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2] 월명동 구영 7길(이성당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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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2] 월명동 구영 7길(이성당 주변)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12.08 01:20
  • 기사수정 2022-01-1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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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군산의 독특한 맛이 있었다
맛 1번지 위상 우뚝… 복집, 콩나물국밥집, 로스등 지역 다양한 맛 선도
이성당‧ 조화당(55년간 영업) 등 유명 제과점 …전국 제과 제패 신화도

 

‘월명동’은 아마도 월명공원을 끼고 있어 겨울 북서풍을 막아 살기 좋은 안식처다.

산(공원) 쪽에서 달빛을 보면 매우 아름다워 연유된 이름이고 벚꽃과 어우러지면 천상에 있는 광경을 자랑한다.

과거 군산시청(부청)과 법조타운(법원과 검찰청) 등 행정타운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로 변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음식점과 빵집 등이 문을 열었고, 한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군산을 대표 맛집들도 즐비하다.

월명동 구영7길 주변은 아침이면 구수한 빵 냄새와 함께 시작된다.

코로나 19 확산이란 엄청난 상황이어서 이전만은 못하지만…

항도장
항도장

이성당에서 희락, 옛 항도장, 명월갈비, 다원각(이전), 한일교회(이전), 대정(칼국수), 일해옥 등 콩나물국밥집군(群), 군산복집, 월명작은도서관 등으로 이어지는 약 1㎞ 구간은 ‘군산 맛 1번지‘이다.

또 월명성당과 월명동 주민센터 등을 낀 지역 중심지인 이곳은 불과 3분 안팎이면 걸음으로 주파할 수 있는 거리다.

최근 이 거리는 근대벨트화사업의 일환으로 거리가 포장되고 가게들이 예쁘게 단장되고 있어 그나마 과거의 영광이 다소 살아나는 듯하다.

아쉬운 것은 그 거리가 포장과 공사로 얼룩지고 있다는 점이다.

월명동 주민센터 바로 옆 옛 어린이집은 오래전 군산지원과 군산지청 건물이 있었던 곳이었다.

그야말로 군산의 권부 핵심이었다.

주변에는 하숙집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군산시청과 이들 법조타운은 이곳의 상권 흥망성쇠의 핵심역할을 했다.

이 거리에서 음식 장사만도 1~ 2대(약 30년)를 넘은 곳은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중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 1호 빵집인 이성당.

과거 인기 드라마였던 제빵왕 김탁구’와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적인 명소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실제로 입소문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성당은 단팥빵 등을 사기 위해 수십 명씩 늘어서 있는 군산의 명소이자 군산 기행의 첫 방문지로 톡톡히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각종 방송과 신문 등 수많은 매스컴의 단골 빵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과거 지금의 안주인인 김현주 사장의 시어머니(작고)가 빵집 앞에 노점상을 하던 시골 할머니들을 인자하게 감싸면서 빵 맛에다 인정까지 더해 오늘날까지 칭송을 받고 있다.

이 유명세가 전국화되면서 인근 지역은 낮이면 이성당이 새겨진 작은 빵 가방들을 다닌 외지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물론 주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는 한산해지고 있지만 주문 판매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당은 사세 확장과 함께 주변 땅들을 매입, 키워나가고 있다.

이성당과 쌍벽을 이뤘던 인근의 조화당은 빵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점들의 공세와 시청 이전 등으로 아쉽게 역사 속에 사라졌다.

지역 최고 제빵·제과의 명가 중 하나였던 조화당은 2002년 12월 말 문을 내렸다. 55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명물이었다.

1947년 군산시 중앙로 개점해 따끈따끈한 빵으로 군산시민들의 허기와 애환을 달래 줬던 이곳은 마땅한 데이트 장소가 없던 60 ∼80년대 초반만 해도 학생들 사이에 만남 혹은 약속 장소로 각광을 받아왔던 제과점이다.

특히 조화당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는 창업자의 영업방침에 따라 365일 문을 여는 제과점으로도 유명했다.

트렌드 변화와 중앙로 상권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덩달아 조화당의 긴 역사도 무너져 급기야 폐점에 이르게 됐다.

명월갈비
명월갈비

명월갈비도 부모 대에서 자녀 세대로 넘어간 숯불 갈빗집으로 입지를 굳혀 군산의 유명 맛집 중 하나.

먹음직한 양념 소갈비는 군산의 미식가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고향을 떠난 향우들에게도 여전히 방문 때면 찾는 곳이다.

가업을 잇고 있는 2대째 백권용씨는  ‘과거 이 맛 때문에 군산 시내 주요 기관장들은 물론 시민들이 다수 찾았다’고 회고했다.

생선탕집의 긴 역사를 지닌 희락은 정종(술)과 회 등으로 여전히 지역 미식가와 향수 젖은 인사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성당과 가까운 소성로스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영업 중이다.

다만 한일교회는 비좁고 노후된 시설로 수송동으로 이전, 테디베어 박물관으로 변했다.

인근에 아침 해장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군산 콩나물국밥집 단지.  

‘일(日)’과 ‘월(月)’ 자로 시작하는 일출옥, 일해옥, 일흥옥에 이어 월명옥 등 해장국집들이 집중된 곳이다.

이들 음식점에 들어가면 어느 공중파 방송사 ‘먹방(먹는 방송)’ 프로에 나왔다는 광고판들이 안팎에 나붙어있다.

특히 60년대의 유명한 금정이란 요정이었던 자리에 시설을 보강, 일해옥을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려옥과 군산복집, 해주옥, 짱구네 국밥 등도 상당한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칼국수 등을 만들고 있는 ‘대정’. 이곳의 여사장 현준녀씨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영업하고 있고 현 사장의 딸은 조촌동에 분점을 내 독립, 가업을 잇고 있다.

이밖에 맛집이었던 신생은 과거 돼지떡갈비로 시민들의 맛을 사로잡았지만 2012년 8월 폭우 피해 등을 이기지 못한 채 폐업했고 그 후 새 주인이 같은 이름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인근의 궁전 갈치찜은 일본식 건물과 정원을 살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맛있는 갈치찜 요리로 미식가들을 공략, 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곳의 여주인의 아들이 군산상고 출신으로 한때 국민 우익수로 이름을 날린 이진영씨다.

궁전 갈치찜
궁전 갈치찜

다소 변화된 이 건물은 옛 만수 병원장의 사택(일본식 가옥)이었고 인근에 만수 병원이 그 형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만수 병원이 성업 중일 때에는 지역 의료계를 주름잡았을 뿐 아니라 이곳의 주인 안형채 원장(작고)은 지역유지들과 함께 군산체육관(관장 김완수)을 건립할 때 후원하기도 했단다.

수십 년간의 병원 운영도 안 원장이 고인이 된 직후 경매로 넘어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후 건물은 최근엔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인근에는 동인제약의 굴뚝이 남아 있다.

이들 맛집과 달리 군산의 명소는 옛 항도장(호텔).

이곳은 백필기 사장이 40여 년째 목욕탕과 함께 운영해왔다. 한때 이곳은 군산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과 출장 온 공무원들의 휴식처였단다.

오래전 이승만 박사(대통령)가 숙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곳일 뿐 아니라 도지사 등의 숙박지였다.

하지만 이곳의 백 사장도 얼마 전에 작고해 서울의 사업가에게 이곳을 넘겼으나 최근 이성당의 조성용씨(이성당 김현주 사장의 남편)가 다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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