도 더치페이가 일상화되어 있고, 공동체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삶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청년들의 삶과 요구가 반영되고 청년의 특성에 맞는 청년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PS> 언박싱 : 구입한 물건을 개봉하는 일, 또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언박싱 영상'이라고도 한다. 2000년을 전후하여 대중화되기 시작한 유튜브 등의 영상 공유 플랫폼을 통해 새로 구입한 물건의 상자를 열고 그 구성품을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는 과정, 또는 그것을 보여주는 영상을 의미하게 되었다.

 

강성옥은?

한국국토정보공사 자회사 파트너스 대표이사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 특별위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군산시의회 3선 시의원(5대~7대)

제6대 군산시의회 전반기 행정복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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