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선거’ 조합장 선거제 개선 목소리… 기득권 위한 제도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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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선거’ 조합장 선거제 개선 목소리… 기득권 위한 제도 전락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03.10 15:50
  • 기사수정 2023-03-12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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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투명성· 공정성· 전문성 강화 위해 선관위에 위탁 관리
13일간의 선거운동기간 중 공보. 벽보, 어깨띠 등 소품· 명함 활용만 가능
‘후보자 신상’ 알수 있는 전과(前科) 내용 열람조차 봉쇄…유권자 선택권 침해

‘제4의 선거’ 조합장 동시선거가 과열· 불법·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다는 오명 속에 지난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 핵심이 ‘지역사회의 정치· 경제 권력을 조합장이 한 손에 쥘 수 있는’ 조합장 선거제도.

현행 선거법은 과도한 선거운동제한은 공정한 선거제 정착은 물론 중대한 결함을 지닌 후보들의 전과(前科) 등과 같은 핵심내용을 걸러낼 수 없어 유권자의 (후보)선택권을 가로막는 결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행 조합장 선거제와 관련 법령의 문제점 등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본래 협동조합은 뜻을 같이 하는 다수의 약자들이 모여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권익을 보호하고자 만든 단체다.

이들 조합장은 연평균 1억원 연봉· 조합원 인사· 향후 정치권 진출 교두보 등의 선택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특수한 힘을 지닌 지역유지로 거듭나게 된다.

조합장 선거가 치열한 것은 조합장에 당선되면 지역사회의 정치·경제 권력을 조합장이 한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엄청난 예산과 이권 등을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선출직 정치인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행정의 수장’이라고 한다면, 조합장은 ‘분야별 경제의 수장’이라는 별칭도 있다. 조합장은 지역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의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 현행 조합장 선거 제도는… 공정한 기회 박탈 등 개선 목소리

이런 막강한 조합장 권한을 뽑는 법령이나 제도적인 장치는 동네 통·리장제도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현행 조합장 선거의 근거 법령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 선거법)이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탁해 3회째 실시했고 과열 혼탁 속에서 막을 내렸다. 선거운동 기간은 13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기간 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불합리한 조합장 선거 제도에 대한 불만들로 가득했다.

유권자인 조합원들은 이같은 막강한 권한을 지닌 조합장들에 대한 자신들의 선택권이 과도하게 제한됐다는 불만인 반면 도전 후보들은 현직만을 위한 기득권 선거였다는 여론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현직에 의한 현직을 위한 조합장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선거운동 방식도 어깨띠 착용과 문자 발송, 명함 배포 등으로 극히 한정된다.

공직선거법처럼 기본적인 후보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원천 차단되는 상황 속에서 선거를 치르거나 치러야 하는 구조다.

월등한 인지도를 가진 현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방식이라는 것이다. 아예 새로운 도전자는 정책과 비전을 알릴 기회조차 박탈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군산지역에선 현직 조합장이 자진 불출마를 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바뀐 사례는 전무했다. 전국의 상황에서도 이런 흐름을 그대로 반영, 현직 절대 강세현상이 고스란히 선거결과로 나왔다.

특히 기존 공직선거법에서처럼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는 ‘후보자의 전과(前科)’ 조회와 관련 내용이 차단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내용이 위탁선거법에 있었다면 성범죄와 횡령, 음주사고 등 각종 비리문제와 관련된 인사들을 걸러낼 수 있었는데도 후보자의 주요 신상에 대한 내용을 전혀 알수 없게 했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출마자들은 물론 조합원들은 선거과정과 선거 후 이런 전근대적인 선거제도를 즉각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 위탁선거법 개정해야 될 내용들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부터 선관위에 위탁됐고, 전국단위 선거는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마무리했지만 많은 법규 미비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면 무엇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런 조합장선거가 깜깜이 또는 돈선거 꼬리표를 떼는 가장 빠른 방법은 법 개정이다.

정책 토론회와 예비후보자 제도 신설, 후보별 공보물(공약 사항 등) 발행, 후보자 사무실 운용, 선거운동원 등록 규정, 현수막 게시, 공개연설 등과 같은 공직선거법의 주요 내용을 도입하거나 그런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여론이다.

여기에다 비위 행위에 대한 제재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각종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처벌 수위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 전부터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여럿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탓에 대부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행 법의 빈틈을 채우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가령 비조합원이나 브로커에게 선거운동 관련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금품 제공 의사 표시 등은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내용들이 만들어지기 위한 법 개정의 ‘골든타임’은 내년 4월 총선 직후까지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 후보는 “기득권을 위한 위탁선거법의 문제점을 과감히 바꾸지 않고 이대로 유지한다면 향후 많은 문제점을 지닌 선거는 물론 조선시대의 음서제도의 폐해로 얼룩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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