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9] 월명공원과 수시탑, 그리고 추억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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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9] 월명공원과 수시탑, 그리고 추억물들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1.03.02 11:29
  • 기사수정 2022-01-17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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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명소… 월명산‧ 장계산‧ 점방산‧ 석치산‧ 설림산의 공통된 조합
한때 지역학생들의 단골 소풍코스였고 군산시내 조망할 공간으로 각광
벚꽃 절정기엔 꽃비가 내리는 장관 연출… 바다조각공원, 수시탑 등 즐비
수시탑
수시탑

 

군산시민의 가장 사랑받은 공간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최애(最愛)’의 시민공원이기도 하다.

월명공원을 끼고 있는 각급 학교들만도 약 10곳에 달할 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와 연결된 산책로들은 온통 시민들의 발걸음들로 붐비고 있다.

월명공원에 ‘공원(公園)’이 붙여진 시기는 1906년. 군산 각국 거류지역의 명승지인 해망정 인근 약 3.3ha를 개발, ‘각국 공원’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각국 공원은 한일합병과 함께 각국 조계지역법이 폐지되자 ‘각국’이란 단어를 빼고 군산공원으로 불렀고 규모 조금씩 확대한 뒤 1972년 월명공원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곳은 월명산, 장계산, 설림산, 점방산, 석치산 등이 이어져 조성된 군산의 명소로 군산의 60~70년대에는 군산지역의 초‧ 중‧ 고 학생들의 단골 소풍장소였다.

 

시민 최애의 월명공원… 추억의 공간- 재선충병으로 사라진 소나무 숲들

면적은 약 260만㎡에 달하고 산책로의 길이도 12km나 되는 거대한 공원이다. 해망동과 신흥동, 나운동, 소룡동 등에 걸쳐 있다.

월명공원 산책길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지만 큰 줄기를 기준으로 세코스가 일반적이다.

1코스는 해망굴과 인접한 흥천사 쪽으로 오르면 해병대전승탑, 수시탑, 비둘기집, 바다조각공원, 채만식 문학비, 3.1운동 기념탑 등으로 이어지는 약 1.5㎞ 구간이다. 약 1시간 소요된다.

도시개발이 오늘날처럼 되기 100여 년 전, 수덕산과도 연결되어 있었겠지만 지금은 월명공원과 끊긴 수덕산공원 쪽으로 난 작은 길을 통해 오늘날 군산해경청사쪽으로 오르면 해병대전승탑이 나오는데 다른 지역 산책길과 달리 오래된 시멘트와 자갈 등으로 섞인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들이 남아 있다.

2코스는 청소년수련원에서 월명호수(제1수원지), 점방산 봉수대사적비, 월명공원 전망대, 설림산, 은적사로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3코스는 흥천사에서 삼일운동 기념탑, 설림사, 나운배수지 등을 걷는 약 3㎞구간으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

물론 이들 코스는 굳이 나누자면 그렇고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진입할 수 있는 그야말로 뒷동산과 같은 코스들이 수두룩하다.

군산의 상징이자 월명공원의 핵심적인 수시탑에 오르면 멀리 앞바다와 금강하굿둑, 그리고 군산시가지와 장항제련소, 금란도 등의 주변 전경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공원 정상에는 전망대와 바다조각공원, 수시탑, 삼일운동기념비, 개항35주년 기념탑, 생각하는 시민상, 채만식 문인비가 있다. 수시탑은 타오르는 불꽃과 바람에 나부끼는 돛의 형상을 띠고 있다.

공원 서쪽 설림산 기슭에는 고찰 은적사가 있으며, 점방산과 설림산 사이를 막아 만든 19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제1수원지가 있다. 공원 안은 조경이 잘되어 있으며, 수령 50년 가량의 등나무와 벚나무가 우거져 경관이 수려하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공원이지만 특히 봄, 벚꽃이 만개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수시탑 주변의 전망대에서 앞바다를 보면 옛 장항제련소 굴뚝은 물론 금란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몇 안되는 곳이 있다. 금란도는 항로유지를 위한 금강 연안에 나온 준설토를 쌓았던 인공섬이다.

오는 2021년까지 군산항 유지준설토 투기장으로 활용중인 금란도./사진=군산시
오는 2021년까지 군산항 유지준설토 투기장으로 활용중인 금란도./사진=군산시

 

과거 피난민들이 살았던 해망동쪽의 말랭이는 각종 보상으로 사라지고 없지만 산을 끼고 만들어진 집들이 동네를 형성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 군산시의 한 동장이 근무하면서 이곳을 잘 정리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를 지켜본 통영의 설계자들은 이를 동피랑에 적용,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로 활용했다는 말도 있다.

