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야구계의 신사’ 김준환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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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야구계의 신사’ 김준환 ③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0.07.31 08:05
  • 기사수정 2022-01-1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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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끼 회장이 군산상고 선수 주축의 한국 고교야구팀 초청 의사 밝히는 1972년 9월 20일 치 ‘동아일보’ 기사/출처=군산야구 100년사
사에끼 회장이 군산상고 선수 주축의 한국 고교야구팀 초청 의사 밝히는 1972년 9월 20일 치 ‘동아일보’ 기사/출처=군산야구 100년사

 

사에끼 회장, 한국 고교야구팀 초청 밝혀

황금사자기 우승의 여파는 지방의 작은 항구도시 군산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대한야구협회·동아일보사 공동초청으로 일본 사회인 야구 정상을 달리는 산꼬(三協) 팀이 그해 9월 내한한 것. 산꼬팀은 국내 실업 및 대학팀들과 서울에서 12차전(14일~24일)을 펼친다. 그중 한 게임이 군산상고 교정에서 열렸다. 일본 실업 야구팀의 군산 경기는 광복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일 오후에 열린 경기(산꼬팀-기업은행 1, 2차전) 역시 관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 선수들 경기를 구경하려는 야구팬들이 군산은 물론, 이리, 전주, 김제, 충남 서천, 장항 등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산꼬팀은 긴노(金野滿)의 그랜드슬램(만루 홈런)을 비롯해 장단 17안타를 터뜨리며 기업은행을 11-4로 제압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이건웅, 최주현의 홈런을 포함, 9안타를 몰아치는 선전을 펼쳤으나 끝내 역부족, 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산꼬팀은 이날까지 내한전적 6전 4승 2무를 기록하였다.

산꼬팀과 함께 군산을 방문한 사에끼(佐伯) 일본 고등학교야구연맹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우승한 군산상고 선수를 주축으로 하는 한국 고교야구팀을 11월 5일 일본에 초청하겠다고 밝힌다.

사에끼 회장은 군산상고 9명 경북고, 중앙고에서 각 3명씩 모두 15명의 선수를 초청, 오사카(大阪) 지방에서 친선 경기를 갖겠다고 약속한다.

산꼬팀-기업은행 경기에 앞서 군산상고는 그해 봉황대기 우승팀인 배명고 야구팀을 초청, 운동장에서 이틀에 걸쳐 경기를 가졌다.

경기결과는 1차전, 2차전 모두 군산상고가 2-1로 승리하였다.

 

군산상고의 눈부신 활약, 군산을 '야구의 도시'로 만들어

군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25회 황금사자기 우승 환영대회(1972)/출처=군산야구 100년사
군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25회 황금사자기 우승 환영대회(1972)/출처=군산야구 100년사

 

1972년 7월, 믿기 어려운 9회 말 대역전극으로 황금사자기 패권을 차지하며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군산상고는 가을에 열린 국회의장배 대회도 우승, 그해 2관왕에 오른다.

이어 제29회 청룡기대회 준우승(1974), 제56회 전국체육대회 우승(1975), 제10회 대통령배 우승(1976) 등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한다.

군산상고의 눈부신 활약은 군산을 '야구의 도시'로 만들었다. 시민의 생활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고교야구 친선경기가 열리면 시민들은 야구장을 찾았고, 전국대회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중앙로, 영동, 평화동 등 중심가는 정적이 감돌았다.

TV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다방과 전파상 앞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부 택시 기사들은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TV 중계를 지켜보며 수준 높은 해설과 이론을 펼치기도.

결승전을 앞둔 날은 시내가 들끓었다.

도지사, 시장 등 각급 기관장들은 축전을 보냈고, 시민의 기대는 월명공원 산책로를 뒤덮은 아카시아처럼 만발했다. 시청 직원들은 환영식 준비에 바빴고, 군산상고 재학생들과 시민응원단은 상경 준비를 서둘렀다.

우승이 확정되면 시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 다방에서 응원하던 사람들은 술집으로 이동, 서울에서 내려온 응원단과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고, 이튿날 거리에는 각양각색의 환영 플래카드가 넘쳐났다.

서울에서 내려온 선수들은 35사단 지프에 올라 전주 시내를 가르고, 도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도민 환영대회에 참석해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환영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오픈카에 올라 전주를 출발하여 이리(익산)에 들렀다가 군산에 도착, 팔마광장, 째보선창, 도선장, 서초등학교를 돌아 우체국, 경찰서, 군산역 로터리, 군산상고, 금광동을 지나 시청 앞 광장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꽃가루가 뿌려졌고, 시민들은 환호했으며 선수들은 감격했다.

군산상고의 연이은 우승은 시내 어린이들 꿈까지 바꿔놓았다.

골목의 공터에서는 ‘스트라이크!’ 소리가 요란했고, 차량이 뜸한 도로에는 ‘거리의 야구’가 등장했다.

선수층은 시멘트 포대로 만든 글러브와 빨랫 방망이를 손에 쥔 8~12세 꿈나무들.

그들의 꿈은 김봉연, 김준환, 김일권, 스마일피처(송상복), 김성한, 김용남, 조계현, 장호익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 엄마들은 어렵고 복잡한 야구 룰(rule)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아빠들은 꼬마선수들이 자전거를 넘어뜨려도 혼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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