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전통 조랑말 승마체험… 몽골 여성 마부의 인도받고 30~ 40분간
오프로드의 최강자 ‘푸르공’… 옛소련 우아즈사 제작 ‘부한카(UAZ-452)’ 별칭
전날(18일) 저녁 무렵 비가 내려 날씨 걱정을 했는데 다소 차가웠지만 비교적 화창한 날로 맞이했다. 다만 여전히 날씨가 기대와 달리 청명하지 못해 저녁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들었다.
둘째날은 아침 산책 ~ 전통게르 및 초원승마체험 ~ 야마트산 트래킹~ 늑대상~ 아라야발사원 ~ 숙소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둘째 날의 핵심 공간은 울란바토르에서 북동쪽으로 70~ 90㎞ 떨어진 테렐지국립공원. 199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일년 내내 개방되어 있다. 넓게 펼쳐진 이 공원 내 초원에 유목민의 게르(이동식 가옥) 수만개가 흩어져 있다.
테렐지국립공원은 공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수십 ㎞ 정도 떨어진,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다.
드넓은 초원과 기암괴석, 숲과 어우러진 산들 굽이지며 잔잔하게 흐르는 맑은 강줄기, 게르 등 다양한 몽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을 띤 큰 바위들이 이어지는 풍경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다.
# 우린 뼈속 유목민 기상(?)… 조랑말 타고 허허벌판 누벼
숙소에서 상당히 달려 도착한 곳이 조랑말 무리와 게르가 있는 일종의 승마체험목장이었다.
평평한 공간이 아니어서 약간의 두려움을 애써 짓누르고 일행들과 남녀 목동이 이끈 조랑말에 올랐다.
목동 1명이 두필의 말을 이끈 형태였는데 다소 높은 곳으로 오를 때면 우릴 때운 말들은 가쁜 숨소리와 방귀를 뿡뿡 꿔대면서 30~ 40분간 달렸다. 물론 우린 승마초보여서 달렸다기보다는 빠른 걸음을 걸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이 공원내 노란색으로 변한 자작나무군락지들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우리 일행들은 여러 컷을 촬영하면서 내려오는 길에 작은 위기(?)가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온 이웃 개와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개들이 서로 엉켜 몰아내려는 듯 달려들자 말들이 긴장하는 분위기였는데 우릴 이끈 목동들이 애써 개들을 알 수 없는 소리내면서 쫓아내 겨우 진정됐다.
이제야 말하지만 만약 더 동요됐더라면 무슨일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우린 무사히 말타기를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말 타는 체험은 처음이지만 승마를 할 수 있다면 긴 구릉과 초원을 말 타고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어서 어느새 나도 모를 환상 속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우리 깊은 내면에 남아 있는 기마민족의 기상이 되살아나는듯했다.
먼 옛날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와 발해의 주역이었던 우리 조상들이 이곳은 물론 대륙을 무대삼아 누볐으리라!
# 대초원의 전천후 트래킹 수단 ‘푸르공’… 곡예운전과 사진 촬영도
우리 일행 7명은 조랑말 단체체험을 마치고 목장 인근에서 한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아주 낡은 ‘듣보잡(?)’ 차량을 탔다.
“‘푸르공’이 뭔지 아세요?”
우리 일행 올라탄 차량은 옛 소련의 군용차인 ‘푸르공’으로, 빈티지한 멋이 몽골 여행의 색다른 맛을 더해줬다.
우리를 태운 이 차의 20대 후반의 운전자는 한국에서 코로나 시기에 약1년간 체류했는데 어쩔수 없이 귀국, 생업삼아 이 차를 몰고 있다고.
그는 자신만의 ‘사진촬영 1번지’로 안내했는데 그 멋진 장소가 해발 1,700m쯤 된단다.
