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군산상고 우승행진, 고교야구 붐 일으켜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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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군산상고 우승행진, 고교야구 붐 일으켜⑤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0.06.22 08:40
  • 기사수정 2022-01-1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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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황금사자기대회 군산상고 우승 보도한 1972년 7월 20일 치 ‘동아일보’/사진=군산야구 100년사
제26회 황금사자기대회 군산상고 우승 보도한 1972년 7월 20일 치 ‘동아일보’/사진=군산야구 100년사

 

“동아일보사와 대한야구협회가 공동 주최한 황금사자기쟁탈 제二十六(이십육)회 전국지구별초청 고교야구 쟁패전은 군산상고에 그 영예가 안겨진 가운데 19일 밤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약 三萬(삼만)의 관중이 열광하는 가운데 야간 경기로 벌어진 군산상고-부산고의 결승전은 9회 말 4-1로 리드당한 군산상고가 끈질긴 추격전으로 극적인 역전신(5-4)을 엮는 파란만장의 연속이었으며 야구사상 일찍이 보기 드문 기사회생의 산표본이기도 했다.”

-1972년 7월 20일 치 <동아일보> 기사

이어 신문은 “장단 21개의 안타가 작렬하고 쫓고 쫓기는 숨가쁜 공방전이 벌어지기 장장 2시간 40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전은 끝내 집념을 버리지 않은 군산상고에 행운의 여신이 내려앉은 셈이다”라고 덧붙인다.

무더운 여름밤.

짜릿한 9회 말 역전 결승타로 제26회 황금사자기 우승을 쟁취한 군산상고는 호남 야구 중흥의 기수로 떠오른다.

또한, 그해(1972) 가을부터 1976년까지 4년 동안 전국규모 야구대회에서 보여준 저력(우승 4회, 준우승 4회)은 서울과 영남권에 갇혀 있던 고교야구의 빗장이 전국으로 열리는 계기를 마련한다.

군산상고는 경기마다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보여주며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된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 돼야 관중이 차던 서울운동장 야구장(동대문야구장)은 8강전부터 입장권이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군산상고 경기가 주말이나 휴일과 겹치면 서울 시내 직장인과 고등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1950년대 후반부터 야구 후원자로, 매니지먼트(management)로 활동하였고, 한국 프로야구 출범을 막후에서 주도했던 이용일 전 KBO 총재대행의 회고를 들어본다.

“군산상고 우승 행진은 고교야구 붐을 일으켰지."

"1974년 충남 공주고, 1976년 천안 북일고가 창단했어."

"광주일고 출신 김종태(전 광주일보 사장)는 회사까지 찾아와 '선배님 저도 전남에 야구를 키워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라며 자문을 구하더군."

"진흥고, 동신고, 광주상고 야구부도 그때 만들어졌지."

"그 후 충청·호남 팀들이 참가하는 지역 대회도 개최했어.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경기 경험이 일천했던 팀들이 실전경험을 쌓으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실력이 향상됐지."

그리고 내가 몇 사람을 만났어."

"동대문구장 근처에 사는 호남 출신 상인들은 수시로 응원하러 왔고, 청계천 의료공장 잡부 한 사람은 광주일고나 군산상고 경기가 있는 날은 사장에게 사정해서 나온다는 거야."

"마음대로 큰소리치면서 응원할 수 있는 경기장은 야구장밖에 없어서 온다는 사람도 있었지."

"1975년 광주일고의 대통령배 우승, 1977년 공주고의 대통령배 우승 등 충청·전라 고교야구팀들의 부활이 그들을 불러들였던 거야.”

군산상고가 유달리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

1970년 7월에 이어 1974년 4월에 발생한 경성고무(사장 이용일)의 대형 화재, 최관수 감독의 파킨슨병 투병, 선수들의 인간애 넘치는 휴먼스토리 등 '역전의 명수' 주역들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보도되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하거나 감동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고교 야구를 다룬 영화 <자! 지금부터야>(1977년 개봉, 감독 정인엽)도 한 몫 더했다.

고교 야구는 천안 북일고가 제10회 봉황대기에서 우승을 쟁취하는 1980년을 기점으로 전국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국내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한다.

관중도 지역 연고보다는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려고 운동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프로야구 개막을 앞당기고, 지역 연고제가 성공하는 바탕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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