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마을 600년 팽나무를 지켜주세요"…시민 SNS 서명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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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마을 600년 팽나무를 지켜주세요"…시민 SNS 서명 운동
  • 신수철 기자
  • 승인 2020.07.02 10:06
  • 기사수정 2021-03-10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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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된 하제 팽나무/사진=군산시
600년 된 하제 팽나무/사진=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마을 600년 이상된 팽나무와 200년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SNS에서는  ‘군산시 보호수 팽나무와 소나무를 지킵시다’란 글이 올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글은 “군산시에서 가장 활성화되었던 하제 포구가 사라지고, 마을의 주민들은 이사하고, 현재 하제마을에는 팽나무와 소나무가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제마을 주변지역을 탄약고 안전지역권으로 설정해 토지를 수용한 국방부가 이 곳의 일부를 미군측에 넘겨주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팽나무와 소나무가 미군기지로 편입돼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한다”며 “국방부는 하제마을 주변 지역을 미군측에 주지 말아야 한다”며 서명에 들어갔다.

시의회도 시민들의 요구에 호응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24일 제229회 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하제마을 등 주변 탄약고 안전지역권을 국방부가 직접 관리해 줄 것을 건의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채택한 건의문을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행정안전부장관, 국방부장관에게 보냈다.

건의문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군산 미공군 기지는 일제 강점기 군사기지로 사용되었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일본군이 사용하던 비행학교에 주둔하게 됐다.

미군은 초기에 일본군이 사용하는 군사부지만 사용하다가 한국전쟁 후 비행장 인근 주민의 토지를 강제 수용해 기지를 확장했다.

1969년 이후 미군은 옥서면 선연리 산 20번지 지역을 강제 수용하고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매그넘 탄약고를 설치한 후에는 안전거리 확보명분으로 국방부를 통해 옥서면 옥봉리 주민의 논밭과 집 또한 강제 수용했다.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 송두리째 빼앗긴 것이다.

게다가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 이후에 군산 미 공군기지는 더욱 더 확장하게 됐다. 국방부는 춘천과 평택 아파치 헬기부대 군산이전을 내세워 옥서면 선연리 논 48만9000㎡를 매수했다.

여기에 군산공항 주변 미사용 공여지 67만8000㎡와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앞 14만2000㎡의 공여지 해제라는 이유로 옥서면 선연리 논 42만㎡를 또 매수하게 됐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약속한 미사용 공여지 역시 해제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존치하고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미군이 설정한 안전지역권 확보를 위해 하제마을을 비롯한 6개 마을 644세대를 포함한 201만9000㎡를 매수해 지역민을 강제이주시켰다.

지금까지 국방부는 국책사업을 내세워 군산시와 시민의 동의를 얻지 않고 토지를 매수한 것이다.

옥서면 전체 면적은 2088㎡로 미군의 사용면적(미사용 공여지 포함)이 1043만8963㎡로 절반에 해당된다.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로 국방부가 소유한 면적을 포함하면 옥서면의 절반 이상이 미군 군사시설이 되어버린 셈이다.

따라서 600년 팽나무와 200년 소나무 등 지역의 수호수(守護樹)를 소중히 지키기 위해선 하제마을 등 주변지역 탄약고 안전지역권을 대한민국 국방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시의회 배형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자작시(自作詩) '하제 포구 팽나무'다.

 

하제포구 팽나무

배형원 의원
배형원 의원

수 백 년 지엄하신 군왕의 시절

갯바람 살랑이는 날
어부는 만선의 풍어가를 흥얼거리며
눈에 익숙한 하제포구 뭍으로 향하면서

뙤약볕 아래 아낙의 손차양이 애틋하여
바닷가 탁 트인 곳에
팽나무 한그루를 심었습니다.

아낙은 삶의 모두인 어부가 돌아 올 때
밭일을 놓고 팽나무에 손을 기대고 서서
까맣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냈습니다.

가슴 뛰던 청춘의 어촌 처녀는 서울가는 길에
팽나무를 눈에 넣고
가슴에 담았습니다.

팽나무는
큰 바람에도
서슬퍼런 눈보라에도
칼날같은 늦가을 서리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하제사람들의
아름다움이 되었고,
애틋한 사랑고백을 안아 주었습니다.

팽나무는
하제마을사람들의 걱정도 해결하였고,
담배 물은 어르신의 긴 한숨도 받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손잡고 둘러싸고 뛰며 강강수월래가 있는 날에는
팽나무 잎은 더 푸르게 휘날렸습니다.
 
죽은 자의 상여나가는 길목이고,
하제마을사람들의 큰일 작은 일 모두
팽나무 아래에서 시작하고 끝을 냈습니다.

전쟁통에 따발총 소리가 빗겨갈 때
처음듣는 천둥같은 비행기소리,
기차소리도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가난했지만
마음이 풍성하던 어부들은 떠나고
죽음의 고독함이 엄습할 때
몇 명의 외침을 시작으로 구름같은 시민의 울림이
끊어질 생명을 잇고,
희망을 이어갑니다.

전설은 계속되어야 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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