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붉은 신호등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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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붉은 신호등 11-6
  • 김선옥
  • 승인 2023.01.28 07:29
  • 기사수정 2023-01-28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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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에 이어)

"무슨 일이 생겼나요?”

“교사들끼리 단체를 결성한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우리도 잘 몰랐는데 상부에서 벌써 움직임을 알았는지 모임에 가입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답니다. 거기 가입하면 여러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요. 아마, 직원회의에서 곧 무슨 이야기가 있겠지요."

"단체라니요?"

"참교육을 위한 민주교사들의 모임이라든가, 뭐 그렇대요. 의식 있는 교사들이 결성한 오래전부터 있었던 모임이래요. 학교의 문제를 파악해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거겠죠."

정 선생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비밀스럽게 말했다. 그의 표정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정 선생이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은 경채로 인해 그녀가 동지적 느낌이 든 때문일 것이었다.

그녀는 '민주'가 흔한 낱말이 되었음을 느꼈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그 단어는 금기시되었다. 사람들은 '민주' 를 위해 높은 곳에서 투신하고, 몸에 신나를 끼얹어 불을 지르고, 죽음을 불사했다. 더러는 기회를 엿보다가 적당할 때 '민주'를 사용했다. '민주교사'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빠르게 확산된 민주의 물결이 교정에도 파도처럼 밀려올 조짐이다. 여기에도 붉은 신호등이 켜질 것이다. 건너가지 마시오. 신호등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한다.

“정 선생도 모임에 찬성하세요?"

“우리야 뭐. 생각해 보긴 해야죠.”

놀래어 묻는 그녀에게 정 선생은 싱긋 웃었다. 정 선생은 그런 일에 뛰어들 소인이 충분하다. 그는 교육의 제반여건에 대하여 불만이 많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후된 교육환경,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던가. 제도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한탄하던 그는 역사를 담당하고 있다.

가르치는 것 외에는 상관하지 않는 그녀지만 정 선생에게는 개인적인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사표를 강요받고, 교무실을 나오며 남몰래 눈물을 삼킬 때 그의 위로를 받았다.

-이 선생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속상해하지도 말고, 참아야 해요. 그때는 그가 정말 고마웠다. 후에도 그는 아들을 이해한 이웃이었다.

-그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용감하고 정의로운 젊은이들의 몫이지요. 아드님은 이 시대의 횃불입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용기를 가지세요.

그때가 언제일지,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아들의 일에 대하여 확신할 수가 없다.

-역사란 언젠가는 다 밝혀지게 되어 있어요. 언젠가 명백하게 다 드러나거든요. 오류에요. 양심이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라고요.

정 선생은 가끔 가르치는 일에 회의를 드러냈다. 문교부의 방침을 따르는 게 좋다거나 시대의 흐름을 기억하지 말라고 다독일 때면 한숨을내쉬곤 했다. 교사의 직업에 긍지와 자부심을 지닌 그녀는 정 선생처럼역사를 담당하지 않아 다행이다. 수학은 양심을 물고 늘어질 일이 없는과목이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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