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붉은 신호등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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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붉은 신호등 11-7
  • 김선옥
  • 승인 2023.02.04 08:01
  • 기사수정 2023-02-04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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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에 이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린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성이 교정에 가득 울려 퍼졌다. 종례를 간단히 마친 그녀는 책상을 정리하고,서랍의 열쇠를 잠갔다.

이때 즈음이면 보이지 않는 시선에 불안하고 두렵다. 뒤를 밟고, 행동을 감시하며 집요하게 조여 오는 시선이 느껴져 진저리가 쳐진다. 아들을 향한 추적일지라도 그녀의 생활 또한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자유롭지 않다. 남편과의 만남으로 오늘은 그런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있어 다행이다.

“퇴근 후에 볼일 있으세요?"

"누굴 만나려고요.”

"좋은 현상입니다. 이 선생님, 사람들과 되도록 자주 만나세요. 그래야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나쁜 생각도 떨쳐 버릴 수 있거든요."

바쁘게 교무실을 나서는 그녀에게 정 선생은 미소 지어 보인다. 그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기특하다.

여섯 시에 만나자고 했지만 시간을 제대로 지켜 본 적이 없는 그는 늦게 올 것이다.

정각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지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매캐해서 엉거주춤 있는데 남편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먼저 와있었던 모양이었다. 약속 장소에 미리 오다니, 예전엔 없었던 일이다.

"공기가 탁해 밖으로 나가지. 지금도 생선국 좋아하나? 내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저녁 먹으며 이야기합시다."

계산하는 그의 뒤에 서 있다가 따라 나왔다. 뒤통수가 근질거렸다. 같이 살 땐 일방적인 그의 태도가 불만이었는데 명령식 어투에도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고 편하다. 옆자리의 문을 열어 주고, 그녀가 차에 오르자 그는 익숙하게 차를 몰았다.

"전화라도 걸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상의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도 어찌 그리 단단한 껍질 속에 웅크리고만 있는지 모르겠소. 당신 고집은 정말 대단해."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남편은 핀잔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뱉었다.

아들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다. 조각난 관계더라도 아들 문제에 무관할 수 없고, 법적으로 아직 부부인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데도 요지부동했던 그녀에 대한 비난이다. 하려던 말이 어디로 숨었는지 혼란스러워 그녀는 입을 열 수가 없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지만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가를 개조해 만든 집 앞에 차가 멈추었다.

실내는 작지만 아담하고 짜임새가 있었다. 깨끗한 도배가 그녀의 취향에 맞았다. 옆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담을 주고받으며 식사하고 있다. 행복하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 경채가 자리에 함께 있었더라면 그녀도 행복할 수 있을 터였다.

“자주 오는 곳인가요?"

식사가 빨리 나오지 않아 어색해진 그녀가 침묵을 깨트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가끔 왔었지. 경채랑."

생각에 잠긴 목소리에서 그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감지했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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