60‧ 70년대 군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은 겨울이면 눈썰매를 타고 놀던 공간이 월명공원의 뒷산이다.

비료 포대로 활용한 눈썰매 대용품은 그 시절을 살았던 시민들의 진한(?) 추억물이다. 이들 중에는 목재를 활용해서 제법 그럴싸한 눈썰매를 만들어서 탔던 동네 아이들도 있었단다.

필자인 저 자신도 1982년 대학 시절 겨울철에 친구와 모처럼 월명공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묘한 광경을 목격했는데, 엄청난 굉음을 내며 산의 3~4부 능선에 경주용 오토바이들을 탄 폭주족(?)들이 떼를 지어 산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그때는 잘 알지 못햇지만 이 광경이 필름의 한조각처럼 파편으로 떠올라 공직생활을 한 M씨에게 물었더니 그들이 미군이거나 그 군속들이었다고 기억해냈다.

이들 폭주족들은 월명공원은 물론 청암산 등을 굉음을 내고 탄 사람들로 그 당시에는 서부 영화 속 무법자들처럼 굴었다고.

수년 전, 이런 시민들의 최애 추억의 공간에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

자칫 1960년대까지는 아니어도 헐벗은 산야를 연상케 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의 공습이 2015년 4월 회현면 대정리 한 초등학교 뒷산에서 발견된 이후 월명공원 곳곳의 소나무 숲이 사라졌다.

소나무 숲의 향기가 휴식처를 찾은 시민들의 코를 자극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버린 것이다. 회복까지 얼마나 걸리고, 다른 수종들로 채워져도 수십년 뒤로 미뤄져야 하는 참극을 맞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수종들로 소나무들이 베어진 공간을 식재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걸까.

 

군산의 상징물 ‘수시탑’… 건립 경위와 상징

월명공원의 핵심공간은 포인트별로 다양하지만 수시탑이 가장 상징적인 곳일 것이다. 멀리서 만선을 하고 산쪽을 바라보면 이 탑이 있어 이것을 보고 안도와 무사 귀항을 기원했다는 옛 뱃사람들도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내항이 활성화됐을 때 군산항으로 들어오는 여객선과 어선 등에 타고 있던 군산사람들은 멀리서 이곳을 보고 고향과 가족들을 생각하고 안도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단다.

수시탑은 군산 원도심 서쪽에 위치한 월명 공원 내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수시탑은 군산시의 발전을 위해 1968년에 월명공원 정상부에 세운 상징기념탑이다. 형태는 바람에 나부끼는 돛 혹은 타오르는 불꽃 모양이며, 군산시를 상징하는 백색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수시탑은 1966년 8월 군산 시장으로 부임한 제16대 박동필 시장이 군산시의 발전을 위한 상징물로 세운 상징탑이다.

어려운 경제를 일으키자는 시민들의 의지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도시를 지켰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는 곳인 월명산에 세웠다.

수시탑이 세워진 곳은 일제강점기에는 신사가 있었단다.

수시탑은 원래 30m 높이로 세울 계획이었고, 탑 이름도 ‘봄을 기다린다’는 뜻의 ‘춘망대(春望臺)’였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2m를 줄인 28m로 제작됐고, 1968년 완공된 후에는 군산시를 발전시키자는 뜻의 ‘성시탑(盛市塔)’이었다가 수시탑(守市塔)으로 바뀌었다.

수시탑은 돛을 펼친 배의 모습과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형상화했으며, 아랫 부분은 항구 도시답게 배 모형을 상징한다. 높이 28m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전 홍익대 강명구 교수가 설계했다.

수시탑 정면에는 한문으로 ‘수시탑(守市塔)’을 음각하여 한 글자씩 붙여 놓고 있으며 측면에는 ‘군산시 연혁’과 5개 항으로 구성된 ‘군산 시민 헌장’이 석판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다만 ‘ ~(중략)첨단산업과 대외무역주체가 된다, ~(중략)시민정서를 높인다, ~(중략)자존의 품위를 유지한다’ 등의 내용은 어감이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변화나 손질이 다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당시 개항 100주년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강민규 전 군산시 국장은 “1999년 개항 100주년 기념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했는데 바다조각공원을 만들면서 시민헌장 내용을 손질한 것으로 안다”고 회고했다. 대략적인 시민헌장의 개정은 1998년 말에 시작했다가 개항 100주년을 앞두고 마무리한 것이라고 기억했다.

이곳은 봄철이면 철쭉과 벚꽃, 개나리꽃들이 형형색색 주변을 감싸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어 봄철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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