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음식을 브랜딩하자 ⑥] 술꾼들의 전설 ‘군산대표’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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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음식을 브랜딩하자 ⑥] 술꾼들의 전설 ‘군산대표’ 해장국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10.28 13:45
  • 기사수정 2020-11-06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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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시청 등 옛 행정타운 이전에도 전설의 해장국 탄생 역사
일흥옥‧ 일해옥‧ 일출옥‧ 한일옥 등… 콩나물‧ 무‧ 황태 등 활용한 일품 음식
토종 해장국집들, 프랜차이즈와 한판승에도 산업화엔 실패 아쉬움만
지역 미식가들 ‘아침엔 콩나물국밥 낮엔 복국’ 입속은 행복 가득
일해옥 콩나물국밥
일해옥 콩나물국밥

 

군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월명동의 맛집 골목 등에서 산해진미가 가득한 음식의 바다에 ‘풍덩’하고 빠져든다.

월명동 주변 맛의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다. 횟집은 물론 떡갈비집, 중국음식집, 생선탕집, 해장국집, 빵집, 커피점 등에 이르기까지 군산의 압축된 맛집들이 즐비한 맛의 보고(寶庫)다.

이런 맛집들이 즐비해서 군산에서는 어지간한 일반 프랜차이즈 음식들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속설 때문에 ‘외지음식, 아니 프랜차이즈 음식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현지인들의 미각이 뛰어나 적당한 수준의 음식점을 내고 영업 전선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기꺼이 증명하기라도 하듯 월명동 주변에서 그 흔한 해장음식인 콩나물국밥의 프랜차이즈점은 눈을 씻고 찾을 내야 찾을 수 없다. 이들 프랜차이즈점들은 이곳에서 경쟁을 회피하고 새로운 대형아파트단지 주변 상가에서 둥지를 틀고 있을 정도다.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전주의 콩나물 프랜차이즈들이 전국을 강타, 천하통일의 단계에 있는데도 군산의 점령에 실패했다는 반증물, 다름 아니다. 군산 음식과의 정공법을 피하고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군산의 해장국집들은 전주와 다른 다양한 해장국 요리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콩나물로 하는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아욱국, 황태해장국, 뭇국 등으로 요리하는 토속 맛집들이 다수다.

 

군산 해장국의 원조격은 일흥옥… ‘일(日)~’또는 ‘~ 옥(屋)’자로 된 그 후예들

휴일 아침이면 운동을 하거나 산책 등으로 집을 나선 시민들의 발길은 어김없이 월명동 콩나물국밥집들로 향한다.

이런 콩나물국밥 음식점들 중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곳은 일흥옥과 일해옥, 일출옥 등 ‘일(日)~’자로 시작되는 음식점들.

우연히도 이들 해장국집들의 특징을 꼽으라면 대부분 음식점이 일본음식점들의  특징인 ‘~ 옥(屋)’자로 끝나는 점이다. ‘~ 옥(屋)’자의 기원을 고려한 접근을 한다면 일제강점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아픈 역사를 지녔는지도 모를 일이다.

원조격은 1975년 8월 영업에 들어간 '일흥옥'이라 할 수 있지만, 맛을 한 차원 높인 일해옥(95년 2월 영업) 또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일출옥은 부드럽고 시원한 아욱국이 일품이지만 물론 콩나물국밥도 취급하고 있다.

월명동 콩나물국밥은 달걀과 김 등 모든 재료가 고명으로 식탁에 오르며 전주 남문(시장)식과 같은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따뜻하게 함) 방식이다.

언뜻 수란(水卵: 달걀을 깨뜨려 수란 그릇에 담고 끓는 물에 넣어 흰자만 익힌 음식)이 한 세트로 등장하는 전주 남문식에 비해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놀라울 정도로 깊고 시원한 국물을 낸다.

국물 맛의 비결은 직접 엄선한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 등을 일정한 비율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수적인 음식으로는 콩나물국밥 못지않게 맛이 있는 깍두기와 고추장아찌, 간단한 젓갈류가 단골로 상에 등장한다.

숨겨진 맛집 중 하나는 황태해장국을 전문으로 하는 월명옥(2013년 1월)이었다.

이곳의 콩나물국밥은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는 황태와 콩나물이 깔끔하게 어우러지면서 전날 먹었던 술로 숙취에 시달리는 주당(酒黨)들의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숙취엔 콩나물국밥이 최고”…한국전쟁기 탄생한 간편식(?)

