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음식을 브랜딩하자⑦] 별종 음식 토종 정착 대성공… ‘냉면‧ 호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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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음식을 브랜딩하자⑦] 별종 음식 토종 정착 대성공… ‘냉면‧ 호떡’(끝)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11.03 11:19
  • 기사수정 2020-11-05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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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의 대표 소울(SOUL) 푸드… 평양냉면, 온반, 쟁반전골 등 인기
뽀빠이냉면‧ 평양온반‧ 압강옥 등 눈길… 수십 년 동안 지역 대표 음식 우뚝
중국 호떡 넘어 토착화한 새로운 형태 음식 ‘중동호떡’ 3대 약 80년 여정
맛집 등극 후 후예들 새로운 조리 방식 도전 나서 음식 토양 저변 확대

 

군산음식의 특징은 토종과 북한음식, 중국음식, 일본음식은 물론 심지어 양식(洋食)까지 받아들여 세계적인 자양분을 자랑하고 있다.

아무래도 군산음식 중 지역 브랜딩을 할 만한  냉면 등 북한 음식과 호떡은 매우 특징적인 요소를 지녔다 하겠다. 이들 음식은 2~3대째 운영해온 백년가게라는 가업과 맛이 출중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맛의 도시’ 군산에는 중화요리와 빵집이외에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차별적인 북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지만 그 유래는 민족비극과 맞물려 있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평양냉면과 온반, 압강옥의 쟁반전골‧ 정식 등이다.

이들 음식은 하나같이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 출신 요리가들의 빼어난 작품이자, 그들로부터 전수된 특징을 지녔다.

군산에는 한국전쟁 전후로 피난민이 유독 많았다. 1.4 후퇴로 약 5만 명이 배를 타고 군산으로 몰려들었다. 이중 절반은 김제와 부안, 익산 등으로 옮겨갔고 약 2만5000명은 군산에 둥지를 틀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군산항에서 가까운 해망동의 산자락 등에 대부분 정착했고 전쟁통에 가족과 생이별했거나 사별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들은 살기 위해 셀 수 없는 직업을 바꿔야 했고 그중 음식 소수의 세프들은 음식점을 냈다. 이 과정에서 전수와 전수를 거듭한 끝에 북한 음식은 군산 음식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냉면의 군산 유입… 뽀빠이 냉면

이렇게 자리 잡은 여러 북한 음식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이 냉면이었다.

한국의 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흔히 남한에서는 평양냉면은 물냉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으로 통한다. 사실 북한에는 함흥냉면이란 음식은 없단다.

함경도에서는 냉면을 농마국수 혹은 회국수라고 한다. 농마국수는 물냉면, 회 국수는 회냉면(비빔냉면)을 뜻한다. 농마는 녹말을 뜻하는 북한의 방언이다.

평양냉면은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맛 대신, 담백한 맛을 즐기는 평양의 전통음식.

사골을 끓여 차게 식힌 후 기름기를 걷어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과 식초,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후 메밀 면을 더한다.

편육, 삶은 달걀, 배 고명을 얹고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넣어 즐길 수도 있다. 평양에서 즐겨 먹던 ‘평양냉면’은 6·25 전쟁을 겪으며 북한 피난민 요리사들에 의해 전국으로 퍼졌다.

거친 메밀 면발과 삼삼한 육수에서 나오는 특유의 감칠맛으로 마니아층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오래된 이북 음식점은 군산시 장재길에 위치한 뽀빠이 냉면.

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피난 온 정신국 여사(작고)는 피난민 1세대로 전쟁 중에 남편을 잃었다.

군산에 피난 와서 어렵게 정착한 정 할머니는 고향에서 먹었던 냉면을 만들어 1954년 ‘원조 평양냉면’집을 냈다.

그러던 중 1960년대 TV 만화 프로 ‘뽀빠이’가 유명해지자 이를 차용, 가게 이름을 뽀빠이 냉면으로 바꿨단다.

북한사람들은 집집마다 다른 방식의 냉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정신국 할머니가 만든 평양식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정 할머니의 며느리(송형자 여사)를 거쳐 아들로 이어지는 3대 66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집은 평양냉면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깬다.

간장으로 간을 해 거무튀튀한 육수와 두툼히 얹어주는 닭고기, 돼지고기 고명이 이색적.

육수 맛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사골을 뽀얗게 우려내고 돼지 등심과 꿩고기를 대신한 생닭을 더해 함께 끓이는 옛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압강옥… 퓨전 느낌의 독특한 냉면

뽀빠이 냉면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 있는 북한 요리집은 사정동에 있는 압강옥.

압록강에서 따왔다는 말처럼 ‘압’자와 물‘강(江)’을 섞어 압강옥이란 1964년 음식점을 만들었는데 당초 군산초등학교 옆에 있다가 1980년대 초반까지 평양냉면 요리집인 ‘황해옥’이란 이름으로 영업하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 메뉴도 상당한 변화를 줬다.

이곳의 육수는 평양식을 따르지만 함흥식을 차용하는 일종의 퓨전 느낌의 독특한 냉면이다.

이곳은 초기 황해옥이란 이름에서 보듯 황해도식 반가(班家) 음식을 기본으로 하며 3대째 영업 중이다.

