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일곱번째 이야기: 동산학원의 산실 옛 제일초 교정‧ 정만채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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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일곱번째 이야기: 동산학원의 산실 옛 제일초 교정‧ 정만채 선생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1.02.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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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학원 설립과 공립화(1998년) … 매촌과 정찬홍 교장 선생 스토리
노랑색으로 수놓은 ‘군산제일초 이야기’… 빛바랜 추억 속 흑백 필름
신흥동 동신아파트‧ 한전사택‧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 동산중 교정
옛 군산제일초등학교 건물
옛 군산제일초등학교 건물

 

구영1길은 월명공원과 가장 인접한 골목이다.

산쪽으로 가면 공원이요, 내려가면 근대와 현대의 집들로 싸인 신흥동과 신창동에서 영화동, 명산동, 창성동으로 향하는 원도심권이다. 구영1~3길까지가 얽혀 있어 그 골목길이 그 골목처럼 되어 있다.

그러면 100년 전의 월명공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오늘날처럼 울창한 숲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처음에는 나무들이 있었을 것은 분명하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엄청난 환경 변화를 맞았을 것은 분명하다.

60년 전의 월명공원 장면 사진을 보면 해방 전의 군산 모습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으리라! 약 20년 전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

시민의 휴식처였던 월명공원 자락은 지금처럼 숲으로 우거져 있지 않았고 곳곳이 밭과 초가집으로 이뤄진 헐벗은 공간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땔감 때문에 민둥산이 되어버린 월명공원과 구릉의 모습이 사진작가 신철균 선생의 1964년 사진작품(김수관 교수 소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허름한 집들과 밭들로 이뤄져 있는 것이 그 실상이고, 실체였다.

얼마 전인 연초에 군산대박물관을 우연히 찾아 약 60년 전의 군산과 월명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군산대학교 박물관이 지역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기획한 신철균 사진전 ‘흑백으로 꺼낸 기억, 군산’을 관람했다. 이 특별전은 군산대가 지난해 11월 사진작가 신철균 선생님으로부터 기증받은 사진과 필름 1만5000여 컷 중에서 작품성과 역사성이 뛰어난 50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해 일반에 공개했다. 그중 일부가 월명공원과 원도심 곳곳을 파노라마로 촬영한 흑백 필름으로 남아 있다.

신철균 작가는 1960대 이후 군산의 풍경과 사람, 생활상 등을 따뜻한 시각으로 사진에 담아내 그의 작품 대다수는 역사적 자료로도 귀중하고 예술성 또한 뛰어나다.

월명로에서 신흥동 말랭이를 지나 동신아파트와 옛 한전사택부지, 5층으로 이뤄진 한전사택 사이를 지나면 월명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존재한다. 이곳과 인접한 곳이 동산중학교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서 동신아파트로 가는 길목에 1930년대에 건축된 등록문화재 제725호인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이 반기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전형적인 건축물의 형태를 잘 간직한 곳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것은 내부를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일식 가옥의 전형과 우물, 내부 형태 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때 군산에 살아온 40대까지라면 누구나 뇌리에 깊게 남아있는 제일초등학교가 현 동산중 자리에 있었고 한때 그 위용 넘치는 학교였다. 1998년 폐교와 함께 추억 속으로 남겨졌다.

1963년 설립된 이 학교는 군산동중과 군산동고, 군산여상 등을 거느린 중심학교였고 멤머드급 사학이었던 지역명문사학이었다. 노랑색의 스쿨버스에 교복과 가방, 모자가 모두 노랑색으로 된 부유한 자녀들이 다닌 학교의 상징이었다. 이 학교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게 당시에 살았던 일반 학생들의 기억이다. 이곳 출신 동문들은 3000~ 4000명에 달했고 유명인사도 적지 않았단다.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

후에 졸업생들이 나서 ‘영원한 개나리 동산’ 제일초등학교사(史)로 출간한 군산제일초등학교사(史)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학교는 동산학원 설립자격인 정찬홍(작고) 선생의 숭고한 뜻에 따라 1998년 공립화 과정에서 군산동중, 동고, 군산여상 등과 달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지금은 여러 형제자매학교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옛 한전사택부지의 위에 동산중 운동장이 있고 이곳과 연결된 곳이 학교다. 이 운동장 한켠에는 초대교장이었던 정찬홍 선생의 동상이 여전히 지키고 있다.

정찬홍 교장의 선친 매촌 정만채 선생은 실질적인 설립자이자, 교육선각자였다.

