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에 성공한 사람들⑩] 어선어업 군산시 비안도 조용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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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에 성공한 사람들⑩] 어선어업 군산시 비안도 조용천씨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9.28 11:20
  • 기사수정 2021-03-1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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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의 해태양식 도운 경험 살려 고군산군도 최고의 ‘꽃게잡이’ 꿈 도전
‘어촌생활은 행복바이러스’ 넘실넘실… 귀어‧ 귀촌 생활 속 단란한 가정도
성공적인 어업인 삶 안착 기원… 고단한 생활 속 ‘풍어가’ 염원
정부지원자금 확대‧ 대출조건 완화 등 현실적인 제도 개선 촉구
/사진=투데이 군산
/사진=투데이 군산

 

새만금 1호 방조제에 있는 가력도항은 요즘 꽃게잡이 어선들로 가득하다.

본래 가력도는 군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섬 중 하나다. 옛날 옛적에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지 않았던 때, 그 누구도 이곳을 군산시의 땅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애매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북가력도와 남가력도 2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는 가력도는 본래 옥도면 비안도리에 속해 있었다. 북가력도는 가력배수갑문이 설치되면서 수면 아래로 잠기고 남가력도만 육지형태로 남아 새만금방조제를 끼고 있다.

남가력도의 제방 아래는 조그마한 항구가 조성되어 있어 부근 섬들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항구에는 물류창고는 물론 어선이 많이 정박해 있을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배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는 새만금의 중심 어항처럼 변해 있다.

잡은 꽃게 등을 용기에 담아 수선대에 올려놓고 손질해서 저울로 양을 측정한 후 대기 중에 있는 활어차들로 옮겨져 전국 각지로 운송되고 있다.

2020년 9월14일 오후 가력도항 선착장은 부안군 선적 어선은 물론 과거 주된 섬 역할을 했던 비안도 어선들까지 합류, 왁자지껄했다. 어업인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외국인 선원들의 익숙한 꽃게 손질 등에 이르기까지 분주했다.

활어차도 정차되어 있었지만, 그곳 주변에 강태공들의 낚시 행렬은 물론 캠핑족들도 꽃게탕을 이용한 라면 국물을 시식하는 장면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이날 귀어‧ 귀촌인들의 취재를 위해 만나기로 한 젊은 어업인이 아담한 어선을 이끌고 정박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가 성빈호(2.77t급)의 선장 조용천(44)씨였다.

당초 그와의 만남을 비안도에서 취재할 예정이었으나 작업 일정 때문에 인근 군산해경 파출소로 이동, 인터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 귀어‧ 귀촌인의 소중한 길라잡이인 오양수 전라북도 귀어 귀촌센터장이 인터뷰 장소를 주선하는 수완을 발휘, 용천씨의 귀어‧ 귀촌 생활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천상 어업인의 삶과 맞닿아 있었던 것 같았다.

‘모친의 고향’ 비안도에 외가와 외삼촌댁이 있어 어렸을 때부터 빈번하게 오갔는데 그곳에서 어업인들의 삶에 매료됐었단다.

중‧ 고등학교 시절, 외삼촌댁에 들러 해태를 채취하는 것은 물론 배를 운항하는 일들을 거들고 그곳에서 용돈도 벌었을 정도니, 그에게는 맞춤형 아르바이트인 셈이었다.

그런 인연 때문에 어쩌면 어업인의 삶을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군 제대 후 실질적인 첫 사회생활을 한 곳도 이곳이었다.

비안도발전소에 근무한 10여 년 동안도 쉬는 날이면 외삼촌 해태양식을 하는데 일손을 도왔다.

우연한 일로 그 직장을 떠나야 했으며 안정된 생활과도 안녕이었다.

오랜 섬 생활에 지친 용천씨는 도시 생활을 꿈꾸면서 숱한 직업들을 두루 거쳤지만, 비안도의 어촌생활을 잊지 못했다. 그곳에는 낭만도 있었고, 여유로운 고향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통~ 통~ 통~”하는 뱃소리와 그곳의 생활을 그리워 해왔는데 그의 청년기를 수놓았던 비안도로의 이끈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그 무렵 국제결혼을 통해 단란한 가정도 꾸렸는데 그의 부인은 참한 베트남댁이었다. 아내를 부모님에게 의탁하고 객지로 떠돌았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부모님댁에 들렀는데 아들(3)이 함께 친동생을 “아빠”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과는 심한 낯가림을 해서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한 그는 떠돌이 생활을 접고 어업인으로 살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고민 끝에 결정했다. 2017년 6월.

