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체코 정부에 원전 건설 과정에서 금융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처음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서한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공동 발급한 '관심 서한(Letter of Support)'에서 체코 정부에 "두코바니 6호기 및 테멜린 3·4호기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이 수주한다면, '가장 최적의 금융 조건 제공'을 고려한다"고 제안했다.
이 서한은 4월 원전 입찰 당시 한수원이 제출한 제안서에 동봉되어 체코 측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설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체코 재무부는 국가 예산이 향후 10년간 신규 원전 건설 같은 전략적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며, 기타 자금 조달 방안으로 유럽연합(EU)과 유럽투자은행(EIB)의 대출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수원은 지난 7월 체코 원전 수주 관련 브리핑에서 "금융 지원 조건은 없었다"고 밝혀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7월 18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경우에는 금융 지원이 없다"고 발표했다. 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19일 체코 프라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체코 정부는 원전 건설 자금을 자체 조달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체코 측에서 금융 협력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찰 참여 전부터 한수원은 체코 정부가 6호기 건설 자금 마련을 고민 중인 것을 눈치 채고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한국의 금융 지원' 카드를 꺼내 들며, 한국 정부 기관을 통한 대출 지원을 제안한 셈이다.
신영대 의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금융 지원 같은 특별한 혜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며, "저가 수주 논란에 더해 금융 지원까지 해주는 것은 결국 한국이 돈을 들여 원전을 지어주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체코 정부와의 금융 협력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원전 수출 과정의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서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15년 만의 원전 해외 수출 성과로 평가되었으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