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코리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반년동안 매각 협상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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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코리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반년동안 매각 협상 표류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03.17 14:35
  • 기사수정 2023-03-20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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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 컨소시엄 ‘6개월째 우선협상대상자’ 인수의사 확고 밝혀
전환사채(CB) 해결이 대농의 인수의지 보증수표…최종 시한 미정
매각조건 진통 중(?)… 우보전략인가 아니면 퇴로찾기인가
페이퍼코리아/사진=투데이 군산 DB
페이퍼코리아/사진=투데이 군산 DB

‘향토기업’ 페이퍼코리아 인수문제가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농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6개월을 넘게 지속되는 것에 대해 매각조건이나 매각시점 때문인지, 아니면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것인지에 대한 추론들이 잇따르고 있다.

페이퍼코리아는 지난해 9월 하순 최대주주인 유암코기업 리바운스제칠차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지분 및 채권 매각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대농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었다.

이런 우려의 진원지는 지난해 9월 하순부터 계속된 6개월째 ‘우선협상대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농 컨소시엄의 행보 때문.

물론 대농컨소시엄은 인수문제에 대해선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유암코는 물론 군산시 등과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

대농의 고위 관계자는 인수의지를 거듭 표명하면서 다만 인수시점은 유동적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암코의 마음은 깊게 타들어가고 있다.

인수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조건 중 하나가 수백억원의 전환사채(CB)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들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 문제가 정리되면 ‘인수의지는 분명하다’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늦어지는 걸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인수업체인 대농컨소시엄의 재무구조와 페이퍼코리아 중간정산, 또다른 외부환경이나 경제여건 변화 등일 수 있다.

가장 문제될 수 있는 가능성은 대농컨소시엄의 재무구조다.

# 대농컨소시엄의 재무구조상 문제

대농은 페이퍼코리아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페이퍼코리아 매각대금은 대략 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도자인 ‘유암코 기업 리바운스 제7차 PEF’가 보유한 구주(2534만8983주)와 전환사채(CB), 유앤아이대부가 빌려준 대여금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이 중 채권은 총 1954억원이다.

대농이 지난해 상반기 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582억원이다. 몸값으로 언급하는 3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라 회사 자체 자금만으로는 페이퍼코리아 인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신영그룹은 페이퍼코리아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던 파인트리운용을 재무적투자자(FI)로 포섭했다.

파인트리운용은 스킨푸드와 STX중공업 등을 인수한 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의 자회사다. 주로 부동산, NPL, 구조조정기업의 채권 및 주식 등에 투자를 이어왔다.

신영그룹은 1984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 기업으로 브라이튼 한남, 신영지웰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섬유·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대농’을 비롯해 신영건설, 신영에셋, 에스엘플랫폼, 브라이튼자산운용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대농의 현금창출력은 30곳이 넘는 신영그룹 계열사 중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꼽힌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극도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경색된 상황인데다 미국의 빅스텝 영향으로 고금리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한마디로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고금리 기조 유지 등 금융환경 때문에 고민이 적지 않다는 게 속사정일 수 있다.

# 군산시의 중간정산 압박(?) 결과물

군산시와 시의회는 지난해 말 페이퍼코리아 측에 중간정산하라고 강력히 압박해왔는데 개발행위가 끝났을 때 ‘먹튀’ 또는 ‘나몰라라’ 등에 대한 일종의 방어벽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농 측은 이 문제에 대한 고심을 거듭했을 뿐 아니라 향후 법률적인 문제 또는 부담감으로 비약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이같은 시의 행정행위는 과도한 기업활동에 대한 개입이라 할 수 있는데다 법률상으로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소리만 요란할 뿐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나 접근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적지 않다.

사업이 끝나지 않는 기업에 민감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라든지, 상호간 협의에도 애매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시가 구호적인 접근에 치우쳤다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 사업성장 고민↑…분양시장 살얼음판

이밖에 페이퍼코리아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의문도 한몫했을 것이란 얘기다.

현재 이 회사는 운영하고 있는 유암코는 2017년 페이퍼코리아 인수 이후 전환사채(CB) 매입, 관계사 유앤아이대부를 통한 대여금 지급 등으로 페이퍼코리아 회생을 지원했다

하지만 페이퍼코리아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제지 사업 수익성 하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로 페이퍼코리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58억4,374만원으로 전년대비 17.8% 감소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99억5,704만원으로 5.8% 줄어들었으며, 당기순손실은 12억5,859만원에 달했다.

# 또다른 문제는… 향후 자산가치에 대한 오산(誤算) 등

페이퍼코리아의 이전에 따른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인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점에서 인수사가 재고(再考)와 사업전반에 걸친 고민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청주시의 공장부지도 유사한 흐름이거나 악화일로에 놓인 국내 분양시장 상황도 고민을 거듭하는 요인이라는 추론도 있다.

페이퍼코리아는 어떤 회사?

1944년 설립된 페이퍼코리아는 군산과 충북 청주 소재다. 유암코는 2017년 페이퍼코리아 인수 후 군산공장을 이전하고, 신문용지 공장을 매입했다. 군산공장 초기 안정화 노력 및 시설투자로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재료 배합비율 개선 및 품질관리로 재료비가 줄어들고 생산수율이 개선됐다.

페이퍼코리아는 포장용지 분야에서 2021년 기준 시장점유율 약 62%를 기록하기도 했고, 유수 기업들의 납품을 받고 있다. 신문용지 시장에선 전주페이퍼, 대한제지에 이어 3위(약 22%)다.

이 회사는 2015년엔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를 시작했다. 군산시 조촌동에 조성 중인 디오션시티 개발을 주도했다.

한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들이 운용하는 사모투자합자회사(PEF)는 출자액이 확정돼 있고 자금차입과 채무보증 규모에도 제한이 걸려 페이퍼코리아의 매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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