자신에게는 사실상 고향처럼 지내왔던 비안도로 낙점한 것은 부모님의 조그마한 땅이 있었기 때문. 젊은 시절 부친이 중동 근로자 생활로 번 돈으로 마련한 소중한 땅을 물려받아 자신의 꿈과 삶을 가꿔나기로 했다.

어선어업을 하기 위해선 꽤 많은 돈이 들어 귀어 귀촌 정책자금을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먼저 군산수협과 수협중앙회 등에 손을 내밀었다.

귀어‧ 귀촌인으로의 생활에 다가온 것 같아 뿌듯함 속에 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의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었다.

/사진=투데이 군산
/사진=투데이 군산

 

첫 장애물은 어선 구입 문제였다.

군산의 경우 감척사업으로 신규허가가 나오지 않아 새로운 배를 건조할 수 없었다. 중고어선을 찾아 곳곳을 누비면서 대출금과 조율해 겨우 적당한 물건을 찾았으나 이번에는 어선의 부대시설과 어구 등을 갖추려면 또 다른 대출금이 필요했다. 기타 부대비용까지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작은 어선이라도 혼자 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바지선 구입과 선원 고용 등을 하려면 상당한 돈을 준비해야 하는데 새내기 어업인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결국, 귀어‧ 귀촌 첫해인 2019년 5월 대출금을 받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을 오가느라 많은 시간을 허송했다.

군산과 전주 등을 오가는 것만도 10여 차례도 넘었다. 매번 새로운 상황처럼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그렇게 대했다.

‘왜 다른 지역과 이렇게 차이가 있지’하는 생각뿐이었다.

마땅한 어선 찾기도 힘들었다. 전남 강진 등을 방문했을 때 강진수협은 귀어‧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멘토링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새내기 어업인에게 각종 안내와 안착을 돕고 있는 시스템을 보고 군산에도 잘 작동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전혀 (관계 기관은) 기대 밖이었다.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어선 구입 문제 이외에도 주택자금 대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집터를 구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는데 신용도에 따라 대출한도액과 엄격한 대출 규정 때문에 포기 일보 직전에 놓여 있는 상태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 이다.

외국인 선원이라도 고용하려면 꼭 필요한 돈인데….

그 당시를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몰려왔고 다시는 힘든 대출과정을 겪기 싫을 정도였단다. 자신은 그래도 군산은 물론 비안도가 고향이나 진배없을 정도인데 이런 일을 경험해야 했다는 점에서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이런 고비를 넘기고도 기다리는 것은 기존 주민들과의 소통이었지만, 그나마 용천씨는 외가여서 적응하는데 문제없었다.

그래도 수시로 인근 주민들과 교류하고 만남을 이어가야 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어선 운용법과 바닷일 등을 배우려면 선배 어업인들의 일을 도와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숱한 고비 끝에 대출금 문제가 마무리됐다.

그 시간만도 4~ 5개월이나 소요됐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애마가 ‘성빈호’다. ‘아들의 이름을 딴 것’은 부부와 아들 등 온가족이 행복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작명했다.

어선을 제법 갖추고 거창한 기대감 속에 바다로 나갈 작정이었으나 현실의 벽은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놓고도 어구값 문제로 2019년 9월 어느 날까지 출항하지 못했다.

그달 중순쯤 겨우 바다로 나갔는데, 경험 이외에는 소득이 없었단다.

외삼촌댁에서 어촌일을 해온 자신에게도 해태양식과 꽃게 잡는 일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 분야에 관한 한 거의 ‘신출내기였다’는 말이 더 옳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는 외가와 외삼촌이 계신 곳에서 귀어‧ 귀촌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 아니라 큰 장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배경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주변과의 소통도 훨씬 손쉬웠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다.

 

/사진=투데이 군산
/사진=투데이 군산

 

최근까지 선원을 구하지 못해 아내와 뱃일을 시작했다.