콩나물국밥은 한국전쟁 때 어려운 식량 사정 때문에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요리로 개발된 음식이다.

콩나물국밥의 주 재료는 밥, 김치, 콩나물인 관계로 종종 전주콩나물국밥을 콩나물 김칫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김치는 일반 김치와 다른 유형이다.

콩나물국밥에 사용되는 김치를 담글 때 배추는 다져서 쓰며 매우 짜게 담는다. 일반 김치의 식염 함량이 3~ 4%인데 비해 콩나물국밥에 사용되는 김치의 식염 함량은 20% 정도라는 것이 오래 전, 군산대 주종재 교수가 도내 일간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염분 또는 나트륨 함량이 상당하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콩나물국밥용 김치는 일반 김치와는 전혀 다른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을 갖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맛이 콩나물의 맛과 어우러져 삼삼하면서도 시원하게 감치는 특유의 국물 맛을 내는 것이다.

콩나물국밥을 그냥 해장국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콩나물국밥의 주재료인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에 좋고 국물을 먹으면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하여 음주 후의 꼬인 속이 풀어지는 듯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무’해장국의 컬래버

콩나물국밥은 아니지만 해장국 중 인기 있는 것 중 하나는 '뭇(무)국'이다. 이는 군산의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군산을 전국에 알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의 맞은편에 있는 한일옥(1988년 8월 개업)은 주변에서 영업하다가 1930년 중후반에 지어진 일본가옥을 구입, 10년쯤 리모델링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별한 밑반찬이 제공되는 것도 아닌데 손님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깔끔한 국물 맛 때문이다. 콩나물국밥에 버금가는 해장음식으로 군산사람은 물론 타지 관광객들의 입맛을 강탈하고 있다. 소고기와 무를 넣고 50분가량 끓인 물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게 이 '뭇국'의 전부다.

신창동 월명옥(2013년1월)과 일출옥(2017년 1월 개업: 최초 소재지 영업신고일 1998년 2월) 등도 성업 중이다.

 

 

군산복집 복국
군산복집 복국

 

 

군산의 맛집 일번지 등극… ‘아침엔 해장국도 낮엔 (아욱)복국’

그러면 왜 이 골목이 해장국집의 대명사가 됐을까.

과거 약 100년 동안 이 골목주변에는 법원과 검찰청, 군산시청은 물론 조금만 더 가면 군산에 들어와 있는 경찰서 등 각종 국가기관 출장소 등이 40여 곳에 달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군산의 행정타운이자, 메인 상권을 자랑했었단다.

이런 환경 때문에 돈을 번 사람이나 사업가 등은 물론 법조타운의 민원인들이 이곳을 빈번하게 거쳐 가야 했다.

저녁에는 술과 가무로 즐겼다면 다음 날에는 힘겨운 몸을 숙취에서 풀어줄 음식이 필요했는데 이를 겨냥해서 아침 장사를 하는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특히 술(酒)직한 공직자들을 모시는(?) 사람들로 넘쳐났을 뿐 아니라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식사하려는 이들의 첫 식당이었을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고향을 찾은 지역출신 유명정치인이나 사업가, 탤런트 등은 이곳을 잊지 못했을 정도다. 이런 소문 때문에 과거 유종근 도지사가 군산을 방문, 하루 숙박할 때면 아침이면 이들 음식점을 찾았다고 하니 말해 뭐겠는가. 애주가가 아닌 장년층의 지역인사들은 여전히 이곳을 주말이면 찾는 것을 볼 때 맛의 세계는 오묘함, 그 자체다.

이런 음식점들이 지금의 콩나물국밥 등 해장국집의 시원이고, 모태와 같은 식당이었을 것은 분명하다.

이런 엄청난 맛집들을 즐비한 곳이면서도 아쉬운 점은 전주지역 해장국처럼 전국화 또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계곡가든의 김철호 사장처럼 이를 경영마인드에 적용했다면 아마도 전국의 콩나물국밥과 같은 해장국은 전주가 아닌 산콩나물~ ’로 온통 도배했을 정도로 전국을 강타했을 텐데.

군산 현지에서 조차 지역 대표 해장국의 2, 3호점들을 구경하기 힘든 것은 못내 아쉬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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