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97] 백릉길에서 만난 경암동 이야기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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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97] 백릉길에서 만난 경암동 이야기들(4)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04.18 10:22
  • 기사수정 2023-04-1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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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흔적들… 선경목재, 한국합판, 군산화력발전, 경마장 등
추억의 영화 유명 촬영지… 옛 한국합판 폐공장· 철길마을
대형마트 첫 군산 진출… 이마트 입점과정의 반대운동 가열

광복 후 일제의 잔재물이었던 황목조선소 자리에는 신흥목재(선경목재, 대교합판)들이 들어왔다. 얼마전까지 있었던 경포천의 서해조선소는 연안도로 공사 때 폐쇄된다.

성냥공장 자리에는 군산복합화력발전소(현 LNG발전소)과 군산중소공동유통물류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과거 20~30년전과 비교하면 이곳의 변화상은 실로 엄청나다.

군산복합화력발전소는 물론 옛 한국합판 폐공장, 철길마을, 주택가 등은 그래도 과거의 정취가 일부 남아 있지만 이마트 주변은 과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20년, 아닌 30년전의 이곳으로 가 흔적들을 찾아보자.

# 군산복합화력발전의 과거와 현재

한국서부발전(주)은 1999년 1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과 2000년 12월 공포된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1년 4월 2일 한국전력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물적분할은 회사의 특정 사업부문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것으로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주주권과 경영권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관할 발전소들의 대부분이 서쪽 지역에 있어 사명에 ‘서부’라는 단어가 붙었다.

총 공사비 5,4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70만kW급으로 건설되는 군산복합화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를 맡고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시공을 담당해 준공한 바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2007년 6월부터 36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10년 5월일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는 1968년 준공돼 35년간 전력생산을 해왔고 2004년 1월에 폐지된 군산화력을 대체한 시설이다.

# ‘추억의 영화촬영지’ 옛 한국합판 폐공장· 철길마을

‘영화는 범죄영화를 좋아한다’란 말이 있다.

영화분야 전문가인 장병수(군산출신) 박사가 ‘자신의 영화 군산에서 놀다’에서 이같은 명제를 던졌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면서 영화는 폭력 조직들간에 벌어지는 영역 다툼과 난투극을 갱스터 영화라는 장르로 활성화시켰다.

범죄영화는 단순 폭력적인 범좌와 타락의 도시 세계를 그려나가는데 그런 류의 영화를 흔히 ‘필름 누아르’라 칭한다.

이런 영화의 흐름에 따라 각광을 받은 곳이 경암동 주변의 옛 합판공장이다. 이곳에서 실감나는 액션 장면이 수없이 촬영됐는데.

재밌는 영화(장규성 2002년작), 늑대의 유혹(김태균 2004년작), 싸움의 기술(신한솔 2005년 작), 열혈남아(이정범 2006년작), 비열한 거리(유하 2006년작) 등 10여편이다.

이밖에 경암동 철길마을도 각광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색적인 풍경 때문에 홀리데이, 열혈남아, 천년학, 소중한날의 꿈 등도 영화 속의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마트/사진=군산시
이마트/사진=군산시

# 이마트 군산점 입점과 여파

2000년 5월 착공해 2001년 3월 준공한 이마트.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주차대수만도 1,000여대에 달하는 군산 최대규모의 할인매장이다.

이마트 입점으로 연간 역외로 빠져나갈 지역자금은 대략 4∼500억원, 1일 매출규모만도 최고 6억여원에 달할 정도여서 재래시장의 붕괴는 물론 지역상인들의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기사로 도배된 적이 있다.

군산지역의 사설 및 공설시장 현황은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군산공설시장(점포수 490개), 명산시장(점포수 43개), 동부시장(점포수 240개), 동아 26센터매장(점포수 186개) 등 모두 7개소에 현재 1,000여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최근 공설시장은 사용료를 체납하는 사례와 함께 재래시장 주변에 위치한 노점들이 하나둘씩 폐업하거나 타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상가는 영업이 부진, 거의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심각한 형편이지만 별다른 대책없이 붕괴직전에 놓여있다.

이마트 개점에 앞서 최근 몇년간 국내 유수의 중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어 기존 소상인과 재래시장의 설땅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전북일보(2001년 4월26일자) 등 도내 일간지 보도

이에 재래시장 상인과 시민단체 등은 2000년 10월 이마트 입점이 확정된 이후 대형할인매장 군산진출반대 범시민대책위를 구성, 국회방문 등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범시민대책위에는 경실련· 참여자치 시민연대· 민주개혁 국민연합· YMCA 등 군산지역 4개 시민단체와 운수업체· 상인 대표 10여명이 참여했다.

또한 이마트 진출에 따른 대규모집회와 불매운동본부를 통해 자체 조직을 정비하는 등 지역상인들의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는 몸부림을 했었다.

이들은 이에앞서 현지법인 설립과 매장면적 축소, 셔틀버스 운행 전면중단, 지역주민채용, 지역상품 구매 및 계약재배, 매출액 지역금융기관에 일정기간 예치, 수입금 일부분 지역발전 투자 등을 요구해왔다. 이중 상당 수 내용은 관철되었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현지법인 등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같은 재래상인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선거를 앞두고 시장후보들까지 표를 얻기 위해 합류하고 있는 등 당분간 이같은 반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마트 군산점 개점이후 군산의 재래시장과 동네 수퍼들은 고사했고 롯데마트 군산점 등까지 가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설시장 현대화시설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형마트 군산진출 만 22년을 맞은 오늘의 평가는 어떨까.

중소도매물류센터/사진=투데이 군산 DB
중소도매물류센터/사진=투데이 군산 DB

# 군산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5월 개장

군산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이하 군산 물류센터)가 5월 문을 연다.

경암동 일원에 들어서는 군산물류센터는 1만1,813㎡ 부지에 4,200여㎡의 창고를 포함한 건물 2동(1,978㎡) 규모로 2021년 12월 착공해 4월 준공된다.

본격 운영은 준비 기간을 거쳐 내달 시작된다.

군산물류센터는 지난 2월 운영협약을 체결한 전북군산수퍼마켓협동조합이 위탁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대형 창고와 냉동· 냉장시설까지 갖춘 물류센터는 공산품은 물론 냉장· 냉동· 정육 및 1차 상품까지 1만6,000여 품목을 소상공인들에게 원스톱 구매 서비스로 제공하게 된다.

시는 그동안 부족한 상품 구매를 위해 인근 대형물류센터나 타 지역으로 구매를 하러 빠져나갔던 소상공인들이 이번 물류센터 운영으로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 확대 및 대량 구매를 통한 물류비 절감으로 소상공인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는 골목상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지역 순환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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