이곳의 정상부근에서 능숙하게 한명 한명에게 친절하게 다양한 포즈를 취하도록 하며 컷을 눌러댔다. 거기에다 일행 모두가 나올 수 있도록 ‘푸르공’을 배경 삼아 멋진 장면들을 연출했다.
필자도 인생 사진작품이라도 남길 심산(?)에 가이드의 요구대로 멋진 포즈를 취하며 푸르공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모두가 감탄한 몽골 MZ다운 감성이었다.
그리고도 1시간 동안 구릉 곳곳을 누비면서 곡예운전으로 즐거움과 짜릿한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달리고 달린 뒤 인근에 있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천(川)과 같은 냇가가 있었는데 ‘돌강’이란다. 여름철엔 이곳에서 목욕할 수도 있는 곳이란다.
이 강의 분위기가 미국 영화의 ‘흐르는 강물처럼(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1992년 작: 노먼 맥클레인 자전적이야기 영화화)’작품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해 이 영화를 들먹이자 일행 중 한 친구도 그 장면을 기억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 영화 장면과 너무도 흡사했다.
그곳에서 경치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고 커피 타임을 하자고 했는데 커피 잔이 없단다. 아뿔싸!
그 운전자 가이드는 어디론가 휴대전화를 하더니 승마체험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강가의 휴식을 끝내고 푸르공을 탔던 본래 정차장으로 돌아와 맛있는 커피를 한 뒤 재미난 무한질주를 끝냈다. 커피 맛은 자연과 조화 때문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꿀맛, 그 자체였다.
오는 길에 돌강의 이채로운 ‘나무다리’를 거쳐왔다. 100여년전 중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건설됐는데 상판과 교각 등 전체가 나무로만 이뤄진 다리였다. 달리는 차량에서 봤을 뿐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아쉬움은 적지 않았다.
스릴 만점의 ‘푸르공’은 어떤 차?
이 차종은 러시아 우아즈라는 회사가 제작하는 ‘부한카(UAZ-452)’라는 소형 오프로드 차량.
1941년 설립된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인 아아즈는 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상형 승합차를 만드는 업체다.
부한카는 몽골에서는 ‘푸르공’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흔히들 ‘푸르공’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선 ‘빵덩어리’라는 뜻의 부한카라고 불리고 외관의 전체적인 모양에서 따왔단다. 최대 탑승인원 8명.
1965년 옛 소련시절 만들어진 이 차종은 처음엔 군용 차량으로 개발됐고, 밴 뿐만 아니라 픽업트럭 등 다른 제품군도 있다고.
강인한 차체로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차량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길이는 4,440mm, 너비는 1,940mm, 높이는 2,090mm에 달한단다. 지상고는 약 20cm 정도여서 험난한 오프로드길에 최적화된 차종이다.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수리하기 쉽다는 장점에다 외관은 레트로한 감성으로, 귀엽기까지 해 관광객들의 사진촬영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이 차종은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동유럽 국가, 동남아, 북한 등에서도 푸르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 늑대상과 야마트산의 트레킹
코끼리를 형상한 아라야발사원은 러시아의 사회주의 세력이 집권하던 때 불교 탄압으로 대부분의 사원들이 사라졌는데 이 풍파 속에도 남아 있는 사원으로 1988년에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사원은 부처님이 타고 다니셨다고 전해지는 코끼리를 형상화한 사원으로 새벽사원이라는 별칭도 있다. 이곳의 108계단은 불자들에게 108번뇌를 되새기게 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거쳐 본래 숙소쪽으로 달려와 저녁 식사를 할 곳과 가까운 곳이 있는 테렐지 국립공원 내의 야마트산으로 왔다.
이 공원에는 이 산과 더불어 체제궁산(2,268m)과 열트산(1,900m)이 대표적인 3대산이란다.
야마트산은 양이 많은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엉거츠산이라고도 부른다.
해발 1,500m에서 시작하여 2,100m까지 올라가며 일부 구간은 급경사가 있으며 대체로 완만한 길로 7~ 8km 가량되며 시간은 2~ 3시간 소요된다.
