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빛과 그림자… 도로 및 통신망 문제· 숙박시설의 서비스 정신
쓰레기 대란· 심각한 겨울 매연· 청년 실업· 난개발 등 해결책 마련 시급
지난 21일까지 3박4일의 여행은 작은 추억과 함께 끝났다.
이번 여행을 통해 몽골의 빛과 그림자는 물론 그들의 전통이나 문화, 우리와의 오랜 교류 역사 등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우연한 기회에 몽골 관광인파 대열에 우리 일행도 합류했지만 그들의 문화와 예술무대 공연의
감동을 통해 우리의 잊혀진 고대문화유산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마지막 날은 칭기스칸 국제공항으로 급하게 출발해야 했다. 자칫 교통체증이 생길 경우 비행기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 5시간이나 앞두고 시내 숙소에서 출발해야 했다. 80여㎞ 안팎의 거리를 이렇게 빨리 떠나야 하다니…
몽골에서의 단순 에피소드보다는 전날의 진한 여운을 남긴 전통공연 감상 이야기를 다뤄보는 장을 특별히 마련했다. 여기에다 덧붙일 얘기로는 서비스 부족과 전기 및 통신 시설 부족, 쓰레기 대란, 겨울철의 극심한 매연, 청년실업문제 등도 언급하고자 한다.
# 오페라하우스의 멋진 전통음악공연
대미는 누가 뭐래도 몽골전통음악공연이 아니었던가 싶다.
국립오페라하우스 건물은 다른 건물들과 달리 서구식 형태였는데 공연시간조차 모르고 들어갔다.
수흐바타르 광장 옆 자리한 분홍빛 건물이 바로 울란바토르 국립오페라하우스다. 러시아의 영향으로 오페라는 물론 발레 등 각종 얘술공연도 관람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1번지다.
처음에는 무작정 기다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20~ 30분쯤 지난 오후 6시가 되어서야 팡파르가 울렸다.
지금까지 몽골전통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어 몹시 궁금했었는데 공연 시작과 함께 좌중은 빨려들었다.
스타트는 칭기스칸의 찬가와 비틀기춤.
비틀기춤은 무대에 오른 여성 공연자가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고난이도의 춤을 추면서 그 동작 중에 양발을 활용, 몽골 전통 활을 쏘는 묘기였다.
심지어 1~ 2미터 높이의 단 위로 올라 기괴한 요가 자세(?)에서 화살을 발사, 과녁에 정확하게 맞췄는데 인간의 몸짓으로 저런 자세가 나올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자세로 연신 과녁을 명중하자 관객들은 몸짓 몸짓 한동작에 매료돼 박수조차 치지 못할 정도였고 숨소리조차 멎는 듯 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이어 몽골무당춤은 인디언의 춤과도 유사성이 있는 듯하면서 우리 고대의 샤먼들의 춤동작을 연상케하는 내용처럼 느껴졌다. 포효하듯한 몸놀림이나 머리꽃장식 등은 더욱 그랬다.
몽골 전통의 장조민가는 결혼식과 축제 시작 때에 연주하여 헌정의 의미로 부르는 전통문화의 장면들이어서 유목민의 특징적인 모습을 대초원에서 보는 듯했다.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몽골 최초의 전통 현악기인 마두금(모린호르) 연주.
몽골인들의 전통악기 마두금은 모든 악을 물리치고 선을 불러온다고 믿고 축제 등에서 널리 이용되는 악기인데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형태를 보지 못했는데 그 소리가 오묘함, 그 자체였다.
가장 이색적인 공연은 누가 뭐래도 ‘훔미’였다.
이는 흉강(胸腔)호흡을 통해 입과 코로 흡입된 에너지로 박자와 진동을 만들어내고 멜로디와 소리, 음악을 만드는 예술이다. 여성 공연자가 5분, 아니면 10분간 숨을 쉬지 않는 것과 같은 긴 호흡을 하며 피리를 이용, 기묘한 음악소리가 흘러나는 명연기를 펼쳤다. 우리의 음악에서 좀처럼 볼수 없는 형태였다.
한국인 관광객들만을 위한 연주는 아리랑이었다. 그들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교향악단원들이 우리 민요 아리랑 연주를 하자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흥분과 함께 흥겨운 노래 속에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약 1시간 30~40분쯤 지났을까.
연주자와 공연자들은 세련된 매너와 함께 몽골전통식 절제된 몸동작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수 출연자들의 머리에 쓴 모자의 새깃털은 우리의 옛 ‘조우관(鳥羽冠)’이었다. 이는 기마민족의 표상인 고구려의 주된 전통인데 어떻게 약 1,400년이 지난 몽골에서 이런 문화와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걸까.