문제는 선원을 구할 여윳돈이 없어 우리 말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와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내에겐 우리나라 말은 물론 어구의 용어들조차 낯선 왕초보 선원이어서 일은 돕고 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작업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가 처한 현실은 착잡함만 넘쳐났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남편의 꿈을 위해 위험한 일터에 나온 그녀.

인터뷰 중에 부인의 힘든 상황들을 연상하는 말들이 나오자 울컥하는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국만리 타향에서 힘겹게 바닷일을 하는 아내에게 행복한 나날들을 하루빨리 만들어줘야 할 텐데.

다행스럽게 아내는 다문화가족의 일원이지만 열심히 뱃일을 돕고 있는데다 당찬 성격을 지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단다. 바다로 나갈 때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몫이다. 그나마 어린 아들을 부모님께 맡길 수 있어 다행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처음 귀어‧ 귀촌 생활을 결심한 때보다는 조금씩 고비를 넘기고 있는 만큼 몇년 후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리라!

 

‘고려청자의 섬’ 비안도는

비안도는 군산 16개 유인도에서 중간 규모다.

군산에서 33㎞나 떨어진 작은 섬으로 유인도인 두리도와 무인도인 덕산도, 악도, 치두도가 곁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 무녀도와 거리는 5㎞ 떨어진 곳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이곳은 많은 변화를 보였다.

비안도를 알린 가장 눈길을 끈 사건은 인근 바다에서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발굴되면서부터다. 새만금방조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동진강과 만경강의 물길이 서해로 흘러들 수 있도록 비안도 앞 가력배수갑문과 신시배수갑문에 각각 물길을 틔워놨다. 과거와 다른 물길이 생기면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하루에 두 번씩 밀리고 쓸리는 바닷물, 강력한 물흐름으로 수백 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뻘층이 완전히 뒤집혔다. 뻘 속에서 수백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옛날 배와 청자들이 어부들의 그물에 걸려 나왔다. 물론 이런 대사건이전에도 상당한 유물들이 건져져 견공들의 밥그릇으로 사용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도 전해 내려왔다.

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월드컵을 앞두고 전국적인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해 4월 옥도면 비안도 해상에서 소형 저인망어선으로 고기를 잡던 한 어민의 그물에 고려청자 243점이 무더기로 딸려 올라왔다는 소식이었다. 상당한 가치를 지닌 ‘12세기 고려청자 군(群)‚이었다.

이 낭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문화재청은 서둘러 발굴조사에 나섰고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비안도 앞바다에서 2년간 5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벌여 모두 2935점의 고려청자를 발굴하는 수확을 올렸다. 이어진 인근 섬 지역으로 확대, 신안해저유물군과 버금가는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만금방조제 완공이 가져온 또 하나의 사건은 여객선의 운항 중단이었다.

비안도 여객선이 중단된 이유는 1998년 12월 1호 방조제(대항리~가력도, 4.7㎞) 준공 이후 대부분의 이곳 주민들이 어선을 이용, 접근성이 좋은 가력선착장으로 입출항하는 바람에 비안도~ 군산항 여객선 운항이 2008년 1월 중단됐다.

여객선 중단이후 비안도와 인근 두리도 주민들은 그동안 6.5㎞에 이르는 뱃길을 어선을 이용, 20여 분 걸리는 가력선착장까지 위험한 육지 나들이를 해야 했다.

또한, 지난 2010년 4월 새만금방조제 도로가 준공되면서 군산시가 시내버스와 연계하는 도선 운항을 추진했으나 ‘새만금행정구역 분쟁‘과 ‘군산·부안 어민 간 어업갈등’으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무조정실은 비안도와 부안 어민 간 갈등을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섰다.

시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부안군과 적극적인 소통행정으로 상생의 길을 열어나갔고,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로 전북도, 군산해경,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협의해 2018년 12월 18일 최종 합의를 이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군산시는 올해 4월부터 새만금 가력도와 비안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을 하루 왕복 세 차례까지 늘렸다. 첫 배는 비안도에서 오전 7시 30분, 마지막 배는 가력도에서 오후 6시 10분에 출발한다. 지난해 12월 취항한 군산 가력도~ 비안도 여객선은 하루 평균 30명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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