전라도에서 뿌리를 내린 이북음식으로 냉면과 비빔냉면, 압강옥 정식, 어복쟁반, 복 튀김 등이 주 메뉴다.

전라도 음식과 화학적 결합 때문인지 몰라도 이북식 쟁반과는 다소 다르다. 전라도 맛이 보태진 전골로 향토음식의 새로운 장을 열며 입지를 굳혀왔다.

1970년대 실향민 출신 정일권 전 국무총리(작고)가 이 음식 맛에 반해 군산을 방문할 때면 군산초등학교 인근에 있던 황해옥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정 전총리는 1973년과 그 후 두 차례에 걸쳐 군산을 방문했을 때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이 조촌동으로 이전하면서 1995년 6월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평양온반(큰집)

지금까지 군산에 남아 있는 북한 음식 중 하나가 ‘온반’이다.

유일하게 군산에서 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조촌동소재 ‘평양온반(큰집)’.

큰집 만둣국이란 이름으로 2000년 2월 나운동에서 영업을 하다 지금의 자리로 재이전한 시기가 2002년 12월께다.

이는 평안도 지방의 최고급 음식으로 토종닭을 주된 재료로 한 보양식 국밥이다.

북한의 전통음식으로 겨울철에 즐겨먹는 별미다. 밥에 닭이나 꿩 또는 쇠고기를 우려낸 물을 얹은 장국밥의 일종이다.

가장 대표적인 평양온반은 닭고기나 쇠고기를 재료로 국물을 만든다.

이들 북한 음식들은 긴 세월 동안 영업하는 바람에 사계절 음식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실향민들은 그 음식 맛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마음을 달래는 ‘소울(SOUL) 음식’들이다.

이런 북한 음식들이 인기를 끌자 일부 지역 요리가들은 벤치마킹을 통해 연구를 거듭, 유사한 음식점을 내고 지역 내 유명 맛집들이 되는 사례도 있다.

 

겨울의 별미 호떡… 77년 역사 자랑한 중동호떡

바야흐로 호떡의 계절이 다가왔다.

보통은 겨울 한철만 장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군산에선 1년 내내 문을 열고 있는 호떡집들이 여럿이다. 이때문에 겨울철 별미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틀린 말이 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호떡집들을 감안할 경우 무리없을 것 같다.

호떡은 주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열량이 많아 배고픈 시대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피난민들이 호떡 안에 여러 종류의 곡물을 넣어 먹기 시작했다. 그것이 유래되어 1980년대 후반 남포동에서 각종 견과류를 넣어 판매하면서 씨앗 호떡이란 이름으로 탄생하게 된 것.

군산의 중동호떡, 아산의 삼색호떡, 속초의 찹쌀씨앗호떡 등이 전국에서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호떡계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앞서 군산에도 전통적인 호떡이 들어왔는데 1940년대에는 어느 정도 대중화 단계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사람들이 초기에 주로 만들어 팔았지만 이를 받아들인 그 시대 군산 세프들도 우리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토착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군산에선 중국집들을 중심으로 호떡을 팔았겠지만 1940년대를 넘어서면서 당시 군산사람들도 이를 흉내를 내 만들어 팔았을 것이다.

중동호떡이 처음에 있었던 곳에 과거 공설운동장이 있어 수많은 인파들이 오갔을 것이고 이를 영업의 장으로 십분 활용, 이곳 주변에는 호떡집들 뿐 아니라 다양한 가게들이 경쟁적으로 생겼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거쳤단다.

그 시기, 이곳 외에도 학교 앞에는 어김없이 호떡을 판매할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그 많던 호떡집들은 우리 주변에서 갑자기 사라졌을까.

밀가루 음식의 대명사인 각종 제과류들이 등장하면서 이 맛에 길들여진 신세대들은 전통적인 호떡보다는 현대식 제과를 더 선호하며 즐겼다. 이른바 식생활 선호도가 변하면서 호떡집은 다른 업종으로 변모를 시도, 자취를 감추는 단계를 거쳤던 것.

맛도 음식도 돌고 도는 유행과 같은 흐름이 있나 보다.

최근 호떡집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듯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이런 풍파와 온갖 유행을 이겨내고 3대째 80년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 호떡집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 중동호떡이다.

공설시장 인근에 있었던 중동호떡은 이주호 사장의 할아버지가 시작한 이래 3대째 77년 역사(1943년 개업)를 자랑하고 있다.

일반 호떡과 다른 점은 전통의 비법 반죽으로 특유의 담백한 맛이 특징이고 철판에 구워 기름기를 빼기 때문에 질리지 않게 만들고 있다. 가정에서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갓 구운 호떡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식은 호떡을 함께 먹으면 담백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

군산은 맛의 고장처럼 중동호떡에 맞선 후예들이 적지 않다. 월명동 민주네 씨앗 호떡집도 한 방송 프로에서 소개되면서 상당한 성장세를 누리고 있단다. 그 젊은 주인은 어느 공중파에 나와 입소문 나면서 관광객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 거리의 포장마차 등에서는 대중화된 맛을 통해 겨울 간식 중 대표주자로 인기를 누릴 뿐 아니라 서민들의 계절 음식으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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