과거 만주와 몽골 등 대륙을 호령하던 민족의 기상과 역사를 생각케 하는 무대였다고 생각하면 나만의 억측이었을까.
공연 말미에 잇단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자 공연팀은 무대로 나와 정중하게 답례했고 오페라하우스 출구에서 일부 예술인들이 우리 음악들을 연이어 연주하자 한국 관객들의 성금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감응을 뒤로 하고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부산 사람이 주인인 삼겹살이었는데 대형 룸을 갖춘 음식점이었다. 일행은 여독과 잇단 주독 여파로 얼마 안돼 숙소가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 몽골의 두 얼굴… 자연과 공해, 순박과 서비스 부재, 교통문제 등
이번 여행만으로 몽골이란 나라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 2박했던 게르 음식점에서 일하신 몽골 여성들은 그들만의 특유한 웃음과 순박한 모습으로 여유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60대 중반의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와 사진촬영을 요청했고 찍고 나서 즐거워했다.
여행지에서 본 몽골은 관광객 유치에 많은 힘을 쏟으면서도 우리와 같은 서비스 문화 부재는 물론 숙박시설 불청결, 각종 생활쓰레기들을 방치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극심한 난개발에 이어 자연에 그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간혹 눈에 띄었다. 우리가 주요 음식점으로 이용했던 게르 앞에도 숙박시설인지, 또다른 관광시설인지는 모르지만 공사가 멈춘 건물들도 여럿이었다.
첫날 시장을 봐서 생활필수품을 사러 갔는데 젊은층과 가족단위 등 한국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깜짝 놀랐다. 이곳에 진열된 식품들이 한국에서 건너 온 것도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국산 짝퉁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김치에서 라면 등 각종 식품류에 이르기까지…
대초원도 언젠가 이렇게 관리한다면 5년, 10년 뒤에는 쓰레기장처럼 변한다면 대초원의 앞날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대형 쓰레기장 건설과 쓰레기 처리 등은 여전한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다 심각한 문제는 도시 집중화에 따른 난방을 위한 석탄 때문에 겨울 매연도 이미 골칫거리로 등장, 시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또 울란바토르 주변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4곳)들도 이런 고민을 더 가중하는 요인되고 있는 것 같았다.
교통문제는 관광객 유치의 기본 중에 기본인 만큼 철도와 일반 도로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란바토르의 교통지옥은 단순 도로의 개설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같다. 도로여건 개선도 시급하지만 신호체계와 운전자들의 교통문화의식도 뒤따라야 하지만 그런 문화성숙과정은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몽골사회의 변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리사회와도 결은 다소 다르지만 청년실업문제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자리 부족과 취업문제 등도 그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인 점에서 몽골의 빛과 그림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될 것은 분명하다.
# 새로운 교류시대를 진척시키려면
몽골은 수천년 전, 우리와 동일어족에서 출발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의 상황을 맞고 있다. 1990년 한몽교류 이후 빈번한 교류와 여행 등으로 양국간의 교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대엔 이웃나라였고, 고려시대엔 원의 간섭기와 잇단 몽골침입 등으로 엄청난 민족의 아픔을 초래했었고 조선시대엔 소의 수입과 담배 수출 등으로 기나긴 교류의 역사를 이어왔다.
나라를 잃고 만주와 동아시아 각국을 떠돌던 구한말엔 우리 민족의 항일운동의 교두보 역할도 있었다.
남북분단으로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먼저 교류를 했지만 최근 우리가 몽골여행국 3위에 오른 만큼 양국의 긴밀한 교류는 물론 그 영향력은 더욱 배가될 것은 분명하다.
몽골은 중국과의 오랜 다툼에다 청나라 지배 등 때문에 중국인에 대한 반중정서(?)가 상당했고 그들의 방문보다는 우리를 우호적으로 손짓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와는 우호적이었지만 미묘했다.
빈번한 교류와 현대사에 맺은 사회주의의 경험과 같은 인연 덕(?)에 우호적인 상황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리와의 교류에 더 열성적인 것처럼 보여진다. 유명 토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나 한국기업, 식당 등에서 취업하거나 한국말 배우기는 가히 열풍이다.
그들의 광범위한 국토의 지하자원과 우리의 기술력 등이 어우러져 과거의 고려풍- 조선풍을 넘어 새로운 한몽시대를 진전시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품고 여행의 소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린 별자리 관측이외에도 우리의 국운 융성을 위해 미지의 개척지로 관심은 물론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야 한몽 양국의 상호발전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