이산은 천상화원이라고 불리우며 6~ 8월까지 개활지마다 야생화가 만발하고 드넓은 테렐지국립공원을 내려다 볼수 있는 전망이 좋은 산. 이곳과 인접한 길에는 몽골의 두 개뿐인 골프장 중 하나가 이곳에 있었는데 계절 때문인지 몰라도 골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 덧 야마트산 중턱에 다다랐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성황당같이 돌무더기와 나무로 몽골의 토속신앙지인 ‘오워’와 늑대상이 있다. 물론 오워는 사람들이 오가는 중턱이라면 어느 곳에든지 쉽게 볼수 있다.
중턱의 늑대상은 칭기스칸의 먼 조상으로 하늘에서 출세한 브르트치노(늑대)와 부인인 고마를(사슴)이 나오는 몽골의 창조신화에 나온 늑대상을 형상화했단다.
가이드 어드씨는 우리들에게 늑대 소리(?)를 내려는 듯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멋진 촬영과 포즈를 끝내고 이곳에서 각자의 소원을 빌고 광활한 테렐지국립공원을 내려다 보면서 야생화길로 내려왔다.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이다’의 늑대상을 지나 한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일행들이 ‘물개를 닮았네. 오징어 모양이네. 아니야 원숭이 형상일세.’ 등등을 되뇌이면서 기암괴석을 구경하는데 그런 이름들을 명명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런 생각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지 싶었다. 자연 그대로이면 되지…
# 또 하나의 멋진 사진촬영지 ‘거북바위’
몽골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즈를 취한 곳이 있다. ‘거북바위’였다.
그곳에는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다른 외국인들도 이곳을 배경으로 앞다퉈 사진을 찍는 최애 사진 촬영지란다.
우리도 행여 놓칠새라 개별 및 단체사진을 찍고 인근에 있는 게르 형태의 토산품 매장에 들어 쇼핑을 했다. 이곳에는 양털 양말과 캐시미어로 만든 목도리나 모자, 혁띠, 잣 등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어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일행들도 각자 물건들을 사서 엄청난 득템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즐거운 쇼핑을 끝냈다.
이곳에서 나온 일행은 가이드의 차량을 타고 저녁 식사를 하는 식당(게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하자 마자, 몽골전통음식이 곧바로 나왔는데 ‘허르헉’이었다.
‘허르헉’은 본래 몽골의 유목민들이 아주 귀한 손님이 왔을 때 혹은 집안에 경사가 나거나 가족들 생일이나 명절 때에 먹던 전통 요리였다. 지금은 세상이 변하고 몽골에 오는 외지 관광객들이 늘면서 몽골에 여행 가는 외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먹는 음식이 됐다.
주재료는 양과 염소인데 양, 염소를 잡아 고기 부위의 지방을 빼고 먹기 좋게 썰어놓은 다음 커다란 솥이나 냄비에 염소고기나 양고기, 소금 등을 달궈진 돌과 함께 넣는다. 때에 따라 피순대나 당근, 감자, 양파 등 채소를 넣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직접 지켜보지 못했지만 잡내음이 거의 없고 우리의 삶은 돼지고기처럼 맛도 좋았다.
게다가 트레킹과 좋은 자연에 취해 있어 쇠라도 녹일 배속 사정이었는데다 옆에 있던 일행 한분이 고기를 한땀 한땀 잘라주는 수고를 해줘 더 맛있었다. 우린 허르헉을 먹으면서 반찬을 거듭 추가하면서 몽골 보드카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흥과 취기가 올라 다들 기분 최고였다.
오는 길에 별자리를 보려고 왔지만 멋진 광경은 볼수 없었다. 다만 우리가 묵은 게르 주변에서 기괴한 달빛이 우리의 서운함과 아쉬움을 달래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