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역전의 싸움닭’ 조계현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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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역전의 싸움닭’ 조계현 ⑤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0.11.20 07:51
  • 기사수정 2022-01-14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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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청룡기, 33년 만에 호남선 열차에 실어

군산상고 우승 알리는 1982년 6월 19일 치 ‘조선일보’/사진=군산야구 100년사
군산상고 우승 알리는 1982년 6월 19일 치 ‘조선일보’/사진=군산야구 100년사

제37회 청룡기 결승전(군산상고-북일고)은 1982년 6월 17일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3만 관중의 응원 공방전 속에 펼쳐진 결승전.

이날 경기는 고교야구의 두 기린아 조계현과 안성수의 치열한 투수전으로, 3시간 18분에 걸친 숨 가쁜 격전이었다. 연장 12회 말까지 사투를 벌였으나 결과는 1-1 동점.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다음 날 재경기를 치른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숱한 역경과 불꽃 튀는 혈투를 거듭해온 군산상고와 천안 북일고는 청룡기 역사상 처음 패권을 각각 눈앞에 두고 연장 12회에도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또다시 결전을 약속해야 했다.

1979년 대회부터 패자부활전 없는 토너먼트로 경기 방식이 바뀐 이래 결승전이 무승부를 이뤄 재경기를 치르기는 이 대회가 처음이었다.

이날 중앙로, 영동, 평화동 등 시내 중심 상가는 거의 철시했으며, 거리는 차량과 인적이 거의 끊겨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나 시내와 변두리 지역의 100여 개 다방은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몰려든 손님으로 초만원을 이뤘다.

한편, 시민과 재학생 3000여 명으로 이뤄진 응원단은 결승전이 열리는 17일~18일 양일간 30여 대의 전세버스와 고속버스를 대절, 상경하였다.

결승 재경기가 열리는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운동장 야구장. 군산상고는 1회 말 공격에서 1번 선두타자 고장량의 데드볼과 2번 한경수, 3번 백인호의 연속 보내기번트, 북일고 내야수의 악송구, 4번 오석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얻고 5번 조계현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려 2-0으로 앞서간다.

북일고는 2회 초 공격에서 6번 안성수가 볼넷을 고르고, 7번 임학빈의 내야 안타와 1사 후 9번 오효근의 좌월 2루타로 2-2 타이를 만든다. 그리고 1번 조양근의 볼넷, 군산상고 유격수 실책에 3번 조용호의 센터 앞 안타로 2점을 보태 4-2로 달아난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두 점 차로 끌려가는 군산상고에 미소를 보낸다.

반격에 나선 군산상고는 2회 말 1사 후 9번 이승우가 볼넷을 고르고 1번 고장량의 2루타에 이은 2번 한경수의 중전 적시타로 4-4 동점을 이룬 뒤 2사 후 오석환이 볼넷을 고른다.

그리고 5번 조계현의 평범한 땅볼을 북일고 유격수가 빠뜨려 1점을 낚고, 장호익, 오인식의 중전안타로 3점을 더 잡아 8-4로 재역전 시키면서 승세를 굳힌다.

2년생 에이스 조계현은 3회에 등판, 삼진 9개를 뺏고 3안타 1실점으로 북일고 타선을 요리, 추격을 9-5로 막는다.

조계현이 9회 말 마지막 공을 뿌렸을 때 감격한 군산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로써 군산상고는 1949년 광주서중(광주 제일고 전신) 우승 이후 첫 패권을 차지, 대망의 청룡기를 33년 만에 호남선 열차에 싣고 군산으로 향한다.

 

군산상고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군산 시민들./사진 출처=군산야구 100년사
군산상고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군산 시민들./사진 출처=군산야구 100년사

군산상고 우승 확정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군산상고 만세!’를 외쳤다.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삼삼오오 떼를 지어 시내를 누볐으며, 20~30대 젊은이들은 술집으로 향하는 등 열광의 도가니였다.

농방골목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모 씨는 “결승전 끝나자마자 손님이 몰려오는 바람에 술독이 모두 바닥났다. 군산상고 우승 덕분에 모처럼 호경기 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선수들은 전라북도 도청 광장에서 열린 도민환영대회에 참석하고 오픈카에 탑승,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우승기를 앞세운 선수들은 전주 시내를 가르고 이리(익산) 시내를 돌아 군산에 도착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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