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욱의 望市作記] 철도문화유산 ‘대야건널목’ 보존의 논리는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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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의 望市作記] 철도문화유산 ‘대야건널목’ 보존의 논리는 ‘관광’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2.12.09 11:25
  • 기사수정 2022-12-09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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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최고 재래시장 ‘대야장’과 관광 활성화의 핵심 키워드
인접한 ‘대야농촌활성화사업’과 시너지 낼 아이디어 발굴을
롤모델 ‘옛 익산 춘포역’ 벤치마킹 통해 관광전략 마련해야
옛 춘포역 광장에 있는 미니기관차 모형. / 사진= 투데이군산
옛 춘포역 광장에 있는 미니기관차 모형. / 사진= 투데이군산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얼마전, 고향 익산 춘포역을 다녀왔다.

1914년에 건설된 춘포역은 현존하는 간이 기차역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지만 임피역과도 비슷한 숙명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생긴 호남권의 역들은 대부분 수탈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평야지에 있는 춘포역도, 군산의 임피역도 호남평야의 곡물수탈의 통로였다.

익산역(옛 이리역)에서 갈라져 나와 동익산역(옛 동이리역)과 삼례역 사이에 위치한 전라선의 간이역. 중(고)학교와 대학생 시절에 이곳을 애용한 공간이어서 기억이 남다르다.

이곳에서 중학교땐 익산역으로, 고교 땐 익산역과 군산선의 개정역 등을 이용하곤 했다. 대학시절엔 삼례역을 거쳐 전주역으로 통학해 제법 긴 기차통학을 해왔었다.

이곳을 새삼스럽게 다녀온 것은 기대와 달리 대야면농촌중심활성화사업의 장기표류 우려 때문에 인근 대야철도건널목의 존재를 어떻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거액을 쏟아부은 대야농촌활성화사업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옛 대야면사무소와 대야(합동)주조장 등을 리모델링해서 해피타운(옛 면사무소 리모델링), 추억뜨락, 농특산물직거래장터 등의 건물이 들어섰다. 또, 가로와 간판을 정비하는 대야가로환경정비사업, 대야시장 쉼터조성 등까지 마무리했다.

농촌지역 소재지의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이란 원대한 목표가 있는 사업이지만 많은 예산에 비해 기대감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이곳의 철도문화유산 등과 주변 관광자원의 연계가 핵심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랜만에 다녀온 고향의 춘포역은 최고(最古)의 간이역이란 점보다는 필자에겐 역사(驛舍)의 이름에 대한 추억물로 가득하다.

춘포역은 애초 ‘대장역(大場驛)’이라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 작명된 동네 이름인 대장촌리(大場村里)에서 비롯된 역이었는데 일제 잔재청산운동의 일환으로 지역민들이 나서 1996년 춘포리로 바꾸었다. 그 시기에 도내 J일간지 기자로 그곳에서 활동하던 때 당시 시의원이었던 동네 선배 등과 주도했던 기억들로 새록새록하다.

자연스럽게 대장역이란 이름 대신 춘포역으로 개명했다. 춘포역은 2007년 역으로서의 기능을 마감했고 2011년 5월 폐역됐다. 역사· 건축· 철도사적 가치가 커 지난 2005년 11월 문화재로 등록됐다.

이런 역사성 때문에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의 노력은 대야면 지역과 비교할 바 아니었다.

춘포역을 방문해보면 실내에 역의 옛 모습 사진 등이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간이역 박물관 활용에 적극적이다.

옛춘포역에 1980년에 근무하는 역무원들. / 사진=투데이군산
옛춘포역에 1980년에 근무하는 역무원들. / 사진=투데이군산

때론 해바라기를 심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고 야외 광장에 미니 기차모형을 전시해 그곳의 역과 관련된 옛 추억의 사진 등을 전시해 사진촬영의 장으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곳도 못내 아쉬운 대목이 있다. 

옛 철길이 사라진 점이다.

‘지금 춘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제강점기 곡물수탈의 상흔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驛舍)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100m 정도만이라도 철길을 복원해 놓으면 어떨까. 철길이 있어야 춘포역을 좀 더 제대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에 관광전문가가 춘포역을 다녀와서 낸 제안이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할 뿐 이다.

이에 비해 군산시와 대야면 주민 등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만 가득하다.

이곳은 1912년 군산선 개통 이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의 관문이었을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이곳을 관리하는 건물까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대야철도건널목 관리원 건물이 방치돼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투데이군산
대야철도건널목 관리원 건물이 방치돼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투데이군산

상당수는 사라진 철길 타령만 할 뿐, 이 건물에 대한 관심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의지조차 없다.

이에 필자는 연초부터 대야는 군산관광지의 초입이자, 지역의 관문이란 점에서 나름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개진해왔다. 인근의 대야장과 이곳을 연계하면 엄청난 관광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근거로 경암동 철길마을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런 특이한 철도문화유산의 활용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도 일치한다.

이젠 철도의 나라 일본의 역무원이나 역을 활용한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을 통한 관광활성화 전략이나 그 예는 들기조차 민망하다.

여기에 작은 기관차 고정배치와 특이하게 관리원(또는 과거엔 看守으로 통칭됨)이나 세계각국의 역무원 복장을 갖춘 컨셉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전국의 간이역에도 관리원 근무 건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과 함께 과거 건널목의 각종 시설(철도 차단장치 등)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대야철도건널목과 옛 군산선 철길의 일부라도 복원을 통해 인근 추억의 뜨락에 있는 대야주조장과 술배달용 자전거들을 비치해 관광객들의 사진촬영공간으로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춘포역이나,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경암동 철도마을의 사례를 적극 응용하자는 얘기인데, 또 올해도 넘기려나 보다. 못내 서운한 것은 무관심과 무신경이다.

그나마 남은 지역철도문화유산을 사라지게 할 심산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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