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정 군산지원장 “강제징용·위안부 강행규범위반시효 배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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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정 군산지원장 “강제징용·위안부 강행규범위반시효 배제해야”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03.21 09:37
  • 기사수정 2023-03-22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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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신우정 군산지원장 논문집 ‘사법’ 기고
“현 국제법 체제로도 日책임 물을 수 있어”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법의 일반원칙 위반한 행동’ 지적
신우정 지원장
신우정 지원장

신우정 전주지법 군산지원장(52)이 현정부의 대일외교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의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회복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신 지원장의 이 같은 주장과 논리는 이달 자신의 논문집 ‘사법’ 63호 ‘강행규범과 시제법-강제징용·위안부 사안을 중심으로’ 연구논문에 실렸다. 

그는 이 논문에서 “해당 피해는 가해자인 일본 측의 두 강행규범 위반에 따른 국제법상 회복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강행규범이란 국제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겨서는 안 되는 규범을 말한다. 이는 국제법상 최상위에 있는 규범으로서 학계나 국제재판소 등 실무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엔 국제법위원회(ILC)는 강행규범의 예로 침략행위 금지, 제노사이드(특정집단 구성원 대량 학살) 금지,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 국제인도법의 기본원칙, 인종차별·분리 금지, 노예 금지, 고문 금지, 자결권 등 총 8개 규범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강제징용· 위안부 사건이 이 중 노예 금지와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라는 두 가지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제징용이나 성 노역(위안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노예적 성질, 일본 정부 또는 기업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해 자행한 침해의 정도나 그 기간을 비춰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사안이 강행규범 위반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신 지원장은 피해자들의 회복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행규범 위반 행위에 대해선 소멸시효나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다는 게 학계의 유력한 흐름인 만큼, 강제징용과 위안부 사안 역시 시효와 상관없이 책임을 가려야 한다는 취지다.

신 지원장은 “유엔 총회는 1968년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관한 시효 배제 협약’ 채택을 통해 인도에 반하는 죄와 전쟁범죄에 관해 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2005년 “ ‘피해자 구제권리 기본원칙 및 가이드라인’에서도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국내 민사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등이 낸 소송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들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여러 하급심 법원들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유족에게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날은 2012년 5월24일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게 된다는 취지였다.

신 지원장은 “비록 당시 두 강행규범이 출현하기 전이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당한 피해는 당시 이미 존재하던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라며, “일본 측의 국제법상 책임 및 피해 회복을 인정하는 법리가 현 국제법 체제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파기환송하더라도 그 판결을 통해 제시된 법리는 하급심을 기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기환송을 선고한 대법원 상고심이 있었던 2012년 5월24일부터는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인식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다만 강제징용 기업들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재상고심이 있었던 2018년 10월30일을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하급심 판결도 있다.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도 일본의 무대응 전략 속에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인정해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외국에서는 강행규범을 위반한 경우 국가면제의 부여를 배제하는 법리를 제시하기도 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도 강행규범을 위반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그는 청주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9년 6월 학술지 서울국제법 연구에 '국제적 강행규범의 시각에서 본 강제징용 청구권의 소권 소멸 여부' 논문을 낸 바 있다. 

한편 신우정 지원장은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국제법 박사)를 졸업한 뒤 조지타운 대학교 로스쿨 방문과정을 밟았다. 

1997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2000년 군법무관, 2003년 판사 임관했다. UN 구 유고 국제형사재판소(ICTY)파견근무와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를 거쳤다. 

작년 2월부터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법률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둔 '일본에 답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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