매촌은 1884년 조촌동에서 대지주의 차남으로 태어나 한학 매진하며 학문에 몰두했고 1915년 자신의 집에 야학당 매촌의숙을 설립, 군산과 옥구지역 청소년들을 모아 교육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일제의 탄압에 어쩔수 없이 문을 닫았지만 빈농구제사업을 전개하다 해방을 맞았다. 아들 찬홍의 권유로 부안과 군산에 있던 농지를 처분, 쌀 1000석을 쾌척해 일본인이 설립한 군산가정학교를 인수해 1948년 9월 학교법인 동산학원을 설립했던 교육자였다. 그후에 제일초와 동중, 동고, 군산여상 등을 설립했다.

매촌의 아들 정찬홍(작고) 교장은 사실상의 설립자 역할과 함께 명문사학으로 키워왔지만 부친의 유지를 관철하기 위해 과감히 동산학원을 해체하고 국가에 헌납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때가 1998년 3월이었다.

이 당시 필자는 전북도교육청에서 정 교장이 퇴임한 후 노구를 이끌고 교직원 등과 함께 공립학교 전환 투쟁에 앞장선 집회현장을 취재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곳에서 고교 동창이었던 J교사의 거리 투쟁에 대한 소감과 교직원들의 간절한 뜻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삼학동 일대에는 군산동고가 1962년 4월 설립됐으나 1992년 6월 개정동 일원의 현 교정으로 이전해야 했다.

동중도 그곳으로 잠시 옮겨갔다가 2002년 9월1일 과거 제일초등학교가 있던 이곳으로 돌아와 오늘의 동산중에 이르고 있다.

해방 후 민족지도자 김구 선생은 물론 이승만 박사 등이 군산을 방문할 때면 다녀갈 정도로 두터운 교분을 쌓았던 대표적인 해방정국의 유명인사였단다.

매촌의 후손들은 학교법인 동산학원이 공립화되는 과정에서 그의 유지에 따라 수익용 재산을 1998년 4월6일 장학재단 매촌의숙을 만들었다. 여러 곳을 이전하다 몇 년 전 금동의 항운노조 건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옛 한전사택부지에는 새로 리모델링한 건물 4동이 일종 카페 형태로 남아 영업 중이다. 2014년 7월 한전으로부 소유권을 이전받은 현재의 주인은 오랜 고민 끝에 8개월 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지난해 1월 현재의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 건물동은 공간을 잘 정리해서 관리하고 있고 오래된 사철나무가 이곳의 역사를 웅변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한전사택부지( 위쪽은 리모델링한 첼로네시아)
한전사택부지( 위쪽은 리모델링한 첼로네시아)

 

이곳이 첼로네시아다.

이곳의 소사(小史)는 이렇다. 1914년 10월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18은행이 이곳에 대지를 조성한 후 일본인에게 소유권이 넘겨졌다가 해방과 함께 정부에 귀속됐다.

이후 한전에서 불하받아 1983년 4월 한전의 사택으로 건축됐다. 이곳의 바로 밑에는 공간은 한전의 숙소로 여전히 이용되고 있다.

옛 한전 사택부지인 첼로네시아 위에는 동산중과 운동장이 위치하고 그길로 월명공원을 직선으로 보면 말랭이 낡은 집들을 오래 전부터 매입해서 작은 숲을 만들었다.

앞으로 10여년이 지나면 이곳 또한 울창한 숲으로 변하겠지만 수시탑의 위용이 그대로 잘 보이는 곳이 이 길과 연결되어 있다.

2020년 11월 군산시관광진흥과 간부와 만나 수시탑과 사진을 찍으면 가장 멋진 곳이 어디인지를 물색했는데 일종의 뷰 포인트(사진 명당)를 찾아냈다. 조만간 이곳에 일부 시설을 하면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면 왜 수시탑인가. 군산의 상징성과 랜드마크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월명공원 코스별로 나눠 다루면서 이곳을 풀스토리 형태로 얘기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나을 것 같다.

동산중에서 내려가면 흥천사와 산하 유치원, 군산감리교회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때 이곳에는 옛 일본식 건물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은행숙소로, 한국전쟁기에는 북한군사령부가 있었단다.

하지만 그곳에 지금의 감리교회가 신축되면서 아쉽게 헐려져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은 것이 얼마전의 얘기다.

다음 편은 구영길을 잇는 월명공원과 수시탑, 영화의 거리 곳곳을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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